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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공석 신부의 해석학적 신학과 신앙’을 주제로 3인의 발표 이어져
서공석 신부의 복음 이해와 한국 교회의 쇄신 과제, 임마누엘 신학 재조명
지난 5월 9일(토), 서울 청년문화공간JU 니콜라오홀에서는 ‘서공석 신부를 기리는 사람들’ 주최로 ‘서공석 신부 선종 2주기 추모 세미나’가 열렸다. ‘서공석 신부를 기리는 사람들’은 서 신부의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시절 제자들, 2004년 은퇴 이후 10여년 간 매주 2시간씩 신앙 강좌를 꾸리며 맺게 된 이들이 중심이다.
한국 천주교회의 권위주의와 중세적 관행을 질타하며, 복음의 본질을 현대의 신앙 언어로 풀어내는 데 평생을 바친 고(故) 서공석 신부(1934~2024).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다. 이를 맞아 “서공석 신부의 해석학적 신학과 신앙”이라는 대주제 아래 추모 세미나가 열렸다. 낡은 제도와 언어의 틀에 갇힌 한국 교회가 어떻게 생동하는 복음의 놀이(Praxis)를 회복하고 시노달리타스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모색하는 성찰의 자리였다.
“신앙 언어는 과거의 반복이 아닌, 오늘의 삶에서 새롭게 해석되어야”
제1발표를 맡은 가톨릭 문화와 신학 연구소장 정희완 신부(안동교구)는 ‘서공석 신부의 그리스도교 복음 이해: 신앙 언어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신부는 오늘날 그리스도교 복음의 위기가 내용의 손상이 아니라, 복음이 선포되고 소통되는 ‘방식(형식)’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 신부는 서공석 신부의 신학적 기획의 핵심이 언어의 역사성과 체험의 우선성에 있다고 역설했다. “한 시대의 특정한 언어와 개념으로 표현된 신앙 명제를 절대화하고 성역화하는 것은 복음의 생명력을 죽이는 일”이며, 과거의 형이상학적 교리 언어에 갇혀 있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서공석 신부의 통찰을 빌려 “원시 신앙인들이 예수의 삶에서 발견한 그 해방과 기쁨을 오늘 우리가 새롭게 해석하여 삶 속에 살려내지 못하면, 결국 옛날 언어 안에 박제된 삶의 이야기만 만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신앙은 과거 텍스트의 반복이 아니라 오늘의 구체적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창조적 재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 9일 ‘서공석 신부 선종 2주기 추모 세미나’에서 ‘서공석 신부의 그리스도교 복음 이해: 신앙 언어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발표하는 정희완 신부(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장). ⓒ경동현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그것이 우리의 종말론적 희망”
이어진 제2발표에서 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김정용 신부는 ‘서공석 신부의 임마누엘(Immanuel) 신학으로서 종말론’을 조명했다. 김 신부는 서공석 신부의 신학적 뼈대가 ‘역사 안에서 인간을 해방하고 구원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임마누엘 신학에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종말론적 희망은 단순히 죽음 이후의 내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팔레스타인과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무고하게 죽어가는 이들의 고통과 마주 서는 현실 비판적 희망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김 신부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사람을 살리는 진리와 사랑 실천이었고, 하느님의 ‘함께 계심’을 결정적으로 성취한 사건”이라며, 한국 교회가 성직주의와 권위주의를 벗고 고통받는 이들을 섬기는 참된 ‘임마누엘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5월 9일 ‘서공석 신부 선종 2주기 추모 세미나’에서 ‘서공석 신부의 임마누엘 신학으로서 종말론’을 주제로 발표하는 김정용(광주가톨릭대학교 총장) 신부. ⓒ경동현
“가르치는 교회에서 ‘듣는 교회’로… 시노드 교회를 앞서 산 사목자”
마지막 제3발표자로 나선 우리신학연구소 경동현 연구실장은 ‘서공석 신부의 사목관과 시노달리타스: 권위에서 봉사로, 가르치는 교회에서 듣는 교회로’를 주제로, 이론가에 머물지 않고 사목 현장에서 치열하게 복음을 살아냈던 서 신부의 생애를 회고했다.
경 실장은 서 신부가 1974년 맹목적 순명을 강요하는 주교들에게 직언하고 교수직을 사퇴했던 ‘대건신학대학 사태’, 1982년 평신도 전문인들과 대등하게 마주 앉아 한국 교회 최초로 진행한 ‘제1차 부산교구 공의회(시노드)’, 1984년 교황 방한 당시 국무성을 직접 찾아가 노동자·농어민을 위한 부산 방문을 관철시키고 맨 앞자리에 환자 200여 명을 배치했던 일화 등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특히 그는 1997년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의 1억 원 기탁금을 성당 제대(건물)를 짓는 대신 평신도 신학자 양성을 위한 ‘바실리오 장학회(사람)’ 설립에 사용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성당 건물과 화려한 성물이라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복음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집중했던 참된 사목자의 표본”이라고 평가했다. 경 실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제도의 껍데기만 수리하려 하지 말고 철저하게 무너짐으로써 본질을 찾아야 한다는 서 신부의 질타를 상기시켰다. 그는 “낡은 제도가 무너진 자리에 새로운 복음의 ‘놀이’를 피워내는 것, 그것이 서공석 신부가 남긴 사목적 유언을 온전히 계승하는 참된 길”이라고 강조했다.
5월 9일 ‘서공석 신부 선종 2주기 추모 세미나’에서 ‘서공석 신부의 사목관과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발표하는 경동현(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사진 제공 = 이찬수)
세미나 말미에는 참가자들이 서공석 신부와 생전에 맺었던 인연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2004년 서 신부와 이메일을 통해 인연을 맺은 한 참가자는 일면식도 없는 신자의 문의에 정성껏 답장을 주고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성직자에게 그저 순종만 하고 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신자들이 의외로 많지만, 신앙생활은 생각하면서 각자 서로 힘 있게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서 신부의 답장 내용을 소개하며 참된 신앙인의 주체적인 자세를 일깨워준 스승을 회고했다. 서강대 목요신학강좌를 통해 서 신부와 인연을 맺었다는 한 여성 참가자는 서 신부가 평신도 성서 모임에 참관하면서도 성직자로서의 ‘감독’ 역할을 단호히 거절하고 평신도의 주관을 존중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부산에서 신앙 강좌로 서 신부와 인연을 맺은 남성 참가자는 자신이 암 수술을 받았을 때 매일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챙기던 서 신부의 아버지 같은 다정함을 증언하기도 했다.
5월 9일 ‘서공석 신부 선종 2주기 추모 세미나’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었다. ⓒ경동현
이번 2주기 추모 세미나는 평생을 지성적 학자로, 낮은 곳에서 섬김 자체로 살았던 서공석 신부의 신학과 사목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그의 물음은 오늘날 '시노달리타스'라는 전환점을 맞이한 한국 교회의 쇄신에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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