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연휴를 이용해 칭다오 여행을 다녀왔다. 남편이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간 모처럼의 휴식 시간. 두 딸과 가볍게 다녀올 여행지를 찾던 중 눈에 들어온 장소, 칭다오. 둘째 아이가 중국어에 한 참 재미를 붙이고 있는 터라 중국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큰 아이도 적극 찬성했다.
칭다오는 우리나라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제주도를 다녀오듯 비용과 시간 부담이 없는 여행지이다. 하지만 남편 없이 두 딸을 데리고 가는 여행이어서인지 혼자 여행을 계획할 때보다 긴장됐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주일을 꼬박 중국어 공부와 일정을 계획하는데 소비했다.

칭다오 류팅공항에서 황다오시 호텔까지
여행당일 새벽 인천공항까지 차를 운전하고 가며 한 번 길을 잘못 들어서기는 했지만 비교적 큰 문제없이 공항에 도착해 공항주차요원에게 차를 맡기고 수속도 잘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순조로운 느낌.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까, 벌써 칭다오 류팅공항에 도착했다. 류팅공항은 우리나라 고속터미널 정도의 크기로 비행기에서 내려 수화물을 찾아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중국은 여권과 실제 얼굴 모습이 조금 틀릴 때 입국수속이 순조롭지 않다. 지난번 상해에 갔을 때도 따라오라며 별도의 공간에서 입국수속을 하더니 이번에도 여지없이 따라오란다. 요원 몇 사람이 여권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 고개를 갸우뚱, 급기야 주민등록증까지 제시하고서야 통과할 수 있었다.
자유여행의 재미는 호텔부터 관광지까지 낯선 곳에서 스스로 찾아다니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공항버스와 택시를 이용해 도착한 호텔에서는 마침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어 입구가 온통 축제분위기다. 이렇게 우연히 중국의 결혼식을 보게 되다니 아이들과 마치 가족 친지의 결혼식에라도 참여한 듯 사진을 찍고, 있는 힘껏 박수를 치며 한동안 하객이 되어 결혼식을 즐겼다.
호텔 체크인은 오후 두시로 되어 있었지만 첫날 묵은 호텔은 물론 둘째날 호텔도 모두 오전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해주어 편리했다. 칭다오 힐튼골든비치호텔이 위치한 황다오는 관광할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호텔에서 나와 점심을 먹기 위해 황다오 시내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한국인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반겨준 황다오 맛집
황다오의 맛집은 미리 검색하고 갔던 곳인데 도착하니 문을 열지 않은 듯 조용하고 입구가 어두웠다. 오늘은 문을 닫는 날인가 했는데 직원의 모습이 보였고 작은 아이가 중국어로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하자 이층 방으로 안내했다. 이곳 뿐 아니라 이후로 들린 유명한 맛집 중 몇 곳도 입구가 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주문과 동시에 불을 밝히는 것은 이곳 식당들의 특징인 듯싶다.
황다오는 황다오시정부가 위치한 곳으로 우리나라의 과천과 같은 느낌의 정돈된 느낌의 도시다. 여름에는 호텔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골든비치 해수욕장이 있어 여행하는 사람이 많지만 겨울 비수기에는 외지인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식당 주방은 갑자기 들어온 한국인 관광객에게 최상의 음식을 대접하기라도 하겠다는 듯 활기차게 움직였다. 패키지로 중국여행을 할 때는 가이드가 알아서 주문을 해주어 음식 양이 많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직접 주문해 보니 1인분 음식이 두 사람이 먹어도 될 만큼 양이 많다.
첫째 날은 가볍게 황다오 이온 마트와 우이산 시장을 관광했다. 우이산 시장은 중국의 전통 시장답게 겨울인데도 노점이 많았다. 노점에서는 주로 과일, 잡곡 등 농산물을 팔았고 돼지, 닭 등 고기들을 매끈하게 손질하지 않은 채 갓 잡은 모습 그대로 고리에 매달아 놓아 신기했다. 이맘때 중국의 귤이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우이산 시장에서 한 무더기 샀다. 노점이지만 무게를 달아 팔았는데 30위안(약 6000원)에 비닐봉지에 한 가득 담겨졌다. 타지라 더 달라는 소리도 안했는데 과일 파는 아주머니가 한 움큼이나 더 담아주며 환하게 웃는다. 관광객이니 다시 오지 않을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넉넉한 인심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유럽을 관광하듯, 웅장하고 멋스러운 건물들
둘째 날은 하루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어쨌든 왔으니 보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빡빡하게 일정을 세웠다. 먼저 찌모르시장과 피차이위엔을 시작으로 천주교당과 기독교당, 잔교 등 구시가지의 관광지와 5.4광장, 요트경기장 등 신시가지까지, 칭다오의 풍경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유럽인지 중국인지 가늠할 수 없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가는 곳마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구시가지의 관광지는 대부분 걸어서 관광이 가능하다. 걸어서 10~20분 거리에 관광지들이 밀집되어 있고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찾아가기도 어렵지 않았다. 칭다오의 유명한 짝퉁시장인 ‘찌모루시장’과 꼬치거리 ‘피차이위엔’은 겨울이어서인지 관광객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고 조용했다. 찌모루시장의 느낌은 우리나라 남대문시장 같은 느낌. 하지만 프라다, 루이뷔통, 롱샴 등 브랜드명이 민망하게 크게 보이는 제품들로 가득하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안으로, 아래로 숨은 공간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찌모루시장과 피차이위엔에 이어 방문한 곳은 천주교당. 중산로에서 절강로로 언덕을 올라가면 2개의 첨탑 위에 십자가가 보이는 독일풍의 천주교당이 보인다. 옅은 갈색과 핑크색으로 건물 외관이 예뻐서 지금은 웨딩촬영지로 많이 이용된다고. 그래서인지 올라가는 길에 사진 촬영 스튜디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천주교당과 기독교당까지 걸어서 관광하고 택시를 타고 ‘잔교’로 갔다. 잔교는 칭다오의 대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440m 다리를 걸어가면 2층짜리 중국식 건물이 있다. 중국식 건물 안을 구경하는 것 보다는 잔교를 바라보며 갈매기를 보는 재미가 더 크다. 1위안을 주고 갈매기 밥을 사서 손에 들고 있으면 갈매기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오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 칭다오 여행 후기
칭다오 여행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중학생 딸은 찌모루시장에서부터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한참 브랜드에 눈을 뜨기 시작한 중딩(?)은 대체 왜 이런 짝퉁시장이 있어야 하는지, 엄마가 이곳을 왜 이렇게 오래 보고 싶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째는 여행지에서 시무룩해 있는 둘째가 편안하지 않았다. 엄마는 둘 사이에서 중재하기가 힘들었다. 데이터 무제한만 믿고 갔는데 잘 터지지 않는 인터넷도 울고 싶게 했다. 게다가 영어와 중국어로 어설프게나마 대화가 되는 아이들과 달리 귀도 눈도 어두워지는 느낌이라니….
두통이 시작됐다. 잔교에서 눈앞에 무리지어 날아오는 갈매기를 보며 서 있는데 택시를 잡으러 갔던 큰 아이와 작은 아이가 “엄마~ 택시 기사님이 그러는데 여기서 5.4광장까지는 차가 밀리니까 버스를 타는 게 좋다고 해요”라며 신이 나서 뛰어왔다. 아이들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뜬금없이 가슴이 따뜻해졌다.
아직 못 본 곳들이 많다. 칭다오의 아름다운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소호산 공원은 쉬는 날이라, 맥주 박물관은 시간이 맞지 않아 입구에서 돌아서야 했다. 1박2일 여행도 가능하니 아이들과 함께 곧 다시 가야겠다. 두통약을 미리 준비해서.
첫댓글 요즘 한국 한라봉격인 丑橘(처우쥐/못생긴귤)이라는게 있는데 500그램에 10원정도 할겁니다.
한봉지 사면 100위엔정도 되니 가격이 만만치 않지요.
맛은 한라봉과 비슷합니다.
칭다오에서 10년도 넘게 살고 있는데 여행기를 보니 새롭네요.
아....!! 나도 왕년에, 2011년도 가을에 칭다오를 약 일주일간 씩이나 여행했는데.... 난 왜 이런 글을 쓰지
못했단 말인가... 우리마을 동지들에게서 그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도... 그저 머리속으로 가슴속으로 기억
하려고 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황다오 힐튼으로 갑니다. 우이산 시장은 구글지도에서 찾았는데 이온마트는 위치가 어디쯤 되나요? 우이산시장 근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