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을 걷어와
어느덧 사월 하순이다. 퇴직 이후가 현직 시절보다 더 바쁜 나날의 연속이다. 작년에 늦은 봄 지기의 권유로 한시적 텃밭을 가꾸게 되었는데 올해 초 경작지에 에어돔 축구장이 들어서는 공사로 철수했다. 거기 얽매였던 텃밭 농사에서 벗어남은 더없이 다행이다. 일 년 사계절 가운데 나는 봄 한 철은 텃밭 농사보다 더 바쁘고 신선한 산나물을 끊어질 사이 없이 조달하고 있다.
어제는 천주산 꼭뒤 칠원 산정마을과 예곡마을 사이로 뻗은 호연봉 기슭으로 올라 벌깨덩굴을 제법 채집해 왔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우리 집으로 가져올 생각은 하질 않았더랬다. 그 벌깨덩굴은 건너편 아파트 상가 주점 아낙에 건네졌다. 주인 아낙이 부쳐낸 전은 꽃대감을 비롯해 몇몇 지기와 술안주로 삼아 잘 먹었다. 그 시간에 이웃 테이블 손님들까지 향긋한 산나물을 맛보았다.
새날이 밝아온 월요일 아침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을 안고 나섰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용지호수 작은 어울림 도서관은 일요일과 월요일이 휴관이다. 그러함에도 대출 도서를 챙겨감은 문밖에 무인 반납함에 넣어두기 위해서였다. 용지호수로 나가니 수면에는 수련과 노랑어리연이 둥근 잎을 펼쳐 자랐다. 잔디밭에서는 파룬궁을 수련하는 이들이 결가부좌로 명상에 잠겨 있었다.
대출 도서를 도서관 입구 수거함에 넣어두고 반송시장으로 향했다. 지난겨울 친구네 표고목 자르는 작업을 돕다가 통나무가 무릎을 스쳐 연골에 멍이 든 게 잘 풀리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일주일에 한 차례 들러 주사를 맞고 처방전을 받아 약을 먹는 지 한 달째다. 불편한 부위가 무릎인지라 시간이 걸려야 풀리지 싶다. 그래도 원인을 밝혀 치료하고 있어 마음이 놓인다.
반송시장 외과의 진료를 마친 뒤 마산역 앞으로 나가 동네 외과보다 큰 병원에 입원한 지인의 문병을 갔다. 지인은 지난겨울 들머리 사소한 일상에서 손목 골절상으로 두 달을 입원 치료해 잘 나았다. 이번은 골절 부위를 접합시키면서 심어둔 철심을 제거 원상으로 되돌리는 수술을 받고 병실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인이 무료할까 봐 병실을 찾아 격려하고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다.
환자복을 입은 지인과 헤어져 나는 나대로 자연학교 일과 수행을 위해 북면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천주암 아래서 굴현고개를 넘어간 외감 동구에서 내렸다. 내가 보름께 전 그곳 들녘에 자라는 돌나물을 걷어와 우리 집에서는 물김치를 담가 지금도 잘 먹고 있다. 이번에도 그 돌나물을 걷을 참인데 같은 아파트단지 이웃 동에 사는 꽃대감 친구와 아래층 할머니에게 보내려고 한다.
외감리 동구 밖에는 경지를 정리하지 않고 벼농사를 짓던 논배미가 몇 뙈기 된다. 거기는 근년 들어 벼농사보다 수익이 나을 미나리가 겨우내 비닐하우스에서 길러 봄철에 인기리 팔려 나갔다. 봄 이후 여름과 가을은 휴경지로 버려둔 곳이다. 논둑과 언덕 여기저기에 돌나물이 자라는데 청정지역에서 마련하는 좋은 찬거리였다. 돌나물은 대개 생채 무침이나 물김치로 담가 먹는다.
내가 돌나물을 걷는 데 노력이 꽤 들거나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았다. 들녘을 가볍게 산책하면서 비닐봉지를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검불이 일부 섞이긴 해도 정성을 다해 정갈히 뜯었다. 돌나물을 걷으면서 잎줄기가 쇠어 꽃이 피려는 달래도 보여 알뿌리가 끊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뽑았다. 돌나물도 쇠어 가는 기미가 보이긴 해도 여린 잎줄기라 찬거리로 삼기엔 늦지 않았다.
서부 경남에서는 돌나물을 ‘돈냉이’이나 ‘돈나물’이라고 불렀다. 산나물이나 들나물은 개인의 호불호가 있다. 풋내를 싫어하는 이들은 거들떠보질 않는다. 냉이 달래와 함께 봄나물을 대표하는 돌나물은 수분이 풍부하고 아삭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생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칼슘과 인, 비타민 C가 풍부해 봄의 나른함을 해결하기 좋단다. 귀가 전 꽃대감 친구에게 모두 넘겼다. 23.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