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학명: Pinus densiflora Siebold & Zucc.]는 겉씨식물 구과목 소나무과의 상록침엽 교목이다. 나무 중의 으뜸(수리)이라고 소나무이며 지방에 따라 솔나무, 육송(陸松)이라고도 한다. 솔, 소오리나무, 송(松), 적송(赤松), 송목(松木), 송수(松樹), 청송(靑松), 송유송(松油松), 여송(女松), 자송(雌松), Korean-red-pine라고도 한다. 건축재·펄프용재로 이용되고 테레핀유는 페인트·니스용재·합성장뇌의 원료로 쓰인다. 관상용·정자목·신목(神木)·당산목으로 많이 심었다. 송진이 땅 속으로 들어가 천년이 지나면 호박으로 변한다고 하는데, 호박은 장식재로서 가치가 높다. 꽃말은 ‘정절, 장수’이다.
남농(南農) 허건(許建 1908~1987),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의 소리, 진도 운림산방(珍島 雲林山房)
보은 속리 정이품송(報恩 俗離 正二品松, 천연기념물 제103호)/ 지리산 천년송(智異山 千年松, 천연기념물 제424호)
삼척 준경묘역(三陟 濬慶墓域, 사적 제524호) 의 곧게 뻗은 미인송(美人松) 수십 그루가 자라고 있다. 2001년 산림청이 정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로 정이품송(正二品松)과 혼례 소나무가 있다. 이 혼례 소나무는 준경묘역 입구 오른쪽 비탈에 서 있는데 수고 30여m의 쭉 뻗고 조금의 뒤틀림도 없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으며 수피는 거북등 껍질처럼 건강하게 갈라져 있고 둘레는 두 아름 가량이나 되는 전형적인 미인송(美人松)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높고 굵게 크는 나무로서 은행나무 다음으로 큰 몸집을 가지는데 큰 것은 높이가 50m에 달한다. 또한 소나무는 은행나무 다음으로 오래 사는 나무로서 장수의 상징인 십장생의 하나로 삼았다. 이처럼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나무로 온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소나무의 또 다른 귀중한 쓰임새는 구황식물이다. 한 세기 전만 해도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풀뿌리의 대표는 칡이며, 나무껍질의 대표는 소나무다. 배고픔을 참을 수 없으면 소나무 속껍질, 즉 송기(松肌)를 벗겨 먹었다. 그러나 섬유질만 많을 뿐 실제로 영양분은 얼마 들어 있지 않다. 우리는 가난을 표현할 때 흔히 ‘똥구멍이 찢어지게’라는 표현을 잘 쓴다. 이 말은 소나무 껍질을 먹고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여 변비가 생기는 현상을 빗댄 말이다.
남복송(男福松: for. aggregata)은 열매인 구과가 가지의 밑부분에 모여난다. 여복송(女福松:for. congesta)은 열매인 구과가 가지의 끝부분에 여러 개가 모여달린다. 금송(for. aurescens)은 잎의 밑부분을 제외하고 전부 황금 빛깔을 띤다. 은송(for. vittata)은 잎에 흰색 또는 황금색의 가는 선이 세로로 있다. 금강소나무(金剛松:for. erecta)는 줄기가 밋밋하고 곧게 자라며 외형적으로 소나무의 형태이나 곰솔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소나무와 곰솔간의 잡종으로 본다. 처진소나무(for. pendula)는 가지가 가늘고 길어서 아래로 늘어진 형태이다. 반송(盤松·萬枝松·多行松:for. multicaulis)은 줄기 밑부분에서 굵은 곁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수형이 우산처럼 다북하다.
우리 나라 북부 고원지대를 제외한 전역에 자라며 수직적으로는 1,600m 이하에 난다. 줄기는 높이 35m, 지름 1.8m 정도이며 수피는 붉은빛을 띤 갈색이나 밑부분은 검은 갈색이다. 바늘잎은 2개씩 뭉쳐나고 길이 8∼9cm, 너비 1.5mm이다. 2년이 지나면 밑부분의 바늘잎이 떨어진다.
꽃은 5월에 피고 수꽃은 새가지의 밑부분에 달리며 노란색으로 길이 1cm의 타원형이다. 암꽃은 새가지의 끝부분에 달리며 자주색이고 길이 6mm의 달걀 모양이다. 열매는 달걀 모양으로 길이 4.5cm, 지름 3cm이며 열매조각은 70∼100개이고 다음해 9∼10월에 노란빛을 띤 갈색으로 익는다. 종자는 길이 5∼6mm, 너비 3mm의 타원형으로 검은 갈색이며 날개는 연한 갈색 바탕에 검은 갈색 줄이 있다.
사철 푸른 소나무의 효험을 신록 한의학에서 살펴보면, 조선 4대 왕 세종대왕의 평소 건강 상태에 대해 실록은 ‘비중(肥重)’ ‘건습(蹇濕)’이라고 표현했다. 요즘 말로 하면 비만이거나 과체중이었고, 다리를 절었다(蹇)는 뜻이다. 세종은 한쪽 다리를 저는 관절염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노루 뼈가 든 법주를 내의원으로부터 처방받아 자주 먹었다. 하지만 세종은 얼마 안 가 노루 뼈 술 제조를 금지시킨다. 노루 사냥에 나간 관원이 멧돼지에게 받혀 죽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 실록 기록으로 미뤄 보면 조선 전기 관절염 증상 치료에 노루 뼈가 대표적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각종 한의서에 따르면 노루 뼈 외에도 여러 가지 약재가 증상에 따라 다리 질환 치료에 사용됐는데, 특히 다리에 힘이 없거나 무릎이 약한 하지무력증에는 소나무 뿌리와 솔 마디가 처방됐다. 이 처방에 큰 효험을 본 주인공은 조선 최장수 임금이었던 영조. 그는 노년에 다리에 힘이 없고 무릎이 아파오자 솔 마디를 이용한 송절차를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102회 복용했다. 영조는 늘 “송절차가 입맛에 맞지 않다”고 불평을 했지만 “그 신묘한 효험” 때문에 송절차를 끊을 수 없었다.
실제 영조 재위 42년의 승정원일기에는 “송절차를 복용하고 나니 기운이 깨어나는 듯하고 소변도 시원하게 보았다. 건중탕을 복용하는 것보다 효험이 컸다”고 쓰인 부분이 있다. 건중탕에 인삼과 녹용이 들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기사의 표현이 얼마나 큰 칭찬인지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생활지침서였던 ‘규합총서’나 백과사전인 ‘임원십육지’에도 “송절차가 원기를 보충하고 무릎을 튼튼하게 한다”고 소개돼 있다. 송절차에는 단순히 솔 마디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쇠무릎처럼 무릎을 강하게 만든다는 우슬과 오가피도 조금 넣어 함께 달인다.
솔뿌리(소나무 뿌리)에는 ‘소나무의 뼈’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힘이 내재돼 있다. 중국의 약학서 ‘본초강목’엔 “솔뿌리가 풍습병을 치료한다”고 돼 있다. ‘풍습병’은 지금으로 말하면 관절염이다. 솔뿌리를 오래 달여 먹거나 감주로 만들어 마시면 신경통과 산후풍에 효과가 크다. 황토에서 자란 10∼15년산, 그중에서도 동쪽으로 난 뿌리의 약효가 뛰어나다.
솔잎은 양생의 명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의병장 곽재우 장군이 ‘임진왜란이 끝나자 솔잎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거나 통일신라의 대학자였던 최치원 선생이 ‘솔잎을 먹으며 가야산에 은거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현대 의학도 솔잎의 옥시팔라민 성분이 젊음을 유지시키고 혈관 벽을 튼튼하게 하며 심장병이나 고혈압 치료에 효과가 있음을 증명했다. 실록에도 역병의 예방약으로 솔잎을 거론하면서 자주 끓여 먹도록 권장한 기사가 곳곳에 보인다. 실제 솔잎에는 항바이러스제제인 타미플루의 주성분 시킴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
솔잎의 품질도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깊은 산속의 겨울철 적송이 가장 좋다. 오죽하면 추사 김정희 선생이 “겨울이 오고서야 송백의 푸름을 알았다”고 되뇌었을까. 사시사철 푸른 솔잎의 강한 양기(陽氣)는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도록 돕는다. 무릎이 시리거나 차갑게 굳는 증상을 치료하는 데 솔잎을 처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출처: 동아일보 2022년 12월 02일(금)〈이상곤의 실록한의학(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생약명(生藥銘)은 송엽(松葉)이다. 민간에서 뿌리(松根)는 봄, 가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당뇨, 산후풍, 신경통, 골수염에 15g을 물 700㎖에 넣고 달여서 마신다. 가지·줄기(松節)는 봄~여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골다공증에 10g에 물 700㎖를 붓고 달여서 마신다. 송홧가루(松花粉)는 봄에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서 쓴다. 만성 설사, 배가 찬 데 조금씩 먹는다. 종기, 덧난 상처에 말린 가루를 바른다. 솔잎(松葉)·새순은 초봄~초가을에 채취하여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말려서 쓰거나 생것을 쓴다. 혈압 높은 데, 생리통, 당뇨, 머리 아픈 데 생것 10g에 물 700㎖를 붓고 달여서 마시거나 같은 양의 흑설탕에 재워서 효소를 만든 뒤 물에 타서 마신다. 관절 아픈 데 생것을 찧어 뜨겁게 찜질한다.
복령(茯靈)은 소나무뿌리에 외생균근이 공생해서 혹처럼 비대하게 된 것인데 신장병에 약효가 있다고 한다. 말린 솔잎을 설탕에 재워서 차로 마시거나 술, 식초를 담가 먹는다. 화분은 봉오리가 벌어지면 노란 송홧가루(松黃·松花)가 나오는데 햇볕에 말려서 다식을 만들거나 약으로 쓴다. 송홧가루로 다식을 만들며 껍질은 송기떡을 만들어 식용한다.
소나무는 술을 만드는 데도 쓰여, 송순주(松筍酒)·송엽주(松葉酒)·송실주(松實酒)·송하주(松下酒) 등이 있다. 송하주란 동짓날 밤에 솔뿌리를 넣고 빚어서 소나무 밑을 파고 항아리를 잘 봉하여 두었다가 그 이듬해 낙엽이 질 무렵에 먹는 술이다. 솔방울술은 지금도 흔히 담그는 술인데 솔방울을 송자(松子)라고도 한다. 소나무옹이(松節)를 넣고 빚은 술을 송절주라 하는데, 송절은 소나무의 뼈로서 단단하고 강해서 몸에 좋다고 하였다.
[참고문헌: 《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 《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 《우리 나라의 나무 세계 1(박상진.김영사)》, 《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