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섭
샘물교회 선교단 사건을 다루는 영화인데, 이게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이걸 어떻게 다룰꺼지? 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선교단쪽에 몰입을 하자니 원죄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인터넷 여론 처럼 가열차게 까버리자니 그것도 뒷통수가 근질근질 거리는 일입니다. 이런 미묘한 사건을 영화소재로 다룰때는 영화적 재미를 가져올 사건 자체만 가져오고 아예 창작으로 가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교섭은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상당히 사실적으로 샘물교회 사건을 다루고 있거든요. 그렇다보니 감독은 좀 기묘한 입장을 보여주는데, 선교단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래도 구하긴 구해야지, 정도의 입장 입니다. 주인공은 뜨거운 마음으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서 좌충우돌 하지만, 주변에서는 시선이 싸늘한 정도로 연출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도 좀 비판할 구석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무난한 선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비겁한 선택이라고도 보여지거든요. 애초에 감독이 이 사건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게 아니라면, 왜 이 영화를 찍은걸까요?
그리고 보통 인질을 다루는 사건은 어떻게든 인질을 구해야한다 라는 마음에서 출발을 하기 마련입니다. 이게 안되면 애초에 인질극이라는게 성립할수도 없고, 관객들이 몰입이 안되거든요. 그런데 감독이 기묘한 입장을 취한덕에 관객들은 교섭단, 특히 주인공의 좌충우돌에 그리 몰입되질 않습니다. 주인공이 사방팔방 오만가지 태클이 다 날아오는걸 뛰어넘으면서 뜨겁게 나아가는게 이 영화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의 좌충우돌이, 음.. 수고하네. 정도로 밖에 안느껴지거든요.
아마도 현빈씨가 맡은 캐릭터는 사실에 기반한 영화에 영화적 재미를 위해 쑤셔넣은 순수 창작인물일겁니다. 필요할 수 있죠, 그림도 예쁘게 뽑고 싶을꺼고, 액션씬도 넣으면 좋겠죠. 그런데 그걸 그렇게 넣는다고요? 그야말로 쑤셔넣었죠. 극적으로 보자면 황정민-현빈의 갈등이 중반부를 풍성하게 채워주길 바랬을겁니다. 그런데 첫만남부터 ?? 왜 저래? 싶더니, 그 이후부터는 보고 있자면 내 얼굴이 뜨거워지는 3류 연극처럼, 관객들은 "쟤들 뭐해? 왜 저래?" 그러고 있는데 자기들끼리 열심히 싸우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하이파이브 하면서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걱정해주고, 이 영화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특히 현빈은 뭐하는건지 모르겠더군요.
전 사실 이쯤에서 이 영화를 포기했습니다. 살짝 졸리길래 그냥 좀 자기도 했고, 아 이번주 개빡샜지, 이번 연휴는 최소한 움직이고 최대한 자빠져있어야지.. 뭐 이런 생각하면서 눈감고 그냥 쉬기도 했습니다. 가끔 시끄러워서 눈 떠보면 황정민이 열심히 교섭하는거 같더라고요.
저는 이 영화를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굳이 별점을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2점 정도? 뭐 쓰레기다, 이런거 까지는 아닌데 굳이 2시간 들여서 볼 필요는 없는거 같습니다. 억지로 장점을 찾자면, 사막을 배경으로 한 그림은 꽤 예쁘다 정도? 그 많은 로케에 황정민-현빈에 샘물교회 사건을 주요소재로 쓰고 그림이 예쁘다는게 최대 장점이라면 말 다한거겠죠.
또, 내가 그사세 이후로 애정이 있어서 까는건데 현빈 배우는 여태 작품을 본인이 골랐다면 다른 사람한테 맡겨야하고, 소속사가 골라주는거라면 소속사를 바꿔야 됩니다. 교섭 감독 입장에서는 그림 되고 액션 되고 이름값 낙낙한 현빈 배우가 나와주면 땡큐베리감사죠. 근데 현빈씨 입장에서는 이 영화에 왜 나옵니까? 하늘과 땅 사이에 나밖에 없는 느낌이 진짜 좋아서? 영화에서 현빈씨가 맡은 역은 필요에 의해 소비될뿐 그냥 통채로 덜어내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주재료는 어림도 없고 부재료라고 볼수도 없는, 굳이 따지자면 일종의 데코레이션이라는거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현빈이라는 배우가 데코레이션으로 쓰일 급은 아니잖아요? 진짜 그 외모에, 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전성기를 역린-공조-꾼-협상-창궐 이런 필모로 채우고 있는게 안타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 유령
독전을 찍었던 이해영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 전작들은 어째 제가 본게 하나도 없어서, 뭐라 딱히 할말은 없는데 독전은.. 좀 평가가 헷갈리더라고요. 스타일은 있었고, 김주혁-진서연 배우의 열연으로 그 스타일에 더 힘이 실렸지만. 이야기는 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거든요. 원작이 있는 영화인데 이야기가 어설프다는걸, 뭘 어떻게 이해해야.... 하긴 뭐 재벌집 막내아들도 있는데 거기 대면 양반이긴 하죠. 갑자기 납득이 되는군요ㅋ
아뭏든 유령에 대한 평도 독전과 비슷합니다. 스타일이나 미장센은 꽤 좋은데, 이야기가 별로입니다.
특히 초반에 미장센도 꽤 괜찮고, 촬영도 꽤나 공들인 티가 제대로 납니다. 힘준 샷들은 딱 힘줬네 싶을 정도로 공들여 찍었고, 집중해야 하는 장면에서는 음악이나 카메라 워킹으로 긴장감 잡아주는것도 좋았습니다. 미술은, 작품 하나 해보고 싶었네 싶을 정도로 힘을 주긴 했는데, 살짝 어설픈 느낌이.. 뭐 그래도 이정도로 미술에 힘주는 한국 영화가 많은건 아니죠. 그런 부분은 확실히 이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중반부 저택에 들어설때부터 어? 싶습니다. 미술적으로는 저택인지 호텔인지가 좋을지 모르겠으나, 어.. 일제시대에 조선총독부 총독 암살을 시도하는 독립군 용의자들을, 호텔에 모셔다 놓고 심문을 한다고? 억지도 그냥 억지가 아니라 개억지죠. 여기서 나이브스아웃이 문득 떠오르면서 밀실추리게임? 그런걸로 장르가 바뀌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엉망진창인 설정들을 낱낱히 드러낼 뿐이죠.
한 20줄 정도 말도 안되는 부분들을 지적하다가 그거 하나하나 지적해서 뭐하겠냐 싶어서 다 지웠습니다.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일상생활이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하자가 있거나, 이걸 설정 혹은 연출한 인간에게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보는게 타당할 정도로 지멋대로 입니다. 딱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아마도 이 영화에서 총은 가챠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코앞에서, 아니 그냥 쏘지말고 후려쳐도 코정도는 내려앉힐수 있는 거리에서 쏴도 전혀 맞지 않을수도 있고, 몇백미터.. 고지대에서 도망가는 뒷모습 조차 못본거 보면 km 단위의 저격일수도 있는 스나이핑도 가챠만 터지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게다가 1930년대에 여자가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장면부터 ???? 싶다가 뒤로가면 대놓고 여성영화 냄새를 팍팍 풍기는데, 개인적으로는 한심하다는 얘기 밖엔 해줄게 없습니다. 임순례 감독이 교섭에 현빈 쑤셔넣듯, 이해영 감독이 무슨 사상 검증하듯 그냥 막무가내로 마구 쑤셔넣었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혹평이 쎈거 같지만 그래도 교섭보다는 여러모로 나은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교섭은 도대체 감독(과 현빈)이 이걸 왜 찍었는지 모르겠는 이도저도 아닌 영화라면, 이 영화는 우수하다고 평해도 괜찮을 부분도 분명히 있거든요. 큰 기대 없이 그냥 시간 남을때 가서 보기에는 나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ott의 대두, 코로나 여파 등등으로 인해 극장가가 많이 힘들다죠. 저는 ott와 극장은 쓰임새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래도 극장을 가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만 나오면 여러모로 곤란합니다. 팔아주고 싶어도 상품이 어느정도는 되야지 팔아줄 마음이 생기죠. 충무로는 한동안 더 추울 것 같습니다.
첫댓글 오 .. 평론하셔도 되겠어요 ㅋㅋ
교섭
개봉날 봤는데 글작성자님 후기와 99% 일치합니다
보고 나오면서 진짜 보고싶은 사람은 ott에 뜨면 볼 것. 일찍, 급하게, 굳이 볼 필요 없는 영화 라고 자체결론 내렸구요.
샘물교회 선교단 사건에 대해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더 재미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1%의 재미는 저는 그 선교단이 나오는 장면 보면서 속으로 (아 손가락으로도) 욕 하면서 봤다는 것...?
오랜만에 본 영화인데 후기 덕분에 제가 느꼈던 감상을 정리하고 생각과 표현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황정민을 유해진으로 바꾸고 코믹하게 갔어야....ㅋ
교섭은 최근 10년간 극장서 본 영화 중 최악이었습니다. 배우도 극적 긴장감도 전혀 몰입안되는... 시간 아까워 죽는줄 알았네요.
유령은 라이너가 마피아 게임 이라고 하던데
애초에 교섭은 소재를 왜 그걸로 했을까 싶네요
유령은 리메이크 작입니다 여성영화를 쑤셔넣은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영화이고 싫어하신 요소요소 원작에서 가져온게 다수인데 원작은 잘 만든 영화라 추천합니다 설정에 문제가 아니라 연출에 문제
샘물교회 자체부터 영화 볼 맘이 뚝 떨어지는데,,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