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배의 여인을 찾아서 감상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연인의 인사말이 인상에 남았는데 연결점이 하나 만들어졌다.
"차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안녕' 정도다.
부배는 반파시스트 빨치산 출신인데, 투쟁시기 사람을 죽인 걸 사면시기에 신고하지 못해 14년형을 선고받는다. 부배의 연인 마라는 2주마다 면회를 가고 영화는 면회7년 장면에서 끝난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거기도 파시스트가 일부 권력층에 남거나 신분세탁해 반파시스트로 행세하는 경우가 있었다.
부배는 훌륭한 남성이자 혁명전사였다.
당시의 빨치산(파르티잔)은 세계 어디나 똑같은 강령과 지침으로 민중을 대했고 시대를 대했다.
이 땅에도 그런 시기였고 그런 인사들이 눈처럼 하얀 정체성으로 곧은 삶을 살았던 시기다. 우리는 그들을 빨갱이라 부르고 뿔달린 사람으로 배웠다.
"차오"는 마라와 부배가 헤어질 때마다 나눈 간단한 인사다.
이 시기를 연장해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유행한 혁명곡이 있었다.
우리나라엔 원천차단되어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벨라차오'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 반파시스트, 반자본주의를 위해 투쟁했던 20세기 혁명열사들의 애창곡이었다.
반공이 반일을 제거하고 압도적인 우위에서 칼을 휘두른 미군정시기와 이후의 모든 정권하에서 우리는 벨라차오를 들을 수 없었고 존재 자체도 금기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세뇌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길들여진 인간이라도 자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벨라차오는 현재 모든 나라의 노동자들과 가난한 예술가들이 여전히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는 생각없는 일본인 조차도 부르는 계층이 많다. 이 곡은 단순한 혁명곡이 아니라 세계 민중의 아픔을 대변하는 곡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 원천의 장엄한 혁명성을 희석하고자 편곡을 부추긴다. 거기 생각없이 동조하는 것들이 일본이다.
벨라차오는 유튜브를 찾아보면 여러 버전이 있다.
대부분은 원곡의 분위기를 살려 혁명성이 거세되지 않지만 일본놈들의 것은 코미디같은 인상을 주는 편곡으로 가볍게 방향을 돌려놓고 있다. 그나마 그 곡을 두루 알고 부른다는 게 우리보다 나을 지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영화 이사도라에 등장하는 이사도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세대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정서라면 폴모리아라는 음악가와 그의 연주가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사도라 역시도 사회주의에 열광했다.
반공을 전면에 내세운 미국은 이사도라의 남편이 러시아인이었기에 탐탁하지 않게 여겼었다. 유럽에서 현대무용의 개척자로 숭상되자 뒤늦게 인정하고서 예술적 후진성을 포장했던 것과 유사하다.
부배나 이사도라 모두 훌륭한 삶을 살았던 당시의 빨치산들이었다.
부배가 무장투쟁을 한 빨치산이었다면 이사도라는 예술계의 빨치산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벨라차오를 듣고, 이사도라와 부배의여인을 들어본다.
첫댓글 파르티잔, 우리를 뒤덮어놨던 빨치산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와 엉터리 지식을 벗어던지는 과정을 지날 때 , 비로소 인간의 숭고함과 잔혹성을 제대로 간파하는 안목이 싹트는 것 같다. 태백산맥이 평가받는 이유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