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제 파견, 저는 찬성입니다.”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이기헌 주교, 이하 민화위)가 마련한 포럼에서 조광 교수(연세대 용재 석좌교수)는 북한에 상주할 사제를 파견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휴전 60주년을 앞두고 19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이 포럼에서 “사제가 북한에 상주한다고 해도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광 교수는 “사제를 파견한다면 첫째 목적은 정치협상이 아니라 북한 사람들의 ‘사목자’로 파견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평화와 신앙이라는 면에서 볼 때 비록 정치적으로 무력한 허수아비가 되더라도, 북한에는 사목자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변진흥 평협 사회사도직연구소 부소장이 ‘북한교회’라는 용어 사용이 적절한지 묻자 조광 교수는 “교회는 ‘세례를 통해 결속된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이므로,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북한의 공동체도 충분히 교회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조 교수는 “한국 교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북한교회는 가짜’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갖고 있다”면서 “북한 신자들을 적어도 양심 차원에서는 그리스도인이라고 인정하며 만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들이 진짜 그리스도인인가 하는 문제는 인간이 판단하지 못하며, 하느님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 이날 발표에서 조광 교수는 천주교의 민족화해운동에 대해 “교회가 제시한 ‘화해’는 마음의 휴전선을 허물려는 작업이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는 그 활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민족화해 운동은 정권과는 무관하게 교회가 꾸준히 추진해야 할 과업”이라며 “운동이 남북 상황의 경색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 주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는 로마제국 전략서적에 나오는 말을 “평화를 원하거든 평화를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pacem)”로 바꿔 말하며, 교회가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 교수는 민화위가 북한 동포에 대한 지원이나 선교뿐만 아니라 ‘평화운동’에 대해서도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화위가 사업 중 하나로 천명한 바 있는 ‘평화교육’에 대해 “이를 위해서는 평화를 위한 연구도 당연히 요청된다”면서 ‘평화신학’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평화이론의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예산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책 마련도 조 교수가 내놓은 민화위의 과제다. 그는 “최근 가톨릭 청년들 가운데에서도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에 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하며 “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핵 문제, 평화조약으로 풀자 북핵 문제에 대해 조 교수는 “평화조약 없이는 해결 불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장을 하는 배경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대원칙은 전쟁을 준비해서 평화를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핵무장의 부당성 자체를 더욱 강조하는 것이 교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불완전한 휴전협정 체제를 넘어서 평화조약 단계까지 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북한과 평화조약을 맺으면 1민족 1국가가 되는 것이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1민족 2국가가 최종 목적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과도기 단계인 1민족 2국가론도 부분적으로는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한의 ‘흡수통일론’과 북한의 ‘남조선혁명론’은 평화조약 체결을 저해하는 요소”라며 “흡수통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알려줬다. 북한에 의해서든 남한에 의해서든 흡수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