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리더는 오직 한명뿐"…中 창업영웅 마윈, 시진핑 공산당에 찍힌 이유
기사입력 2021.08.22. 오후 2:41 최종수정 2021.08.22. 오후 3:44 기사원문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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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600조원 기업 일군 中창업 영웅
원자바오 전 총리 "나는 마윈의 제자" 칭송
시진핑도 상하이 시절 "한수 가르쳐달라"청해
야심가 마윈, "미국 사업가처럼 행동"
트럼프 등 세계지도자들과 어깨 겨루자
'시진핑이 유일한 리더' 당국, 수차례 경고신호
알리페이가 10억명 쓰는 서비스로 성장
앤트그룹 수백조원 펀드 운용하면서
금융 당국 감독 경계 시작돼
코로나19 의료진에 감사 식사 대접
앤트그룹 IPO 두고 당국과 신경전 쐐기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오른쪽)이 2018년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는 모습. [매경DB]맨손으로 중국 최대 기업을 일군 창업가, 동네 버스정류장과 광고판에 '중국의 영웅'으로 도배되던 얼굴, 수만명 직원 앞에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추던 사람.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은 지난해 10월 이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는 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의 눈 밖에 났을까.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 때 중국이 서구국가를 따라잡는 유용한 도구로 쓰였던 기술 혁신이 공산당의 지위를 위협하자, 시진핑이 기업의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며 마윈이 시진핑 체제 하에서 중국 규제 당국과 멀어지게 된 이유를 보도했다.
마윈이 공식적으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그는 중국 금융 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혁신하지 않는 자세를 비판했다. 이 발언 이후 시진핑 주석이 직접 340억 달러(40조원)가치로 평가받던 앤트그룹 기업공개(IPO)를 중단시켰고, 앤트그룹은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마윈은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해 여름 알리바바 본사 직원행사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마윈의 행방이 묘연했을 정도였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전부터도 당국은 마윈에게 경고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마윈을 아는 사람들은 마윈이 지나치게 미국 기업가처럼 행동하면서 당국이 자신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말한다.
마윈의 전·현직 동료, 회사 투자자와 직원, 정부 관리 등과의 인터뷰를 종합하면 마윈이 처음 창업해 알리바바를 키울 당시에는 중국 공산당이 그에게 호의적이었다. 마윈은 1999년 B2B플랫폼인 알리바바를 창업했다. 원자바오 전 총리는 스스로를 "마윈의 '진지한 제자'"라고 이야기했다.
마윈은 2000년대 후반 중국의 창업신화가 됐다. 중국 전역 편의점과 공항, 철도 대합실에 그의 포스터가 붙었고, 마윈이 TV에도 자주 등장했다. 시진핑은 2000년대 초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항저우 저장성의 최고지도자였다. 국영 언론에 따르면 시진핑은 2007년 상하이로 이동한 후 알리바바를 방문해 "우리가 발전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알리바바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 온라인결제서비스 알리페이 등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마윈의 자신감은 점점 더 커졌다. 마윈은 중국은행들이 국유기업에 집중하느라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2008년 회의에서 "은행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가 은행을 바꿀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장도 호응했다. 2014년에는 알리바바가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250억 달러(약 29조5870억원)를 모금했다. 뉴욕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 판매 중 하나로, 페이스북 자금 조달 규모도 능가했다. 마윈은 상장 당일 "오늘 우리가 얻은 것은 우리에 대한 모든 사람의 신뢰"라고 연설했다.
마윈은 알리바바가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진핑 집권 하에서의 중국이 민간기업 자율성을 부여하던 기조에서 국영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점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2015년 미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 알리페이 때문에 감옥에 가야한다면 나에게 맡겨달라"고 호언했다.
간편결제시스템 알리페이와 핀테크기업인 앤트그룹의 시장 영향력이 커져갈 수록 중국 당국은 마윈을 경계했다. 앤트그룹이 알리페이 사용자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 은행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국가에서 개인 신용 위험을 감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년에 중국 시장규제기관은 알리바바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많은 제품이 가짜고, 기준치를 미달하는 제품이거나 금지 제품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마윈이 직접 국가 공상관리국국장을 만났고 규제기관은 웹사이트에서 보고서를 삭제했다. 당시 국장이었던 장마오는 "당신(마윈)은 법 밖에 있지 않다"라고 반복했다고 2016년 TV인터뷰에서 밝혔다. 당시 당국이 보고서를 삭제하면서 사람들은 알리바바가 정부에 도전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 주석은 중국 산업계의 리더였던 마윈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모습을 마뜩찮아했다. 시 주석은 2015년 미국 시애틀에 국빈으로 방문했고, 당시 워런 버핏,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애플의 티모시 쿡 등 쟁쟁한 기업가들이 참여했다. 한 사람당 3분씩 연설했는데, 마윈만 10분 이야기했다. 중국이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 중국 기업이 미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설을 듣고 시 주석은 "확실히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다른 관계자가 말했다. 마윈이 시 주석 앞에서 연설한 것은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마윈은 해외 지도자들의 모임에 빈번하게 초대받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비공개 오찬에 그를 초청했고, 파리 엘리제 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도 만났다. 2017년에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는 마윈을 "위대하고 위대한 기업가"라고 추켜세웠다.
2017년 알리바바 창립 18주년 기념 행사에서 마윈은 마이클 잭슨으로 분장하고 4만 명 직원 앞에서 춤을 췄다. 이 공연은 유튜브로 생중계돼 수백만명이 시청했다.
급격하게 커지는 핀테크 영향력도 중국 당국 과 마윈이 멀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중국인민은행은 2017년 내부 문서에서 앤트그룹이 '현금 없는 사회'를 촉진해 화폐 유통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인민은행은 시중 은행에 알리페이와 기타 비은행 결제회사와 직접 연결하는 대신 중앙은행이 설계한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결제를 라우팅(경로설정)하라고 요구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50명의 기업가들을 중국 인민대회당으로 초청했을 때부터 마윈은 초대 명단에서 빠졌다.
규제당국은 2018년에는 앤트그룹의 대표 투자상품이었던 위바오에 펀드 규모를 축소하라고 명령했다. 2013년 앤트그룹이 만든 투자상품인 위바오는 은행보다 더 높은 수익을 냈다. 위바오 펀드 총액이 2018년 기준 2440억 달러(288조원)에 달하자, 규제 당국은 앤트그룹에 펀드 규모 축소를 명령했다.
앤트그룹이 출시해 인기를 끌었던 가상신용카드 서비스인 '화베이' 도 가계 부채를 줄이려는 중국 당국의 근심거리였다. 2020년 6월까지 화베이의 신용 미지급액은 중국 단기 가계 부채의 약 20%를 차지했다. 앤트그룹이 지난해 8월 기업공개를 위해 자세한 재무제표를 제출했을 때 규제당국은 앤트그룹의 대출 규모를 처음으로 확인하고 "잠재적 금융 위험을 관리하라"고 반복했다.
마윈이 코로나19 의료진의 노고를 치하한 것도 당국에 밉보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마윈은 코로나19 진원지 중 하나였던 허페이에서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감사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했다. 지역 언론이 마윈을 '마 선생님'이라고 불렀고, 그가 손님들을 위해 오페라를 불렀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고위 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했는데, 마윈이 의료진에 감사할 위치가 아니라며 분노하기도 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마윈이 금융 규제기관을 비판한 10월 연설 직후 몇 시간 만에 앤트그룹 이 초과 대출과 소비를 조장해 중국 경제를 위협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마윈은 이후 앤트그룹 IPO가 중단되자 책임을 본인의 탓으로 돌렸다.
이 신문은 "마윈은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회사 이익을 당에 환원하는 데 집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며 일부 관리들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WSJ는 "중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 그의 야망과 솔직한 성격은 국가를 완벽하게 장악하려는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체제 하에서는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은 지난해 10월 298홍콩달러(약 4만5200원)에서 지난 20일 157.9홍콩달러(약 2만3980원)로 반토막났
첫댓글 역시 전위당 체제에서는 당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집단이라면 관리당하기 마련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