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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전 사흘 한동훈-손준성-대검 대변인 카톡 128회
1차 ‘고발 사주’ 전 한동훈-윤석열 통화 40회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사건의 핵심은 당시 검찰총장인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이하 후보)가 지시했는지 또는 인지했는지 여부다.
윤석열 캠프측에선 설령 대검의 고발 사주가 있었다고 해도 ‘손준성 보냄’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간 개인적인 문제일 뿐 윤 후보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두 사람(손준성 검사와 김 의원)이 문건을 주고 받은 게 있다고 한들 총장 결재 받고 합니까”(지난 8일 윤석열 후보 기자회견)라고 미리 선을 그었다. 고발 사주의 실체가 드러난다고 해도 관리책임의 문제일 뿐이니, 연관 짓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 후보 말대로 검사가 위법적인 일을 하면서 결재 받을 일이 없으니, 검찰총장의 결재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국회소통관에서 '고발사주'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자리의 속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언뜻 검찰총장과 일반 검사의 관계를 떠올려 윤 후보 발언을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정보정책관 자리의 속성을 잘 아는 검사들은 단순히 ‘관리 책임’ 정도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건 수사 과정도 그렇지만 기자들의 사건 취재 과정 역시 전체 윤곽이 그려지기 전 초기엔 취재된 ‘팩트’들의 의미를 잘 몰라 간과했다가, 나중에 새로운 팩트들이 추가로 취재되고서야 비로소 그 초기 ‘팩트’의 의미를 찾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의결서에 등장하는 MBC의 검언유착 보도 직후 윤 총장과 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통화 내역 등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23일 아주경제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서를 입수해 단독 기사로 <‘검언유착’보도 전후, 윤석열-한동훈 백여차례 통화>를 보도했다. 당시는 MBC보도에 대응하는 과정으로만 해석됐다면, 지금은 ‘고발 사주’ 관점에서 그 팩트들이 의미하는 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3월 31일 MBC는 저녁 7시 50분쯤 “채널A 기자가 윤 총장의 측근 검사장(한동훈)과 공모해 수감중인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로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했다”며 소위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 직후부터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보낸 4월 3일까지, 손 검사와 한동훈 검사장, 그리고 대검 대변인 권모 검사 등 3인의 단체 카톡방 대화는 무려 128회였다.
그리고 같은 기간 3일 동안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통화 횟수는 40회에 달했다. 카톡방 참여자 3명 가운데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고발 사주’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이다. 손 검사는 고발장을 ‘손준성 보냄’으로 김웅 의원에게 보낸 사람이고, 한 검사장은 고발장에서 MBC보도의 피해자로 적시돼 있다.
이런 정황상 MBC보도에 대한 대응 논의가 이뤄졌을 3인의 대화방이야말로 ‘고발 사주’사건의 스모킹 건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된 한 검사장의 ‘아이폰’ 잠금 해제와 포렌식에 다시 집중하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1. 한동훈과 손준성, 대검 대변인 등 3인 카톡 대화방의 의미
대검 직제에서 대검 검사장들은 검찰총장과 전국 검찰을 연결해 검찰 사무를 지휘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직제상 검찰총장의 명을 받고 보좌하지만, 개인 참모는 아니다. 그런데 대검에서 검찰총장의 사실상 개인 참모는 딱 두 명이다. 검찰총장의 ‘눈귀, 손발’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입’역할을 하는 대검 대변인이다. 수사정보정책관은 전신인 범죄정보기획관 시절부터 매일 정치권 등의 동향을, 대변인은 주요 언론 보도와 언론계 동향 등을 검찰총장에게 일일 업무보고를 해왔다.
지난해 12월 아주경제가 보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의결서'에 따르면 3월 31일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 당일 윤 총장과 한 검사장간 11회의 전화통화가 있었고, 한 검사장과 수사정보정책관 손 검사, 그리고 대검 대변인 권모 검사등 3인이 참여하는 카톡 대화방에서 53회의 대화가 있었다.
MBC 보도 직후 검찰총장이 직접 사태 파악을 위해 당사자인 한 검사장과 통화를 할 수 있다. MBC보도에선 한 검사장으로 지목되지 않았으나, 윤 전 총장 등과 한 검사장은 한 검사장 관련 보도 임을 알고 있었다. 문제는 검찰총장의 개인 참모인 수사정보정책관과 대변인 2명이 모두 한 검사장과 함께 카톡 대화방에서 대책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MBC의 ‘검언 유착 의혹’ 보도는 추미애 장관과 당시 윤 총장 간 소위 추-윤 갈등 와중에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했지만 검찰총장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검사장이 여권 정치인의 비리를 공론화하기 위해 부적절하게 기자와 유착했다는 취지의 보도이기 때문에 최소한 당일엔 한 검사장 개인의 문제였을 뿐이다. 특히 이날은 법무부가 대검에 진상조사를 지시하기 전이었다.
이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검찰총장 개인참모 2명이 당사자인 한 검사장과 카톡방에서 53회의 대화가 있었다는 점은 주목해봐야 할 부분이다. 최소한 검찰총장의 지시가 없다면 검찰 조직생리상 있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대검 대변인의 경우 그나마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물어오는 기자들과 소통을 위한 경위 파악 차원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정보’를 다루는 검찰총장의 개인 참모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과 아무런 교감없이 검찰 간부 가운데 한 명일 뿐이고, 대검 참모도 아닌 당시 지방 근무(부산고검 차장) 중인 한 검사장과 대응책을 논의했다는 것은 상식과도 동떨어진다.
다음날인 4월 1일 대검은 서둘러 MBC 검언 유착 의혹 보도 관련 보고서를 법무부에 전달했다. 주로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채널A측의 해명과 한 검사장의 입장이 담겼다.
4월 1일 ‘한동훈 손준성과 대검 대변인’ 3인의 단체방 대화는 45회였다. 이날 대검의 보고서에 대해 법무부는 “사실 관계를 다시 조사하라”며 불신을 드러냈다. 3월31일 밤과 4월 1일 3인의 단체 카톡방 대화가 100회 가까이 오간점으로 보면 대검 대변인실 또는 수사정보정책관실이 4월1일 법무부에 올린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또 공식적인 대검의 보고서이기 때문에 당시 윤 총장의 인지하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다음날인 4월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에 “진상 조사를 하라”고 정식 공문을 보냈는데, 이날 ‘한동훈-손준성-대검 대변인’ 3인의 대화방에선 30회의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고발장이 미래통합당측에 건너간 4월 3일 손 검사는 김 의원에게 오전 10시쯤 증거자료로 쓰일 페이스북 캡처 파일을 먼저 보낸 뒤, MBC보도의 제보자 지모씨의 실명판결문과 고발장 사진 파일을 두 세시간 간격으로 보냈다.
‘손준성 보냄’의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보낸 고발장을 보면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기자 관련 MBC보도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오보 대응을 마쳤습니다”라고 한 검사장의 입장과 움직임이 나와있다. ‘오보 대응을 마쳤다’는 구체적 움직임은 한 검사장이나 한 검사장의 대응을 정확히 알고 입장을 직접 들은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표현이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3인의 대화방에선 한 검사장을 중심으로 대검 대변인은 언론 대응, 수사정보정책관은 ‘정보나 자료 수집’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을 것으로 능히 분석된다. 그리고 그 연장선의 결과물로 MBC ‘검언유착 의혹’보도의 판을 뒤집을 맞불 차원의 대응, ‘고발 사주’ 가 등장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한 검사장이 검찰 간부 한명에 불과함에도, 당시 검찰총장의 사실상 개인참모 2명과 대화방을 운영한 점이나, MBC의 ‘검언유착 의혹’보도 당일 윤 총장과 11회, 다음날인 4월 1일 12회, 4월 2일 17회의 전화통화가 있었던 점은 한 검사장이 윤 총장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한 정황으로 봐야 한다.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1차 고발장을 보낸 날은 4월 3일이다.
당시 윤 전 총장과 한 검사장간 통화 횟수와 한 검사장, 손 검사, 대검 대변인 등 3인이 참여하는 카톡 대화방 대화 횟수만 보더라도 한 검사장이 윤 총장과 소통하면서, 3인의 대화방에서 검찰총장의 의사를 전달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지방 고검 차장이 업무 현안을 놓고 직접 검찰총장과 통화하는 일 자체가 드물 뿐더러, 당시엔 한 검사장이 수사했던 소위 적폐사건 재판과 관련한 긴급한 현안도 없었다. 윤 전 총장과의 통화나, 카톡 대화방 논의들이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대한 대응에 집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검 감찰부는 4월 6일 윤 총장에게 MBC보도와 관련한 진상조사 착수 계획을 보고하고, 다음날인 7일에 윤 총장에게 ‘감찰 개시’를 문자 통보했다. 한 검사장과 윤 총장은 4월 6일 29회, 4월 7일 40회의 카톡 대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2차 고발장을 보낸 날은 4월 8일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고발 사주’ 사건이 불거진 뒤 자신의 SNS에 MBC 검언 유착 의혹 보도 전후 3개월간 한 검사장과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카톡 대화가 332회였다고 공개했다. 한 검사장은 지난 16일 추 전 장관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공수처에 고소했지만, 이와 별개로 손준성 검사가 발신한 고발장의 명예훼손 혐의 피해 사실이 적시된 사람 중 한 명이 김건희씨였다는 점에서 보면 이 또한 ‘고발 사주’ 사건과 연관시켜 볼만한 부분이다.
한 검사장 등 카톡 대화방 참석자 3인의 대응책 가운데 ‘고발 사주’안이 포함됐다면, 그 자체로서 윤 후보의 지시 여부는 정황적으로 입증된다고 볼 수 있다. ‘손 검사와 김웅 의원 개인끼리 오간 문제’라거나 ‘정치 공작’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5월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 검사는 이동재 채널A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려 한 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사진=뉴스1)
2. 윤석열의 한겨레기자 고소 사건도 실마리
한겨레 신문은 2019년 10월 11일 1면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당시 윤 총장은 “대충 살아오지 않았다”며 한겨레신문 기자 등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가, 나중에 한겨레신문이 사과문을 게재하자 고소를 취하한 일이 있었다.
당시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발송한 주체는 대검찰청이고, 고소장 발송 사실과 함께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윤 총장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알린 건 대검 대변인실이었다. 그런데 고소장을 작성한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윤 후보가 검찰총장이었지만, 명예훼손 고소 등 형사사건 대응은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에 대검 조직이 나설 수 없는 일이다. 대기업 ‘오너’라고 해도 개인 형사사건에 회사의 법무팀을 동원하거나, 변호사 비용을 회사돈으로 지급하면 배임과 횡령죄로 처벌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 청구했을 당시 윤 총장이 외부 변호사로 법률 대리를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겨레신문 고소의 경우 발송 주체가 대검찰청이었던 점으로 볼 때, 고소장이 대검 내부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검찰총장의 개인 형사 사건 고소장 자체를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윤 총장이 직접 쓰지 않았다면 개인 참모 역할을 하는 수사정보정책관실과 대변인실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
한겨레신문 기자 고소 과정에서 만약 정보 수집 및 고소장 작성은 수사정보정책관실, 언론 대응은 대변인실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면, 지난해 4월 윤 후보 본인과 부인 김건희씨, 그리고 한 검사장을 피해자로 적시한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을 야당에 보낼 때도 유사한 구조가 작동됐을 수 있다. 당시 한동훈-손준성-대변인 권모검사의 카톡 대화방 운영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3. 윤석열 지시 손준성 작성의 재판부 동향 문건이 갖는 시사점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청구한 사유 가운데 하나가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과 배포다. 법무부는 이를 ‘법관 사찰’행위로 봤지만 윤 전 총장측은 “공소유지 차원에서 재판부 세평 등을 파악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당시 판사 동향 문건은 윤 전 총장의 지시로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작성을 총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사 동향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수사 정보’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직무범위를 벗어난 활동이다.
과거 범죄정보기획관을 지낸 한 인사는 “판사 성향을 분석하더라도 공소 유지를 맡은 수사팀이나 공판팀에서 하지,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판사 동향을 수집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의 지시 없이는 수사정보정책관이 위법 소지가 있거나 직무범위를 벗어난 일을 독자적으로 할 리가 없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범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 들을 대상으로 한 고발장을 작성해 야당에 고발을 사주하는 일 역시 위법한 일이다. 손준성 검사가 ‘고발 사주’ 고발장의 발신인이고, 고발장 작성이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수사정보정책관실이 독자적으로 위법한 일을 감수할 까닭이 없기 때문에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게 합리적인 의심이다.
4. 고발 사주는 실체 분명한 사건
뉴스버스의 ‘고발 사주’ 보도 이후 윤석열 캠프와 야권에서는 ‘박지원 공작’설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고발 사주는 실체가 분명한 사건이다. ‘손준성 보냄’으로 보내진 ‘고발 사주’ 고발장이 존재하고, 두 건의 고발장 가운데 2차 고발장은 넉달 뒤 실제 야당에 의해 실행으로까지 이어졌다.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도 텔레그램 메신저의 특성에 의해 사실상 손준성 검사로 특정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발장 작성자와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보낸 제보자 지씨의 실명 판결문의 취득 경위가 검찰 수사로 밝혀지는 건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다.
특히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과정에서 나온 ‘윤석열-한동훈’의 통화내역과 ‘한동훈-손준성-대검 대변인’의 카톡 대화 내역 같은 ‘물증’들도 확보된 상태다. 당시엔 ‘검언유착 의혹’ 보도에 대한 감찰 방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고발 사주’ 관점에서 재조사 또는 수사가 이뤄지면 충분한 법적 증거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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