채상병 특검 "미친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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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는 고의 아닌 실수나 사고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아이들이 장난치다 리빙룸의 장식품따위를 깼을 때 부모는 그것이 고의가 아니면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지 않고, 아이가 기 죽지 않게, 때로는 오히려 치어럽(cheer up: 화이팅)을 해줍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고의든 실수든 사고를 친 아이에게는 일단 야단부터 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수로 사고를 낸 자식을 야단치거나 벌 주면 아이는 다음부터는 자기가 안 했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심지어 남에게 없는 죄를 덮어씌우며 발뺌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대개 이재명이나 조국이나 이준석 같은 "말종(末種) 캐릭터의 인간"으로 성장하기 십상입니다.
미국 아이들은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토들러(toddler: 1세~4세) 나이 때부터 액시던트(accident: 고의성 없는 단순 사고)라는 고급(?) 단어를 구사할 줄 압니다. 사고를 치고는 Mom, It's an accident(우연한 사고였어요)라며 엄마의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액시던트는 개구쟁이들한테는 사고를 치고도 익스큐스(면피)가 되는, 마법의 단어 같은 것이지요. 아이들은 이렇게해서 잘못에 굳이 거짓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밝고 정직한 인격체로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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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변명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참으로 고약한 '해병대 최상병 특검법'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대통령으로 이 문제를 다루는 윤석열의 솜씨는 여전히 서툴고 용렬(庸劣)했습니다. 허지만 이재명 일당과 그들의 거짓 선동에 부화뇌동한 다수 국민이 의기투합한 '채상병 특검법'이라는 광란의 춤 판에 맞서, 두 번의 거부권 행사로 소신을 관철한 대통령한테는 '엄지척'을 보내고 싶습니다.
미국 같으면 4살짜리 토들러 코흘리개도 That's an accident! 라며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을 채 상병 사망 사건이, 한국에서는 국민이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임기 전에 축출할 중대 국사(國事) 범죄로 둔갑해, 지난 몇 달 온 나라가 특검이다 탄핵이다 미쳐 돌아갔습니다. 정변(政變)이 잦은 남미나 아프리카의 바나나 공화국들에도 이런 야만적인 정치 난동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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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경북 예천에서 큰 물난리가 나 민간인 한 명이 실종됐습니다. 수해 사고 수습에 특화된 인근 해병부대가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고 여기서 채 상병이 물길에 휩쓸려 희생되는 사고가 났습니다. 군이 자연 재해나 재난에 동원되는 일은 흔하고, 흔치는 않지만 인명 피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십-수백 명이 희생된 불법-고의성 있는 대형 인명사고가 아니면 군의 단순 사고에서 책임자가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헌데 이번 사건은 초장부터 일이 수상쩍게 꼬였습니다. 감옥 공포에 요즘 거의 정신줄을 놓고 산다는 이재명과 조국 일당이, 사건을 대통령 몰아내기 탄핵으로 끌고가려 피 냄새 맡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좌파 언론과 시민 단체, 그리고 어린 병사의 죽음이라는 감성적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한 적쟎은 국민이 야당과 함께 '탄핵 굿'에 꽹과리를 두들겼습니다.
여기서 해병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라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자가 군인권센터라는 극좌 성향의 시민 단체와 손을 잡고 단순 인명사고를 대통령 책임론으로까지 몰고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군의 인사 사고는 군사법원법에 따라 경찰이 수사를 맡게 돼 있습니다. 해병대의 자체 수사는 기초 조사 정도로 하고 본격 수사와 기소 등 책임자 처벌은 경찰에 넘겨야 합니다. 헌데 박 대령은 웬 오지랖인지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부대의 소대장을 위시해 중대장 대대장 연대장 사단장 등을 '줄줄이 사탕'으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경찰에 넘겼습니다. 만용이며 월권이었죠. 귀신 잡는게 해병이라는데, 박 대령 이 자는, 해병 잡는 귀신이 됐습니다.
이재명 일당은 이 해괴한 줄줄이 사탕에 사단장이 포함된 사실을 놓고 대통령이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했다는 말, [사단장이 이런 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누가 사단장을 하려 하겠느냐]라는 언급이 대통령의 부당한 '수사 외압'이라며 탄핵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미국에선 이런 군대 내 사고는 대통령은커녕 주지사나 국방장관에도 보고되지 않습니다. 99.999%의 미국인은 사건 자체를 모르고 지나갑니다. 만약 이게 VIP 보고사항이라면, 최고 결재권자인 대통령은 당연히 자기 의사를 밝힐 수 있습니다. 헌데 야당은 대통령의 의사 표시를 수사 외압-격로(激怒)라 강변하며 민심의 쌍띠망을 자극했습니다.
박정훈은 평소 "류삼영 형을 가장 존경한다"라고 주위에 말해왔다고 전해집니다. 류삼영은 경찰서장을 하다 지난 해 경찰 조직개편에 반대해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경찰 내 대표적인 반윤(反尹) 좌파로 설치다 쫓겨난 인물입니다. 경찰 간부로는 드물게 윤석열과 죽자하고 싸운 그가 고맙고 사랑스러웠던지 이재명은 류삼영을 3호 민주당 영입 인사로 픽업해 지난 총선 때 동작을에 출마시켰습니다. 국힘의 나경원한테 패했지만 이재명은 선거 기간 중 여러차례 지원유세를 나가는 등 류삼영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습니다.
박정훈은 제2의 류삼영을 꿈 꿨던것 같습니다.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 내부 고발자)라는 우회 방식을 통한 정계 진출, 존경하는 '삼영 형'의 길을 따르고싶었던거죠. 이재명으로서는 윤석열 탄핵의 밑자락을 깔아 준 박정훈이 어찌보면 류삼영보다 더 고맙고 사랑스럽고 이용가치도 높은 존재일 겁니다. 박정훈은 항명과 상관 모욕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유죄로 감옥에 들어가지 않으면 이재명이 그를 민주당 영입 인재로 발탁할 가능성이 꽤 높은 것으로 정치권 일각에선 전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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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다시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21대에서 폐기된 채 상병과 김건희 특검엔 '종합' 두 글자를 추가해 넣어 그야말로 무소불위--"이재명을 착한 인간 만드는 일" 빼고는 무슨 일도 할 수 있는 신종-별종 특검법을 만들었습니다. '이재명 방탄용 특검법'까지 나오는 등 거대 야당은 '1일1특검법' 놀이에 정신이 없고 대통령도 당연히 '1일1거부권'으로 주특기(?)인 어퍼컷을 날릴 태세입니다.
이재명의 목표는 3년 후 대통령이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3년 안에 절대 감옥에 안 들어가는 것일까요. 재판을 질질 끌다 2027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오만 가지 사법 리스크를 단숨에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듯 풀고 마침내 소년공 출신 대통령 이재명의 세상을 만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헌데 1일1특검 등 역풍이 뻔히 내다보이는 정치적 패착에 그가 요즘 거의 선병질적으로 꽂혀있는 것을 보면 대권 플랜이 미세하게나마 수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대후감<먼저 대통령, 후에 감옥>에서 선감후대, 우선 감옥부터 피해보자는 전략전술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왜일까요.
첫째 재판 끌기의 한계입니다. 증인을 수 십~수 백명씩 신청하는 등의 재판 지연 전략은 최근 재판장에 의해 거부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새 대법원장이 신속 재판을 독려하고 있는데다 진보 좌파 세가 강하던 사법부가 보수-중도 보수 성향으로 분위기가 바뀐 것도 이재명에겐 압박입니다.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 등 1~2년 내에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재판, 이화영 판결 결과에 따라 추가 기소가 되는 등 산 넘어 산으로 사법 리스크가 확대재생산되고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극심한 여소야대와 최악의 국정지지율로 '식물 대통령'이 되리라던 윤석열이 요즘 적극적으로 국정 전반을 챙기면서 당정에 대한 그립감을 높이는 등 '동물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재명으로선 찜찜합니다.
이재명에 유화적이던 검찰총장 이원석은 9월에 퇴임합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봐 새 검찰총장엔 강성 친윤 직계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재명은 물론 야당의 많은 범법 의원들도 오금이 저릴 겁니다.
윤 대통령은 좀 더 당당해야 합니다. 지지율의 늪에 스스로 빠져들 필요는 없습니다. 국정지지도는 더 내려갈래야 내려갈 수도 없습니다. 잔 꾀-거짓말, 국민이 거부감 갖는 거친 언행, 정무 및 소통 능력,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말입니다. 징글징글한 마누라 사랑--.
[임춘훈. 전 KBS미주지사장.
2024년 6월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