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해보자, 후회 말고” 동료 다독여 30점 폭격… 도쿄서 日 울리고 8강 점프
[도쿄올림픽]女배구 5세트 접전끝 日에 역전승
‘불굴의 캡틴’ 허벅지 피멍에도 펄펄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오른쪽)이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일본과의 A조 예선 4차전에서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왼쪽)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김연경의 오른쪽 허벅지 안쪽에 테이핑을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며 생긴 붉은 피멍이 보인다. 도쿄=홍진환 기자
“해보자.” 지난달 29일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예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 9-15로 패색이 짙었던 4세트 작전타임에서 주장 김연경(33)은 이같이 소리쳤다. 손바닥을 치며 “해보자”를 다섯 번 외친 김연경은 “후회하지 말고”라고 덧붙였다. 주장의 외침에 똘똘 뭉친 한국은 이날 5세트 끝에 3-2로 이겼다. 이틀 뒤 열린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3-2 대역전승을 따내며 8강 진출을 확정했다.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도쿄 무대에서 ‘후회 없는’ 경기들을 만들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4위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하고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김연경은 도쿄에서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여기까지 오는 길도 쉽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1월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진통제를 맞고 복대를 멘 채 출전을 강행했다. 올 2월에는 이재영, 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폭력’ 사태로 대표팀에서 이탈했다. 지난달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전체 16팀 중 15위를 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코트 안팎을 가리지 않고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전에서 양 팀 최다인 30득점을 하면서 역대 올림픽 최초로 4차례 이상 30득점을 한 선수가 됐다. 일본전 경기 도중 김연경의 오른쪽 허벅지에 붉은 상처가 보여 핏줄이 터지도록 뛴 게 아닌가 하는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테이핑을 자주 해서 생긴 자국으로 경기 출전 등에는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다. 팀에서 유일하게 한 차례 교체도 없이 뛰고 있는 만큼 체력 부담이 작지 않다. 일본전 뒤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세계배구연맹(FIVB)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왜 그녀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했다. 치열한 승부 속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다. 여태껏 올림픽에서 한 세트도 따낸 적이 없는 케냐의 한 선수가 지난달 27일 경기 뒤 “한 세트만 져주지 그랬냐”고 묻자 “내가 은퇴한 뒤에 져주겠다”고 말한 일화도 있다.
김연경의 활약에 그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교회는 성경, 불교는 불경, 배구는 김연경’이라는 자신감 넘치는 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팬들이 다시 찾아가 댓글을 다는 역주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림픽 개막 후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A조 3위 한국은 2일 오전 9시 2위 세르비아와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날 결과로 8강 상대가 정해진다.
도쿄=강홍구 기자
MBC 또… 이번엔 ‘김연경 인터뷰 왜곡’ 논란
배구 ‘한일전 이긴 소감’ 물어놓고
“축구-야구 졌고 배구만 이겨” 자막
金 “더 뿌듯” 답변 타종목 비하 인상
MBC, 비난 일자 해당 영상 내려
MBC가 김연경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선수의 인터뷰 영상에서 김연경이 다른 종목을 깎아내린 것처럼 자막을 내보내 비판을 사고 있다.
MBC는 1일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 ‘[김연경 인터뷰 풀영상] 할 수 있다! 해보자! 포기하지 말자!’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전날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 예선전에서 일본을 이긴 뒤 한 인터뷰였다.
김연경은 기자가 한일전 승리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취지로 소감을 묻자 “감사하다. 더 뿌듯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해당 화면(사진)의 자막은 ‘Q.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라고 엉뚱하게 나갔다. 같은 날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과 야구 대표팀은 각각 멕시코와 미국에 패했다. 마치 김연경이 패배한 다른 구기 종목 한국 대표팀을 비하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게 편집한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MBC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거냐’ ‘사과만 하고 정신을 못 차린다’ 등 비난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이 편집 영상을 내리고 인터뷰 전체 영상으로 대체했다.
MBC는 지난달 23일 도쿄 올림픽 개회식 중계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화면에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진을 넣는 등 여러 나라에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해 국내외의 비판을 받았다. 박성제 MBC 사장이 지난달 26일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이후에도 중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 사장 사과 당일 재일교포 3세인 유도 대표팀 안창림 선수가 동메달을 따자 중계진은 “우리가 원하던 메달 색깔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했다. 27일에는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인교돈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며 이름 자막을 ‘인교톤’으로 내보냈다. 29일 한국과 이스라엘의 야구 중계에서는 6회초에 ‘경기 종료’ 자막을 내보내기도 했다.
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