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어머니의 기일입니다. 돌아가신지 42년이 되었군요.
그래서 청주의 성요셉 공원 묘지에 누워계시는 어머님을 오늘 뵙고 왔습니다.
당시 외아들인 내가 부모님을 모시려고 군에 전역을 신청했지만
월남전에서 전투경험이 있다고 하여 전역을 보류시키는 바람에 계속 군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전후방을 두루 다니다 1980년에 고향인 용인의 00사령부에서 근무할 기회를 갖게 되였습니다.
나는 잘 됐구나.. 이제 부모님을 모셔보자 하며 기쁨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가로 들어간다면 시내에서 11km나 떨어진 시골에서 출퇴근 할 수가 없어서
용인 시내에 살곳을 마련해 놓고 같이 합쳐서 살자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심어놓은 농작물이 있으니 이것을 다 추수하고 합치자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가을에는 토,일요일에 시골집에 가서 이것저것 추수를 거들며 일을 하였습니다.
아버지와 내가 고교때 심어 놓는 감나무에서 감도 열려서 감도 따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추수가 끝나자 마자 어머니는 병이 드셔서 병원엘 모시고 가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수원의 빈센트 병원으로 모시고 가니, 생활중 많이 놀라신 일이 있느냐? 고...
까무라칠 듯 놀란 일이 심장의 리듬을 깨면서 심장에 무리를 주어 심장기능에 이상이 왔다는 겁니다.
사시면서 왜 그런 일이 없었을까요?
어려서는 외할아버지가 프랑스 신부를 중국으로 도피시키시다 일본군에 의해 오랜동안 강제 감금되어 집이 아수라장이 되었고
그때 어린 나이에 외할머니와도 강제로 떨어져야 하는 기막힌 일도 겪으면서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졌겠죠.
또 6.25를 거치면서 면전에서 인민군들에 의해 아군이 총살 당하는 것도 보셨고...
밤마다 아버지를 체포하기 위해 불시로 인민군들이 들이닥쳐 집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 일도 몇번이나 있었으니...
그런 일로 심장의 순기능을 잃어 지금의 병이 되었다고... 그 소리를 듣고 얼마나 눈물이 나오던지....
결국 그로부터 앓아 누우셔서 겨우내내 병원을 들락거리시다가 채 봄이 오기전인 1981년 오늘 날자로 돌아가셨네요.
그래서 같이 합하여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들인 내가 임종을 지켜본 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바람은 쌀쌀 하였지만 볕은 따뜻하여, 벌써 산소에 푸릇푸릇 돋아나는 풀들을 보면서 한동안 머물다 왔습니다.
첫댓글 들샘님
어머님산소
참 좋아보입니다.
살아생전 천주교신자로 묘지에 묻히셨네요.부럽습니다.
전 엊그제 남한산성순교지에ㅈ가서 평온한 마음을 얻고 왔는데요.
들샘님
감사드립니다.
산소가 양지바른 곳이여서 사진에서처럼 벌써 새싹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그 넓은 공원묘지에는 우리 외에도 몇군데에 성묘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긴 기도를 바치며 한동안 머물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리는 원래 누대에 걸쳐 감사공 할아버지의 묘소가 있는 양주에 살았는데
우리의 집안중 한 분인 황사영 어른이 천주교인이 되시면서 우리도 따라 천주교를 믿게 되었고
1866년 병인박해가 시작되자 문중의 어른들이 어서 피난을 가라고 내쫓다 시피하여 그곳을 떠나 방랑생활을 하였지요.
그리고 박해가 끝나고 정착한 곳이 제천 백운면의 구학산 아래였습니다.
살기는 어렵게 살았어도 신앙은 지키며 지금까지 지내와서 마음만은 평안합니다.
긴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어요.
두고 두고 씻기지도 아니하는...
자당께서는 전쟁통의 참상,가족의 비극 등을 통하여
경기도 걸리고 트라우마가 ....
에이그... 너무 힘든 역사였어요.
마음 아파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일을 당하시며 사셨어요.
아마 당시의 다른분들도 대동소이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은 봄 맞이겸 산소에 잘 다녀온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친의
기일이군요
만감이 교차되는 시간이 흘렀네요
힘들게 살아온 세대들이 ...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그래도
들샘님은 효자이십니다
아마
하늘나라에서도
모친께서 흐뭇해 하실것입니다.
오늘 갔다온 이야기와 사진을 우리 누님들에게 보냈더니 만족해 하시더군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저녁에 기도 드리라고 하였습니다.
오는 봄 맞이하면서 모정만 느끼고 돌아왔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