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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여태 수업하나 제대로 듣지 못하고 사라진 두 도련님을 찾아
온 학교를 뒤지고 다닌 수혼.
아직까지 자신의 핏자국이 남아 있는 소각장 뒤 까지 다 돌아본 수혼은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 앉는다.
붉은 노을이 점점 검게 변해 희미하게 빛나는 별 하나가 보이자,
수혼은 그 별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은 마음에 자리에 눕는다.
"...이뻐.."
"별 좋아하는건 여전 하십니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낮익은 음성.
그리고..
"준..이치..?"
"더 이뻐지신 것 같습니다."
"..환영받지 못할 곳에 오셨군요."
"저도 환영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돌아가십시요. 여긴 더 이상 당신의 나라가 아닙니다."
"..보고싶어서 왔습니다. 사람이 보고싶어서 미친다는 말이 뭔지 알만큼
수혼상이 보고싶었습니다."
"필요 없습니다. 내 운명을 바꿔놓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군요."
"..수혼상.."
"난 당신같은 겁쟁이들이 가장 혐오스럽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준이치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수혼.
준이치는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푹 수그린채 낮지만 슬픈음성으로 읖조리 듯 말한다.
"미안합니다..수혼상."
.
.
.
"오셨습니까. ..아니..어디 편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괜찮습니다. 도련님들은.."
"좀 전에 귀가 하셨습니다."
"..예. 그럼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며 위태롭게 계단을 오르는 수혼.
그렇게 마악 2층에 발을 딛었을 때
"어라? 너 얼굴이 왜 그러..어..어어! 야..야!! 임수혼!!"
방에서 나온 마영의 곁으로 풀썩 쓰러져 버리는 수혼.
마영은 당황한 듯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이내 수혼을 안아들고 거실로 뛰어내려온다.
"부지배인!! 부지배인!!"
"예. 부르셨습니까."
"이..임수혼..임수혼이.."
"아니..지배인님!"
"..임수혼이..죽었어.."
쨍그랑-!
부엌에서 나오던 계윤은 마영의 말에 기어이 물컵을 놓쳐 버리고,
곧 마영에게 다가가 수혼의 상태를 확인하곤 마영의 뒷통수를 쎄게 가격한다.
"아씨..!! 뭐야!! 왜때려!!"
"..죽은거 아니니까 재수없는 소리 하지 마."
그렇게 말하곤 수혼을 옮겨 받아들고 침대에 눕히는 계윤.
방 문 앞에 서서 그런 계윤을 뭔가 못마땅 하다는 듯 쳐다보고 서 있는 마영.
"왜 형 방에 눕혀?"
"계단에서 내 방이 제일 가깝잖아."
"에에 웃기시네. 내 방이 제일 가깝거든?"
"..여기서 송장 치르기 싫으면 나가."
"맨날 할 말 없으면 폭력이지. 가정폭력으로 신고해 버리던지 해야지."
볼이 퉁퉁 뿔어서는 문을 쾅 닫고 나가는 마영.
계윤은 수혼을 눕혀 놓은 침대 옆에 기대앉아 담배를 꼬나문다.
대단한 꼴초가 아닐 수 없다.
"넌 밥도 안쳐먹고 다니냐."
인형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수혼을 내려다 보던 계윤은 뭔가 불만이라는 듯
미간을 찌푸리다가 담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신다.
"..어째서 그렇게 가볍냐. ..짜증나게."
그렇게 계속 담배를 태우던 계윤은 수혼이 잠결에 기침을 하자
바로 담배를 지저 꺼버린다.
그리고는 잠시동안 뭔갈 생각하는 듯 하다가 픽 웃고는 다시금 담배를 문다.
"난.. 세상에서 임수혼 니가 제일 싫다."
"...."
"세상에서.. 임수혼이 제일 싫다고."
"..으..음.."
수혼의 조그마한 미동에 침대에서 확 물러서는 계윤.
참 자신이 생각해도 웃긴 노릇이였다.
차마 불을 붙이지 못한 담배를 책상위에 던져놓고 방에서 나가려던 계윤은
미세한 수혼의 목소리에 자리에 멈춰선다.
"..ㅈ..이치.."
"...."
"...준..아.."
"...."
"....보고..싶어.."
카자마준이치. 얼핏 아까 그 일본소년과 카자마준이치 라는 이름이 오버랩 되면서
계윤은 옆에 있던 테이블을 발로 찼고, 테이블이 넘어지면서 위에 있던 꽃병이 깨지는
소리에 수혼은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난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곤 자신의 방이 아니라는 걸 깨닫자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단정히 하는 수혼.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데"
"..죄송합ㄴ..ㅇ.."
죄송하다고 말하는 수혼의 곁으로 다가간 계윤은 순간적으로 수혼을 벽에 밀치곤
입술을 겹친다.
수혼이 벗어나려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두 손 모두 계윤의 손에 잡혀있는 터라
빠져나올 방도가 없다. 그렇게 3분여 정도가 흐르고 나서야 계윤의 얼굴이 멀어지고,
수혼이 손을 들어 입술을 닦으려 하자 계윤은 그 손을 낚아채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니가.. 제일 싫어."
그렇게 잠시 수혼을 쳐다보던 계윤은 낮게 숨을 내쉬곤 방에서 나간다.
보통의 여자들 같았으면 울상을 짓거나 화를 냈겠지만 수혼의 표정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계윤이 나가고 나서야 입술을 닦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수혼은 오래전에 책상 밑에
넣어두었던 액자를 꺼내 들곤 한동안 골똘히 쳐다본다.
네 살 쯤 되보이는 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
"난 당신 때문에 이런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겁쟁이. 평생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증오하고 싶지만 진정으로는 증오할 수 없는 그런 사람.
카자마 준이치는 수혼에게 그런 사람이다.
수혼은 액자를 다시 넣어놓곤 침대에 누워 따끔거림이 느껴지는 입술에
손을 가져다 대 본다.
"..게이같은 새끼. 이제 괴롭히는 방법도 가지가지네."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곤 눈을 감아버리는 수혼이다.
.
.
.
"..젠장."
저택 안에 있는 작은 칵테일 바.
아무리 독한 술을 들이켜도 수혼의 표정이 잊혀지질 않는다.
"어째서.. 때리지도 않는거냐."
같은 남자가 입술을 빼앗는다면 주먹이라도 날리는게 당연하지만
수혼의 표정은 이상하리만치 변화가 없다.
"하긴..킥. 넌 이것마저도 괴롭힘의 방법쯤이라고 여기겠지."
칵테일바의 살짝 열려진 문 틈으로 계윤을 지켜보던 무현령은 옅게 웃어보이며
커피 한모금으로 입술을 적시곤 칵테일바에서 멀어져간다.
.
.
.
여느때와 다름없는 학교의 정경.
그와 반대로 평소보다는 떠들썩한 학교 안.
"봤어 봤어? 그 때 그 일본인! 진짜 전학생인가봐!!"
"야 완전 난리나 끝장이야"
"미소봤냐? 죽음이다 죽음. 아~ 우리랑 동급생이래~"
그 떠들썩함의 주제는 오늘 2학년생으로 전학오게 된 '카자마준이치' 였고,
수혼의 반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난 일본인들은 다 구린줄 알았는데 그런 꽃돌이라면~"
"그 꽃돌이가 너 같은년 봐주기나 할 거 같니?"
"나쁜년. 치. 그런거 필요없어~ 나 혼자서라도 보면.."
"..지금은 자습시간입니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정숙해 주십시오."
시끄럽던 교실안은 수혼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말에 일순간 조용해 진다.
"왜그러니 너~? 왜. 너보다 잘생긴 놈 전학 왔다니까 괜히 라이벌 의식 같은거 느끼니?"
"쯔쯧..지조없는년. 넌 그게 할 소리냐? 얼마전까지 수혼이 좋다고 질질 거리던게."
"허. 내가 언제!"
"그럼 안그랬냐?"
박세리와 강주하.
수혼을 비꼰것은 박세리였고 박세리에게 면박을 준 것은 강주하였다.
"이년이 진짜!"
"정숙하십시오."
"역시 넌 그 일본꽃소년한테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거야. 그렇지?"
"..당신의 나이를 잊지 마시고 어른답게 행동하십시오.
당신이 그렇다고 해서 다른사람까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역시 말싸움으로 수혼의 적수가 될 만한 상대는 없었다.
세리는 금새 얼굴이 빨게져서는 자리에 앉았고 주하는 킥킥 거리며 연필을 돌린다.
드르르륵-..
"와. 우리반만 조용하네?"
담임의 등장.
그리고 그 담임의 옆엔
"와아아! 일본 꽃돌이!"
동문고등학교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준이치가 서 있었다.
준이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수혼과 눈이 마주치자 씽긋 웃어보였고
그 미소에 앉아있던 여학생들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자자. 진정들 하고. 어쩌다 보니 우리 반에만 전학생이 둘이구나."
"괜찮아요!! 좋은게 좋은거죠!"
"쉿. 너희들도 알다시피 준이치는 일본에서 왔어. 모르는게 많을 테니까
잘 도와줘야 할거야. 자. 준이치. 인사해야지?"
모든 시선이 준이치에게 향하고..
준이치의 시선은 여전히 수혼에게만 머물러 있다.
"안녕하세요. 카자마 준이치 입니다.
네 살때 일본으로 입양되었지만 엄연한 한국인입니다.
여러분과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모든 학생들의 시선은 준이치의 시선을 따라 수혼에게 향한다.
"수혼아. 잘 지내보자."
여학생들은 준이치의 그 한마디에 소리를 질러대며 새로운 동인지 커플이 탄생했다고
이상한 소리들을 해대고, 수혼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연다.
"싫습니다."
또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
선생님은 당황한듯 웃으며 말한다.
"그럼 안되지 수혼아. 준이치가 낯선 땅에 와서 수혼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인데
잘 해줘야지."
"한 학급에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전학생이 두 명 이상 온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준이치는 일본 대 부호의 집으로 입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권력있는 집안의 아들이라 할 지라도 학생이 가고싶은 반을 정한다는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까 카자마 준이치?"
한치의 흔들림 없는 수혼의 말에 선생님은 또다시 당황한 듯 헛기침을 하고
준이치는 여전히 웃어보인다.
"고맙습니다 수혼상. 나에 대해 완전히 관심을 끊은 줄 알았는데 잘 알고 계셨군요.
내가 어느 집으로 입양이 되었는지도."
"..자. 그럼 반장은 쉬는시간에 준이치 책상 가져다 주고.
자습 10분 남았으니까 조용히 자습하도록."
담임이 도망치듯 나가고, 가라앉은 분위기는 수혼과 준이치 때문에 떠오를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준이치는 조만간 수혼에게로 가서 수혼의 짝꿍에게 자리 교환을 권유하였고,
수혼의 짝이 우물쭈물하며 수혼의 눈치를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수혼이다.
그렇게 수혼이 학교 뒤에 있는 수돗가 쯤을 지나고 있을때..
타악-.
"수혼상."
"놓으십시요."
"..제발."
앞만 바라보던 수혼의 표정이 흔들린다.
하지만 그도 잠시.. 수혼은 좀 전 보다 더욱 더 차가운 눈빛을 하곤 준이치를 올려다본다.
"..내가 반을 옮기기를 바라는건가 준이치?"
"그럴리 없습니다."
"자꾸 말하게 하지 마. 니가 한국을 뜬 순간부터 내가 아는 임 준은 카자마라는
일본사람이 되어 임수혼 믿음 속에서도 없어졌어. 절대 용서하지 않아 난.
앞으로도 이런 개같은 인생을 살아야 하는 내가.. 하루에 열 두 번도 넘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내가 어째서 죽지 않고 버텼는 줄 아나..?"
"...."
"난 너처럼 입양된 가족도 없어서 죽어도 슬퍼해 줄 사람이 없거든.
그러니까 날 이렇게 불쌍한 사람으로 만든 니가 죽을 때까진 억울해서 못죽겠어."
그렇게 말하곤 준이치의 손을 뿌리친 채 다시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수혼이다.
수혼과 준이치의 비하인드 스토리.
과연.. 그 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댓글 쌍둥이? 아 수혼이 어떡해... 불쌍해서.
잘보고가요
...수혼과 준이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_*
수혼이한테 연정을 품나?
도대체무슨일이잇엇던걸까요??
무슨일이있던것인걸까요?
무슨일이,,,ㅇ_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