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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세상, 크비바니 별을 찾아서
크비바니별은 지구로부터 62억 광년 떨어진 은하계에 떠 있는 생명의 별이었다. 크비바니 별이 떠 있는 세상은 지구와 동일권의 우주영역이었다.
44개에 속한 우주정거장을 지나고 지나서 32번 정거장에 이르니 아름다운 자연세계가 존재하는 크비바니별이 나타났다.
크기는 지구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별이지만, 그 세상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신비한 모습의 자연세계가 오밀조밀 펼쳐진 세상이기도 했다.
그 세상에도 25억 명의 인류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그 세상 어디에서도 큰 소리가 들리거나 싸움 소리가 들리는 장면을 목격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그 세상에서는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동물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숲 속에는 아름다운 새들이 날아다니며 살고 있고 다양한 동물들도 뛰어다니며 살고 있지만, 그곳에서는 어떤 동물이나 새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크비바니별에서 살고 있는 인류들은 모두 말을 못하는 벙어리였고, 인간들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소리를 내는 기관이 퇴화되어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비바니별을 침묵의 세상이라고 불렀다.
25억의 인구가 살고 있는 크비바니별에도 인류의 뛰어난 문명세계가 펼쳐지고 있었고, 그 문명은 지구보다 앞서 있었다.
크비바니 인류들이 살고 있는 집들은 모두 뛰어난 작품들이었으며 집안에 갖추어져 있는 가재도구나 생필품들이 모두 최고의 장인들이 만들어 놓은 명품들이었다.
크비바니 인류들은 아주 작은 물건을 만들어도 온갖 혼을 불살라서 최고의 명품으로 만들었으며, 그 섬세함과 정교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크비바니 인류들이 만든 물건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섬세하고 정교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간단했다.
크비바니 인류들은 말을 할 수도 없고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도로 집중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하찮은 물건을 만들더라도 모든 심혈을 기울여 정성을 다해 만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타고 온 UFO 분체를 숲 속에 세워 두고 크비바니 인류들의 마을로 내려와 거리를 거닐면서 그 마을의 인류들이 타고 다니는 교통편을 이용해 보았다.
크비바니 마을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교통편은 무동력으로 움직이는 수레였다. 그 수레는 사람이 끌거나 동물이 끌지 않았고 굴러가는 바퀴는 있었지만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 동력장치도 달려있지 않았다.
무동력의 어떤 힘이 수레의 바퀴를 굴러가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수레가 굴러가는 속도는 느리고 천천히 움직였다. 소나 말이 끄는 마차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마을의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무동력 수레의 힘이었다.
무동력 수레의 느린 속도만큼이나 크비바니 인류들의 삶도 서두르는 모습이 없었고 여유가 넘쳤다.
크비바니 마을에는 시장이나 물건을 파는 장소는 발견할 수 없었는데 끼리끼리 모여서 무언가 삶을 즐기는 모습들은 여기저기서 자주 눈에 띄었다. 어떤 이들은 천천히 거리를 걷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나무그늘에 앉아서 손짓과 몸짓을 이용해서 잡담을 나누기도 하며 전혀 구속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말은 못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모든 마을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평안함이 넘치고 있었다.
그들에게 묻거나 들어 보지 않아도 삶의 여유가 넘치는 모습들이었다.
크비바니 마을의 집들은 여기저기 띄엄띄엄 지어져 있는데 모든 집들과 연결된 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마을의 거리를 굴러다니는 무동력 수레는 한꺼번에 50명 정도의 사람이 탈 수 있었고, 수레를 탈 때 돈을 내거나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았다.
무동력 수레는 천천히 마을의 거리를 굴러다니며 어디서나 마을 사람들이 손을 들면 멈춰서 태워 주고, 내려 달라고 하면 내려 준 후 다시 굴러가곤 했다. 무동력 수레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한 사람을 위해서도 천천히 굴러가 내려 주거나 태워 주고 떠났으며, 함께 타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바쁘니까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우편배달부가 산골의 먼 집까지 돌며 편지를 나눠 주듯, 무동력 수레는 마을의 모든 집집마다 돌고 순회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착한 발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무동력 수레가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모든 마을 사람들의 발이되어 주려면 온종일 걸리고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무동력 수레는 집집마다 돌며 짐과 인원을 수송할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마을과 마을, 그리고 더 멀리 떨어진 장소까지도 천천히 굴러다니며 크비바니 인류들의 여행을 도와주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무동력 수레를 타고 멀리까지 여행하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리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렇게 여유로운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이 크비바니 인류들의 모습이었다.
다행히 무동력 수레는 모든 마을마다 여러 대 넉넉하게 굴러다니고 있어서 크비바니 인류들이 교통문제로 애로를 겪는 일은 볼 수 없었다.
아니와 나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무동력 수레를 이용하여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면서 크비바니 인류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골고루 구경했다. 그 세상은 지구보다 하루가 매우 짧았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하루 동안 여행을 해도 많은 것을 구경하기는 어려웠다.
UFO를 타고 둘러보면 크비바니 전 세상을 구경하는 일은 잠깐이겠지만, 우리들은 일부러 천천히 움직이는 무동력 수레를 타고 크비바니세상을 둘러보며 여행을 시작했다.
무동력 수레를 타고 서두르지 않는 크비바니 인류들과 함께 여행을 하는 아니와 나의 마음도 저절로 여유가 생기며 서두르는 생각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세상은 반드시 빠르게 움직이며 사는 것이 행복하지 않고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사는 것도 나름대로 별미를 즐길 수 있는 행복이라고 느껴졌다.
크비바니별이 침묵의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바람이 불면 바람 소리도 들리고 비가 내리면 빗소리도 들리며 파도가 치면 파도 소리도 들렸다. 그러한 자연의 소리를 크비바니 인류들이 듣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가엾기도 했지만, 그들은 느낌과 영감으로 우주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즉 듣지 못하는 크비바니 인류들은 마음속의 귀가 있어서 우리들이 들을 수 없는 마음의 소리와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진실과 감각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장점일 수도 있었다.
크비바니 인류들은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서로 구분해서 불러야 할 이름도 없었다. 즉 크비바니 인류들의 세상은 우주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세상이라고 소개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이름도 없고 동물의 이름도 없으며 살아 있는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것이나 특별히 그것이 그것이라고 호칭할 수 있는 이름이 없는 세상이었던 것이다.
그 이름 없는 세상에서 아니와 나는 특별히 아름다운 것들을 만나면 이름을 붙여 주었다. 꽃의 이름도 붙여 주고 동물의 이름도 붙여 주고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름도 붙여 주었다.
우리가 붙여 준 사람의 이름 중에 브스디, 츠디으며, 우무시, 루초시 등등의 이름이 있었다. 이름의 큰 의미는 없었고 사람이 생긴 모습과 특징을 나타내는 미녀, 진실, 사랑, 다정 등의 뜻을 나타내는 이름들이었다.
우리들이 크비바니 마을에서 처음으로 만나 본 사람은 브스디란 이름을 붙여 준 여인이었다. 아름답고 청순한 여인이었다. 나이는 젊어보이지만 몇 살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그들 세상에서는 시간이라든가 나이의 개념을 정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도 누가 젊은이인지 누가 늙은이인지 구분하며 살지도 않았다.
물질적 시간은 흐르지만 개념적 시간은 존재하지 않은 크비바니 세상에서 나이를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만난 브스디란 여인도 지구의 나이로 생각하면 스무살 안팎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는데, 그 정도의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인들이 마을에 많이 살고 있어서 진짜는 젊은이인지 늙은이인지 판단할 방법은 없었다.
브스디 여인에게 우리는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는 내용도 설명해 줄 수 없었고, 나는 지구에서 아니는 샤르별에서 찾아온 외계인이란 사실도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브스디 여인을 UFO에 태우고 크비바니 상공으로 날아올라 온 세상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제야 브스디 여인은 우리들이 우주의 다른 세상에서 찾아온 외계인이란 사실을 눈치채는 모양이었다.
크비바니별은 지구보다 인류의 역사도 길고 뿌리 깊은 문명이 발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날아다니는 교통편이 발달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가 태워 준 UFO를 보고 금세 우주의 외계에서 찾아온 존재들이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UFO에는 외계의 존재들과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만유통역변환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그녀와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일이 가능했다.
만유통역 변환장치는 소리는 듣지 못해도 우주의 공통언어인 텔레파시를 이용해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처음 만난 우주의 다른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그녀와 대화를 나눈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아니와 내가 번갈아가며 질문했고 크비바니별의 여인 브스디는 우리들의 질문에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 나갔다.
"우리들은 외계에서 왔고 우주를 여행하는 중이다. 당신은 당신이 살고 있는 이 별 외에도 우주에 다른 문명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왔는가?"
"물론이다. 우리는 우주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빛 중에 또 다른 인류의 세계와 생명의 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었다."
“이 UFO를 타고 당신의 세상을 눈 깜짝할 사이에 구경을 마친 소감은 어떠한가?"
“경이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안이 벙벙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영적인 집중을 통해 초현실적 사건들을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이 통상적으로 경험해온 초현실의 현상일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번에도 내가 영적인 집중에 빠져 있었고 그 순간 당신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져 영적교류의 한 현상일 것으로 생각했다."
“영적집중이란 무슨 뜻인가?"
"우리들 세상의 마음수행 방법이다. 우리들은 스스로 내 안의 세계와 교류를 나누기 위해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집중을 하면 다양한 세상을 만나게 되고 다양한 초현실적 현상을 체험하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들 영혼은 날로 성숙해지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당신들은 우주와 하늘을 향해 영적인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지 않고 자아 속에 감추어진 세상과 교류를 나누려는 의미가 무엇인가?"
“내 안의 세상을 깊게 여행하다 보면 우주를 만나고 하늘을 만나며 천상계의 위대한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 당신들과 만남을 가지며 특별한 체험을 하는 것도 내 안의 세상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현상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당신들은 귀를 통해 세상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입을 통해 어떤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지도 못한다. 이 점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들은 마음속의 귀와 마음속의 입을 통해 무엇과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마음속의 귀를 열면 세상의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없고, 마음속의 입을 통해 어떤 의사표현도 못하는 경우가 없다."
"당신들의 세상에는 시간이 멈추어져 있고 당신들은 나이를 모르고 살아간다. 우리들 세상에서는 해가 지면 하루가 가고 해가 바뀌면 또한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해가 뜨고 지는 기준을 바탕으로 시간을 정하며, 해가 바뀌는 기준으로 나이를 정한다. 이 점에 대하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들 세상에서 시간이란 의미도 세월이란 의미도 크지 않다. 해가 뜨고 지는 것 같지만 해는 그 자리에 있고 세월이 흐르는 것 같아도 시간은 멈추어서 있을 뿐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시간이며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세월로 여기면서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당신들의 삶이 가엾게 느껴진다.”
"당신들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서두르거나 빨리 이동하려는 모습들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람들이 걷는 모습이라든가 수레가 굴러다니는 모습이라든가 전혀 시간과는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느리고 천천히 살아가는 당신들의 삶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그렇게 질문하는 당신들의 의도가 더 의아스럽게 느껴진다. 빨리 움직이고 빨리빨리 인생을 산다고 하여 행복이 더해질 수는 없는 일이다. 행복이 더해질 수 없는 일을 자청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우리들 세상의 인류들이 천천히 여유롭게 살아간다고 하여 불행이 더해지는 일을 보지 못했고 문명의 진화가 더디 이루어지는 현상도 보지 못했다. 인생이란 여유로움과 즐거움을 가지며 사는 것이 중요하고, 서두르거나 빨리빨리 인생을 역주하며 살아가는 습관은 오히려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당신들이 타고 다니는 UFO가 초광속으로 우주를 날아다닌다고 하지만 조금도 부러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당신들 세상에서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보려는 의식들은 갖추고 있지 않은가?"
"남보다 잘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남보다 잘 사는 것이 행복인가, 우월의식인가? 당신은 참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내게 던지고 있다. 우리들 세상에서 남이라고 하는 대상은 없다. 모두가 우리라는 공동체만 존재할 뿐이고 그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남보다 잘 살려고 노력하지 않고 함께 행복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당신들 세상의 인류는 25억 명 정도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들의 세계에도 25억의 인류를 이끌고 가는 통치자가 존재하는가?"
"우리들 세상에는 통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왕도 없고 권력자도 없다. 단 스승은 존재한다. 스승은 스승이라고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영적으로 크게 열린 대상을 찾아가 배움을 청하곤 한다. 그 스승의 가르침대로 우리들은 스스로 질서를 지키고 할 바를 다하며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듣지도 못하고 말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스승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나?"
"우리들 세상에는 입을 대신하는 아름다운 글이 존재한다. 그 글을 통해서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 토론을 나누기도 하며 스승의 가르침을 전달받기도 한다."
"당신은 남편과 자녀와 가정을 소유하고 있는가?"
"남편도 있고 자녀도 있다."
“남편은 아내인 당신을 사랑하며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는가?"
“부부의 개념이란 사랑을 전제로 한다. 우리들 세상에서 사랑이 소멸된 관계를 부부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들 세상에서 효도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으며 서로 공경하며 살아갈 뿐이다. 부모가 자식을 공경하고 자녀들이 부모를 공경하는 관계는 수직이 아니라 수평적이다. 우리들 세상의 모든 관계는 공경을 바탕으로 한 수평적인 질서만 존재하고 있다.”
"당신들 세상에도 종교와 신앙이 존재하는가?"
“우리들은 하늘과 땅을 믿고 스스로를 믿는다. 하늘은 우리들 영혼의 뿌리요 땅은 우리들 생명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스로는 하늘과 땅에서 유아독존적 존재로서 그 하나를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라고 우리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스스로를 믿고 스스로를 공경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빛내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들은 하늘과 땅을 섬기듯 스스로를 잘 섬겨야 축복된 삶을 보장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들 신앙의 주체는 항상 스스로이다.”
“당신은 사후세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후세계는 현실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의 모든 속성이 그대로 유지되는 현상이 사후세계라고 생각하며, 사후세계에는 본래에 없던 나의 속성이 나타나 갑작스런 변화가 나타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 속에서 아름다운 속성을 가꾸기 위해 마음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노력하고 있다."
"당신과의 대화는 유익했고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들을 알려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들 세상으로 돌아가서도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살 것이다."
"나도 당신들을 만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나의 말을 경청해주어 감사하다. 당신들이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칠 때까지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빌겠다.”
브스디 여인과 대화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크비바니 세상을 여행했다. 크고 작은 마을과 산과 들을 찾아가 보고 바다도 찾아가 보았다.
천천히 살아가는 크비바니 인류들만큼이나 산과 들에서 살아가는 동물들도 인간들을 닮아서 느리게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크비바니 산과 들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큰 동물이 나타나거나 사람이 나타나도 피할 줄을 모르고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며 살고 있었다.
동물들도 사람을 닮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귀여운 동물을 만나면 마음껏 쓰다듬어 주고 만져볼 수 있었으며 맛있는 먹이를 찾아 던져 줄 수도 있었다.
흐르는 시냇물도 흘러가는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고 하늘에 떠가는 구름도 느리게 움직이며 활동하는 무엇도 느릿느릿 천천히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마을을 찾아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무엇 하나 천하태평이 아닌 것은 없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집을 짓는 사람이나 들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도무지 서두르는 표정들이 없었다.
지금 못하면 나중에 하고 오늘 못하면 내일 하자는 행동으로 성미 급한 사람이 보면 속이 터질 만큼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할 짓은 다 하고 사는 것이 크비바니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친구가 오면 멈추고 몇 시간이고 앉아서 몸짓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몸짓 대화는 손짓발짓을 섞어 가며 온몸으로 표현하는 대화로써, 수화로 나누는 대화와는 표현이 달랐다.
친구가 돌아가면 그제야 멈추었던 일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크비바니 사람들의 평소 습관인 것 같았다. 즉 시간이란 단어가 사라져 버린 세상의 사람들답게 어떤 일이든 시간적 관념을 버리고 정해진 시간이나 기간이 없이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크비바니 인류들의 습관인 것 같았다.
'시간이란 관념이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언제까지 마쳐야 한다는 목표가 없고, 삶의 일상 속에서 틈이 생기면 일을 하지만, 삶을 즐기다 일할 틈이 없을 때는 언제까지나 하던 일을 멈추고 중단하는 사람들…. 아마도 우주에서 가장 게으르고 태만한 존재들이 있다면 크비바니 세상의 인류들이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으리라.
크비바니 인류들을 생각하면 지구의 나무늘보가 생각나곤 했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도망치거나 뛰어갈 줄을 모르는 나무늘보가 크비바니 인류들의 삶을 그대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태만하고 게으르게 살면서도 크비바니 인류들의 삶은 윤택하고 풍요롭기만 했다. 게으르고 나태하며 삶의 여유는 다 즐기면서 언제 그렇게 할 일은 다하는지 의아스러울 만큼 크비바니 인류의 삶은 부족함이 없이 넉넉해 보였다.
크비바니 인류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급하고 서두른다고만 잘사는 것도 아니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지런히 땀 흘리며 일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지구 인류들의 통념적 사고방식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크비바니 인류들의 행동은 게으르지만 일을 하거나 물건을 만드는 손놀림은 정교했다.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상상력을 초월할 만큼 높았고,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서 하는 일들은 완성속도가 놀랄 만큼 빨랐다.
게으른 만큼 일을 완성하는 속도는 빠르다는 결론이었다.
크비바니별에서 살아가는 인류들은 지구보다 생활수준은 높지만 현대화된 문명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교통편도 없고 지상을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도 없으며 높이 올라간 빌딩 같은 건물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크비바니 인류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화려하고 풍요로움으로 가득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아름다운 의상, 보석처럼 빛나는 장신구들, 정교한 장식물로 꾸며 놓은 고급스런 주택들, 집안에 놓여 있는 화려하고 다양한 생활용품....
집 주변에는 화사한 꽃들을 가꾸고 보기 좋은 열매들이 주렁주렁달려 있었으며, 집안과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상한 향기가 발산하고 있었다.
듣지 못하고 말을 못하는 대신 시각과 후각으로 즐길 수 있는 문명은 지구 인류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발달해 있는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현대화된 시설만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고방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 주는 세상이 크비바니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아니는 크비바니 인류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생영상으로 촬영해서 전자책에 저장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생영상으로 저장시키면 살아 있는 것들의 냄새와 향기까지 재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책에 저장된 내용은 살아 있는 모습 그대로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아니는 전자책을 이용해서 크비바니 세상의 살아 있는 모습을 담아갈 수 있지만 나는 그러한 수단이 없으니 마음속에 저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와 나는 크비바니 세상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던 중 숲 속에 고여있는 온천탕을 만났다. 온천탕 주변으로 아름다운 화초들이 자라고 있고 향기로운 풀과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자라고 있었다.
온천탕에서는 수증기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그 속에서 야외 온천욕을 즐기는 크비바니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남녀가 섞여 있었고 나이는 구분할 수 없었다. 그 세상 사람들의 특징은 누구도 얼굴에 주름이 없고 피부가 탄탄해 보이기 때문에 늙은이인지 젊은이인지 분간할 방법이 없었다.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은 남녀 모두 옷을 벗고 있었고 우리도 그들과 온천욕을 즐기기 위해 옷을 벗고 온천탕의 물속으로 들어갔다. 온천탕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모르지만 우리들이 낯설게 느껴지는지 모든 시선이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우리들의 피부와 신체구조를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
같았다.
그러든 말든 아니와 나는 태연하게 행동하며 그들 곁으로 다가가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갔다. 나는 집중되는 시선들이 부담스러워 안절부절 못하는데 아니는 대담스럽게 행동했다.
물속에 담그고 자리를 잡은 아니는 온천욕을 즐기는 낯선 사람들을 향해 한 사람 한 사람 시선으로 제압하기 시작했다. 아니가 맑고 큰 눈빛으로 온천탕에 앉아 있는 사람들과 눈맞춤을 시작하자 모두들 긴장된 모습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크비바니 사람들은 서로 몸을 기대기도 하고 어루만져 주기도 하면서 다정함을 표시하고 있었는데, 아니도 거리낌 없이 그들 곁에 다가가 낯선 사람들의 몸을 어루만져 주거나 포옹하기도 하고 손을 잡아 주기도 했다.
아니는 금세 그들의 온천욕을 즐기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선보이며 친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아니처럼 따라서 해보니 단숨에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크비바니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지구 인류와 신체구조가 다르지 않았다.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남녀 성의 구분이 뚜렷하고 신체구조 어느 한 부위도 색다른 점이 없었다.
모두들 옷을 벗은 채로 물속에 있지만 여자이든 남자이든 자유롭게 물 밖으로 몸을 드러내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자와 남자의 신체구조를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크비바니 여성들은 자신들이 옷 벗은 모습을 남자들이 쳐다보아도 수줍어하거나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나는 크비바니 여성들의 조각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바라보며 눈을 뗄 수 없었다. 지구에서라면 그러한 나를 음탕한 놈이라고 흉볼 법도 하지만 그곳에서는 상관없는 행동이었다.
여성의 알몸을 넋 놓고 바라보다 시선이 마주치면 상대의 여성은 난처한 표정을 짓지 않고 가벼운 미소를 보여 주곤 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으니 답답한 생각도 있었지만 묵언의 표정으로는 많은 느낌들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들이 아니와 나를 어디서 온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던 분위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우호적으로 변해 가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란 우주 공간 어디서나 정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 같았다.
결국 인간의 본성은 선도 악도 아닌 정인 것인가?
그러한 의문을 스스로 가져보는 시간이었다.
크비바니 세상은 공기도 맑고 물이 맑기로 유명했다.
어디에도 산업을 일으키는 공업시설들이 없으니 물과 공기가 오염될 이유가 없고, 소비문화가 발달해 있지 않으니 인간들의 손에 의해 환경이 오염될 이유도 없었다.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니 많은 종류의 물고기들이 떼 지어서 몰려다니며 헤엄을 치고 있었고, 물새들은 맑은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손쉽게 먹이를 잡고 있었다.
바다도 맑고 푸르렀으며 그림처럼 예쁜 섬들이 여기저기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맑고 푸른 바다 위에는 빠르게 달리는 기관선박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나룻배나 돛단배는 자주 눈에 띄었다. 지구에서 어릴 적에 보았던 모습들이 크비바니 세상의 바다 위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아니와 나는 돛단배 한 척을 빌려서 얻어 타고 저 멀리 보이는 바다 위의 섬을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바다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고 물결도 일렁이지 않아서 바람에 의해 움직이는 돛단배의 기능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천천히 노를 저어서 멀리 보이는 섬을 향해 다가갔다.
어릴 때 나룻배를 타고 바다낚시를 다녔던 경험이 있어서 돛단배를 노 저어 가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노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몇 번 연습해 보니 돛단배가 앞으로 잘 나아갔다.
우주의 어떤 세상에서 태어나 살아가더라도 인간들의 지혜는 비슷하다는 증거였다.
돛단배를 타고 간 섬에 오르니 여기저기 높은 돌탑들이 눈에 띄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에는 여기저기 숫자도 헤아릴 수 없는 돌탑들이 세워져 있었다.
높이 쌓은 돌탑은 자그마치 100미터에 달하는 것들도 있었다.
돌탑의 정체를 알 수 없어 궁금했는데, 섬의 높은 위치에 올라가 아니가 망원장치를 이용해서 섬 전체를 살펴보니 멀리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모습들이 보인다고 했다.
아니와 나는 그곳을 향해 다가가 보니 몇몇 사람들이 돌탑을 쌓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들이 다가가도 돌탑을 쌓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할 일만 계속했다.
돌탑을 쌓는 일은 어떤 기계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일이 아니고 오로지 사람의 손만을 이용해서 노동으로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돌탑을 쌓는 돌의 무게는 대충 어림잡아서 작은 것은 20kg, 큰 것은 50kg에 달했다.
그러한 돌을 하나하나 놓아가며 100미터 높이까지 쌓아 가려면 힘든 노동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돌탑을 쌓는 과정은 높은 곳까지 돌 하나씩을 메고 올라가서 얹어 놓은 다음 내려오는 일을 반복하는 힘든 작업의 과정이었다.
100미터 정도의 돌탑을 쌓기 위해서는 높이 올라갈수록 좁아지지만 터를 잡아 시작하는 부분은 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돌멩이의 숫자도 많이 필요했다.
그렇게 많은 돌을 바닷가에서 하나하나 어깨에 메고 와서 돌탑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힘들고 어렵게 돌탑을 쌓는 사람들의 표정은 성자의 모습처럼 거룩해 보이고 진지하기만 했는데,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누구를 붙들고 돌을 쌓는 작업의 의미와 자초지종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니는 무선통신을 이용해서 육지에 세워 두고 온 UFO 분체를 향해 호출신호를 보냈다. 곧 UFO와 교신이 이루어지고 우리를 태우고 다니던 UFO 분체가 무인조종에 의해서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UFO에 설치되어 있는 만유통역 변환장치를 이용해서 돌탑을 쌓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들은 이 세상이 아닌 우주의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고 우주를 여행하다가 당신들의 별나라를 방문하게 되었다."
"알고 있다. 당신들의 이색적인 차림새와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구는 우리들 세상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행동이 무례하게 느껴지지는 않나?"
"그렇지 않다. 우리들에게는 일보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먼저이다. 즉 우리들 세상에서 아무리 소중한 일도 사람보다 먼저인 것은 없다. 당연히 우리는 우리를 찾아 준 친구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할 예의가 있다.”
“그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편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무언가 우리들에게 묻고 싶은 궁금증이 있는 것 같은데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 친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겠다.”
“역시 당신들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마음의 눈을 가졌구나. 우리가 궁금한 점은 돌탑에 얽힌 사연이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쉬지 않고 이렇게 많은 숫자의 돌탑을 쌓아야만 하는가?"
“돌탑을 쌓는 일은 마음수행의 과정이다. 우리들은 지금 돌탑을 쌓으며 마음을 수행하는 중이며, 이 돌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저절로 큰 기운을 받아서 정화가 이루어진다. 당신들도 정성스럽게 높이 쌓아올린 돌탑을 바라보니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어 가는 느낌을 받지 않는가?"
"당신들의 설명은 사실이다. 역시 우리들 마음이 돌탑을 바라보면서 안정되고 차분해지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당신들은 평생 동안 이처럼 돌탑을 쌓는 일만 열중하나?"
"우리들은 우리들의 본연의 임무도 있고 돌탑을 쌓는 일은 마음수행의 과정으로 진행한다."
"돌탑을 쌓는 과정과 마음수행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돌탑을 쌓아 가는 과정의 그 자체가 마음수행이다. 그리고 우리가 쌓아 놓은 돌탑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음수행의 도움을 얻어 간다. 우리들이 돌탑을 쌓으면서 마음을 수행하는 과정도 행복하고 많은 사람들이 돌탑을 찾아와 돌면서 마음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기쁨이며 행복이다.”
“돌탑을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저쪽 개울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숲 속에 돌탑공원이 있다. 그곳에 가면 돌탑을 돌면서 마음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돌탑공원은 우리들의 작품이다."
“돌탑공원을 찾아가면 마음 수행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가?"
"방해되지 않는다. 마음을 수행하는 도중에도 반가운 친구가 찾아오면 얼마든지 행복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우리들 세상에는 아무리 중요한 의식이라 해도 격식이 없으며, 찾아오는 사람을 반기고 귀하게 대접하는 일이 최고의 격식이며 예의이기도 하다. 친한 대상이라고 반기고 낯선 대상이라고 푸대접하지 않는다. 낯선 사람에게 오히려 더 큰 친절을 베푸는 것이 우리들의 관습이다."
“당신들은 아무리 중요한 일을 하다가도 친구가 찾아오면 중단하는 모습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던데…. 좋은 모습인지 나쁜 모습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리 중요한 일도 친구보다 중요하고 사람보다 중요하겠는가? 우리들은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사람보다 우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
는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늦어지면 곤란해지는 일들이 있지 않는가? 친구들과 놀 때는 놀고 사람들과 만날 때는 만나더라도 중요한 일이라면 먼저 끝내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는가?"
"당신들의 주장이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들 세상에서는 사람보다 우선인 것은 없다. 우리들 세상에서는 모든 일을 사람을 우선으로 살아가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기는 일보다 급한 일은 우리들 세상에서 존재하지 아니한다."
“인생과 삶을 즐기는 일이 우선이고 나머지는 어떤 중요한 일도 다음이란 뜻인가?"
"그렇다. 우리들 세상에서 행복한 인생과 즐거운 삶을 위해서 모든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 외 다른 중요한 일을 위해 인생과 삶을 소비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고 모두들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무조건 게으르고 나태하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집중해서 일을 할 때는 단숨에 무서운 속도로 끝마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들 세상의 전체적인 모습은 풍요롭고 넉넉한 세상이라고 설명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좋은 말을 많이 들려주어서 고맙다. 그리고 많은 것을 깨닫고 지혜를 얻게 되었다.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당신들과의 만남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 좋은 구경 많이 하고 떠나기를 기원하겠다."
우리는 돌탑을 쌓는 사람의 이름을 츠디으미라고 지어 주었다. 그 이름의 뜻은 진실이었다. 츠디으미와 헤어지고 나서 우리는 그 섬의 개울을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갔다.
그 산모퉁이에 많은 돌탑이 세워진 돌탑공원이 있었고, 돌탑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돌탑의 주변을 돌면서 마음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치 지구에서 절을 찾은 사람들이 탑돌이를 하는 모습과 너무 비슷했다. 사람 사는 모습은 우주 공간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지로 돌아와서 사람들이 집 짓는 장소로 구경 갔다.
돌을 주어다 축대를 쌓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목재를 깎고 조각을 새기는 사람도 있었고,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사람도 있었고, 흙을 반죽하거나 장식을 붙이는 사람 등 다양한 일들을 분업으로 조를 짜서 집을 짓고 있었다.
모두들 진지한 표정으로 집중해서 각자의 분담된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서두르거나 급하게 움직이면서 일하는 모습은 없었다.
규모가 큰 집은 아니었지만 일하는 속도로 보아서 수년은 걸려야 건축을 끝낼 것 같았다. 지구에서 그 정도의 건물이라면 늦어야 한 달 이내에 마쳐질 것이다.
집 짓는 장소를 몇 군데 더 구경했지만 상황은 비슷비슷했다. 아마도 집주인이 바라본다면 일꾼들이 마음에 안 들어 짜증을 낼 것만 같았다.
느리게 천천히 일을 하면서도 친구들이 찾아오면 다 만나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함께 어디론가 떠났다가 일을 다 본 후 집 짓는 일을 시작하는 일꾼들의 모습은 천하태평 그대로였다.
아니는 그러한 모습들을 모두 생영상으로 촬영해서 전자책에 저장시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에서 집 짓는 한 인부를 만나서 대화를 시도했다.
그 인부는 우리들의 시도에 쾌히 응했다. 손짓으로 부르니 아무 거리낌 없이 우리들에게 다가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짓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에게 통하는 의사전달 수단인 것 같았다.
UFO의 만유통역 변환장치를 이용해서 인부와 대화를 시작했다.
“이 집의 주인은 누구인가?"
“우리 친구의 집이다."
“당신들은 품삯을 받고 일을 하는가?"
"우리들 세상에서 품삯 받고 일하는 제도는 없다. 우리 친구의 집이니까 친구인 우리들이 함께 협력해서 좋은 집을 지어 주고 있는 중이다.”
“아무리 그래도 일하는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 이처럼 천천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주인이 속탈 것 같다. 일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일이라면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들은 자신의 일이든 남의 일이든 서두르는 법이 없다. 어차피한세상 살다가는 인생들인데 무엇이 급하고 답답해서 서두르겠는가? 그러한 질문을 하는 당신들의 생각이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집 한 채를 지으면 얼마나 많은 기간이 걸리는가?"
"우리들 세상에서 시간을 측정하는 방법은 없다. 시간이 없으니 기간도 측정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들은 하늘의 섭리대로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고 한세상을 풍자하며 살아갈 뿐이다. 우리들의 인생은 항상 행복하고 즐겁다. 행복하고 즐거운 이 세상이 곧 우주의 낙원이다. 우주의 다른 공간에 아무리 좋은 낙원이 있다 해도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보다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행복하고 아름다운 낙원을 선물한 창조주에게 우리는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당신들 세상에서도 하늘을 믿고 신앙이 존재하는가?"
"우리들 눈에 보이는 현실의 모습이 곧 하늘이며 창조주의 음성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하늘의 음성을 직접 듣지 않아도 창조주의 가르침과 섭리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들은 평소의 삶을 통해 신앙을 실천하며 마음속에 하늘을 담고 살아간다. 당신들의 눈에 보이는 우리들의 삶이 곧 우리들의 신앙이다. 당신들의 눈에 보이는 우리들의 모습이 곧 창조주의 참모습이다. 우리들의 삶은 창조작업의 연속이니까."
"우리들은 지금 당신들과 헤어지면 다시 우주로 날아가 새로운 세상들을 방문하고 새로운 구경을 시작할 것이다. 당신들은 우주에 대하여 궁금한 생각이 없는가?"
“우리의 마음속에 우주가 가득하다. 우주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서 또 다른 우주가 궁금하겠는가? 우리는 아직 우리 마음속에 품고 있는 우주도 다 여행하지 못했다. 곧 우리들 마음속에는 무궁한 우주의 공간이 존재하고, 그 우주의 공간에는 끝없이 체험할 수 있는 세상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들은 멀리 보이는 우주가 궁금하지 않고 마음속의 우주가 더 궁금하다."
"당신들의 마음속에는 큰 지혜가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당신들의 가르침은 누구로부터 얻고 있나?"
"우리들 세상에는 대각성의 성자가 살고 있다. 그 성자의 가르침을 우리들은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당신들은 참 훌륭한 성자를 스승으로 모시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의 섭리에 따라 욕심 없이 살아가는 당신들의 삶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우주의 다른 세상을 찾아가거든 우리들의 삶을 잘 전달해다오.""그 약속을 지키겠다."
우리들은 대화를 나눈 인부의 이름을 스디쇼디라고 지어 주었다. 그 이름의 뜻은 인연이란 의미였다.
스디쇼디와 헤어진 후 우리는 다시 UFO의 분체를 타고 크비바니별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본체로 돌아왔다. 작은 별이었지만 볼거리는 많았다.
25억의 많지 않은 인류가 살아가는 별이었지만 배울 점이 많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3 <4차원 문명세계를 향한 UFO 여행기> - 박천수著
첫댓글 정.사람중심.우주는 내 마음 안에...
네 맞습니다
정 사람 중심 내가 바로 우주
감사합니다 ~~
@니디기오스
@그릿
참 배울점이 많은 행성이군요. 물질도 의식도 황폐해버린 지구는 반성을 해야할듯 합니다~~
네 맞습니다
신비하고 배울점이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