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고 후텁지근한 요즘이다. 어제는 대서(大暑)였다. 계룡산으로 피서를 다녀왔다.
장맛비로 돌들이 미끄러웠다. 줄을 잡고 오르다가 바위에서 살짝 한 번 미끄러졌으나 다치진 않았다.
계룡산 3사5봉은 여러 코스를 잡을 수 있다. 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여길 한 번에 세 번 하신 분도 있음을 안다.
지난 2월에 나는 아주 짧은 19km짜리를 다녀온 바 있다. 이번엔 일부러 조금 긴 코스를 택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보고 싶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 일들을 마음으로 정리도 할 겸.
산행일지는 다음과 같다.
05:13 병사골탐방지원센터 출발 - 1.0km(바지가 땀을 더 흡수하지 못할 만큼 젖어 반질거린다.) - 05:48 장군봉 - (신선봉은 이정표도 없고 정상석도 없다. 봉우리는 참 멋진데,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정감이 간다.) - 07:35 신선봉 - (장군봉으로부터)3.4km - 07:40 큰배재 - 0.5km - 07:45 남매탑 - 0.7km - 08:00 금잔디고개 - 2.3km(여길 내려가는 길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그 분이... 아 글쎄 내가 평소 잘 아는 72세 OOO 큰형님이셨다. 이 무더운 날에 혼자서. 감동이었다.) - 08:42 갑사 - 2.2km - 09:54 연천봉(소나기를 만나 잠깐 당황했으나 금세 지나갔다.) - 2.3km(일부러 보광암 쪽으로 기슭을 탔다. 처음 가보는 길인데 솔향이 좋았다.) - 10:56 신원사(여기서 식수를 보충하고 식사를 했다. 화장실도 깨끗했다.) - 2.7km(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 12:13 연천봉고개 - 1.1km - 12:35 관음봉 - 1.4km(넓어진 자연성능! 하지만 멋은 줄어 들었다. 이처럼 편의와 멋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 - 13:21 삼불봉 - 0.8km - 13:35 남매탑(빵 두개를 먹으며 잠시 발길을 쉬었다.) - 1.7km - 14:15 동학사 - 1.6km(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한 병 샀다. 이번 산행에서 마신 물은 무려 4.2L나 된다. 내 산행에서 가장 많이 마신 날이다. 버스나 택시를 잡아타고 싶은 욕구를 잠시 눌러야 했다.) - 14:44 천정골탐방지원센터 - 1.9km - 15:07 지석골탐방지원센터 갈림길 - 0.7km(등산객이 많지 않을 듯한데 길은 분명히 보인다. 휴대전화로 위치 확인을 해봤다.) - 15:30 작은배재 - 1.8km(봉우리를 넘고 넘어도 또 나타나는 봉우리를 지나) - 16:36 장군봉 - 1.0km - 17:13(일부러 맞추려고 해도 어려워 보이는 12시간 00분 산행) 병사골탐방지원센터 도착!!
총거리 27.2km(계룡산 이정표를 사진으로 모두 담아 와 정리함)
소요시간 12:00(기계를 쓰지 않으므로 도착지마다 휴대전화로 메모를 했다.) 평균속도 2.3km/h(휴식시간 모두 포함)
새벽기운을 벗지 않은 갑하산 우산봉, 그리고 그 아래 마을의 평화.
장군봉에서 바라본 신선봉과 삼불봉. 하늘은 흐리고.
천왕봉과 쌀개봉. 구름을 모자인양 쓰고 계시다. 저길 자유로이 가 볼 날이 언제일까.
남매탑의 여름.
갑사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영지. 둘러보니 죽은 참나무를 빙 두르고 있다. 나중에 나보다 더 급한 분이 따서 요긴하게 쓰시길.
연천봉에서 보광암으로 내려가면서 올려다 본 문필봉의 여름 백운.
보광암에서 만난 배롱나무. 배롱나무 꽃빛이 여러가지인데 우리집 마당의 것과 같아서 미소가 지어졌다.
관음봉의 정상석. 다른 산들의 정상석도 이렇게 아담했으면 좋겠다.
삼불봉으로 오르며 돌아다 본 관음봉. 날이 개었나?
동학사가 얼마나 명당자리인가 한 눈에 입증해 주는. 그리고 우리의 산하가 얼마나 멋진지 또한 보여주는 한 장면.
우측으로 내가 아직 가 보지 못한 황적봉, 치개봉 방면. 비법정구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대전 성북구로부터 올라와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병사골 능선 뒤로 천황봉. 준수한 용모의 능선과 그 능선을 타고내리는 계곡들. 계룡산은 작지만 어느 산 못지 않다.
장군봉을 향하여!!! 이 사진에는 장군봉이 안 보인다. 장군봉을 만나려면 여기서 대여섯 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 한다. 장군봉에서 신선봉쪽으로 서진하기보다 신선봉에서 장군봉쪽으로 동진하는 경우에 경사가 더 심하다. 이건 다른 산들에 견주어 생각할 때 이상한 일이다.
장군봉으로 가면서 돌아다 본 계룡의 봉우리들. 참으로 단단하고 단단한데도 묘하게 다정한 봉우리들이여, 안녕!
첫댓글
3사5봉이 아니라 3사6봉
다녀오셨군요...
와~ 이 더운날에 대단하네요.
요즘 습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듯 흘러 내리는데..
3사5봉보다 더 힘든 3사6봉을..
ㄷㄷㄷㄷ
감사합니다, 얌얌님.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내시길 기도합니다.
발이 굉장히 빠르네요
더운날 어떻게 이런속도로 다니시는지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돌이 몹시 미끄러워서 빨리 걸은 건 아니고요, 그저 꾸준히 ~ ^^
멋진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다시 가고픈 3사5봉 입니다
반갑습니다, 범지기님. 찌는 장마 속에서도 배롱꽃이 만발하듯 멋지게 지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