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문득 무게가 그리워지네
나도 한때는 확실한 무게를 지니고
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한껏 부푼 부피도 느끼며
군청색 셔츠를 펄럭였지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안에서 언제까지라도
지워지지 않을 것처럼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4.08.17. -
마냥 멀리 가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습니다. 딛고 있는 삶의 자리는 늘 비좁게 느껴지고 사방 둘러싸고 있는 풍경은 익숙하다 못해 지겨웠으니 어쩌면 멀고 낯선 것을 동경하는 것은 더없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자주 도망쳤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좇았고 새로운 것을 선망했으며 낯선 인연들을 반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딛고 있는 자리와 주변 환경과 만나는 사람이 달라진 후에도 전과 다름없이 멀리 가고 싶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다는 것.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토록 새로 가닿고 싶은 먼 곳. 그곳이 바로 처음 제가 떠나온 곳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