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세상에 존재하는 수도 없이 많은 별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별은 지구이다. 아직까지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이 발견 되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한다면 말이다. 어쩌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구가 아름다운 건 푸른 생명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보이저 1호가 명왕성을 향하기 전 고개를 돌려 찍은 지구는 정말로 하나의 작은 점으로 푸르게 빛났다.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물이 있고 태양으로부터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어 금성처럼 뜨겁지도 화성처럼 차갑지도 않기 때문이다.
얼음이나 먼지, 가스 덩어리로 가득 찬 다른 별들에 비하면 지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가끔 지구를 아주 멀리 다른 별이나 우주에서 바라보는 상상을 하곤 하는데 그러면 더욱 지구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구름이 떠다니는 푸른 대기권, 깊디깊고 짙푸른 바다, 여섯 덩어리의 대륙. 시선을 더 줌으로 당기면 하늘엔 새들이, 바다엔 물고기들이, 그리고 땅 위엔 진초록의 나무들과 가지각색의 꽃들, 꿈틀대는 생물들, 그리고 인간들이 살고 있다. 그런 지구를 상상하다보면 하다못해 아주 징그럽고 험하게 생긴 곤충이나 뱀, 동물까지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떤 영화는 관람 되는 것이 아니라 체험된다"고 이동진 영화 평론가는 말했다. <그래비티>를 두고 한 말이다. 그래비티 티저 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가 떠오른다. 작은 우주선과 그 위에 인간, 그 뒤로 보이는 컴컴한 우주. 티저 영상을 본 뒤로 나는 이 영화가 너무도 보고 싶어졌다. 내가 상상하던 밤하늘이 분명 저 컴컴한 우주에 펼쳐져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비티를 상영하는 기간 내내 바쁘고 중요한 일이 있어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바쁜 일이 지나가자 그래비티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상영관을 검색하고 독립영화관을 뒤지고 해서 겨우 상영관을 찾아 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비행기 타는 것조차 만만치 않은 각오가 필요한 내가 우주 공간의 4D라니. 다행이 나는 잘 견뎠고 보는 내내 설레고 행복했다. 그리고 그래비티는 영상미뿐만 아니라 구성이나 연기력 등 여러모로 괜찮은 영화였다.
그래비티 영화 얘기를 꺼낸 이유는 내가 요즘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발사된 후 우주 망원경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비티는 우주비행사가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러 우주에 가서 우주 쓰레기로 인하여 조난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보니 그래비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을 대처할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보내올 또 다른 우주에 거는 기대가 크지만 이에 앞서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고마움과 곧 도래할 작별이 몹시 아쉽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천체 물리학자 스피쳐가 1946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대기 밖으로 망원경을 가지고 나갈 수만 있다면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우주가 보일 것이라고 발표한 것에 기인하여 대기의 영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천체 관측을 목적으로 NASA와 ESA의 주도로 개발된 우주 망원경이다. 미국 천문학자인 허블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하여 1983년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명명되어 1990년 4월 24일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지구상공 610km의 지구선회궤도에 진입하여 우주 관측 활동을 시작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가로니 세로니 지름, 뭐 그런 숫자로 얘기하는 것보다 버스만한 크기라고 비유하는 것이 좀 더 쉽게 와 닿을 듯하다. 이 망원경은 길이 96분 주기로 지구를 선회하며 천체를 관측한다. 대기의 영향이 없어 상의 흐릿함이나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지구에 설치된 고성능 망원경들과 비교하면 해상도는 10~30배, 감도는 50~100배로 50배 이상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할 수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은 신기하게도 몸은 움직여도 눈은 한 곳을 계속 쳐다보는 것과 같이 지구를 돌면서도 한 천체를 오랫동안 관측할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선명한 성운과 은하계의 사진들은 대부분 허블이 보내온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대표적인 성과는 이전까지는 우주 나이를 100억~200억 년 사이로 추측했는데 허블 우주 망원경이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는 것을 규명할 수 있었다. 또한 은하 중심에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발견하고, 우주 팽창 속도를 규명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수명은 약 15년이지만 설치 이후 4번의 수리와 업그레이드를 통해 수명을 연장시켜왔으며 2004년 NASA에서는 허블 우주 망원경을 퇴역시키기로 하였으나 계속 유지시키자는 여론에 의하여 2009년 5월 미국 우주왕복선 애틀란티스호가 다섯 번째 수리를 위해 발사되었다. 2021년 3월에는 소프트웨어 오류로 나흘간 중단되기도 하고 같은 해 6월 12일에는 컴퓨터가 고장 나면서 다시 우주 관측이 중단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5일 프랑스 유럽 우주국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4일 태양빛 가림 막을 펼쳤다. 7,8일에는 각각 왼쪽, 오른쪽 반사경을 펼쳤다. 다른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변 저궤도를 도는 허블 우주 망원경과 달리,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달 궤도 너머 지구에서 약 150만 km 거리에 떨어진 라그랑주2 포인트까지 떠나게 된다. 최대한 지구와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채 태양을 등지고 먼 우주의 희미한 빛을 모으기 위해서다. 따라서 문제가 확인되면 우주인이 직접 올라가서 수리를 할 수 있었던 허블 우주 망원경과 달리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너무나 먼 거리에 있어 한 번 궤도에 올리고 난 이후는 사람이 직접 수리를 하러 갈 수 없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또한 NASA의 제임스 웹 국장의 이름을 따 명명 되었는데 허블 우주 망원경의 100배의 성능을 자랑한다.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모양으로 배치해서 총 6.5m 크기의 거울로 빛을 모은다. 기존 허블 우주 망원경보다 2~3배 더 큰 눈동자로 우주의 빛을 담게 되는 셈이다. 또 가시광선과 근자외선을 관측한 허블과 달리 훨씬 파장이 긴 적외선 빛으로 초기 우주를 관측한다. 이 때문에 태양과 지구와 같은 아주 가까운 천체들에서 새어나오는 적외선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 총 다섯 겹의 거대한 태양빛 가림 막을 펼쳐 태양 빛에 의한 방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6개월 후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보내올 사진을 개대해 본다. 어쩜, 지구처럼 푸른 별이 발견 되거나 외계행성(외계 생명체에 대한 존재 여부를 1도 믿지 않지만)의 생명체가 발견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