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건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서 찌는 글.
사실상 대한민국 커뮤 중 가장 진보적인 곳이라 해도 될 쭉빵에서까지 "노예", "니그로", "니네 나라 가라" 라는 말이 나왔음.
난 이번에 남자들의 반응을 보고 정말 탄식했음. 왜냐하면 쟤네가 여성인권에 왜 좆도 관심없는지 깨달았거든.
걔네는 여성인권이고 흑인인권이고 그런건 관심도 없어. 이해할 생각도 없고. 걔넨 그냥 "자기 자신들만" 중요한거야.
한국 남고생들이 유쾌하게 유우머를 했는데 분위기 갑자기 싸하게 만드는 흑인이 싫은거고,
그 동안 유쾌하게 여자들한테 노옹담을 했는데 분위기 갑자기 싸하게 만들면서 자기 나쁜놈 만드는 여자들이 못마땅한거임.
솔직히 걔네 입장에서는 한국"여자"보다는 흑인"남자"가 더 나을텐데 흑인남자한테까지 이렇게 행동하는거 보니 한국여자 인권은 영영 생각해줄 일 없다는 걸 꺠달음ㅇㅇ;
우리가 가장 싫어했던 태도가 이런 거 아니었어?
공감능력은 저리 가버리고 본인들만 생각하는 일차원적인 남자들 사고를 우리가 가장 극혐하는 거였잖아.
1. 우리가 왜 이렇게 된걸까? 이 댓글을 한번 읽어봐줬으면 해.

본인이 진정으로 "인종차별" 을 반대하고, 모든 형태에 있어서의 "차별"을 반대하는 것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음.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댓글이라고 생각해.
만약 본인이 오늘 흑인이 노예였다는 점으로 조롱하는 댓글을 썼으면, 흑인이 뭐 어떤 짓을 했건간에 그냥 너는 "노예제도에 찬성하는 사람"일 뿐이야.
2. 인권에 있어서의 상호주의
나도 아직 국제법을 배우고 있는 단계이지만 관련 쟁점이 겹치는게 있어서 말하고 싶은게 있어.
국제법의 대표적인 분과에는 외교관계법, 해양법, 국제통상법, 인권법, 환경법이 있어.
이 중에서 외교관계법, 해양법, 국제통상법과 인권법, 환경법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알아?
바로 인권법, 환경법에는 "상호주의"가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야.
예를 들어 국제통상법을 보면, A국가가 무역법을 위반했으면, 피해를 입은 상대 B국은 A국에 대해서 똑같이 법을 위반해도 돼. A국이 관세를 올리는 조치를 취하면 B국도 똑같이 해도 된다는 말이야.
하지만 인권법, 환경법은 상호주의가 적용이 되지 않아. A국에서 B국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해서, B국은 똑같이 A국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수 없어. 환경도 마찬가지야. A국이 B국 바다를 더럽혔다고 해서 B국이 똑같이 A국 바다를 더럽히는 것도 안되는 일임.
마찬가지로 A국에서 B국 국민의 인종차별을 방관했다고 해서, B국은 똑같이 A국 국민의 인종차별을 방관할 수 없어.
왜냐하면 인권이란 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되어서는 안되는 최고의 가치이고, 환경은 한번 파괴되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
나 또한 아직 공부하는 중이지만 지금 이 "인권법" 과 "환경법"을 확립한 사람들은 그저그런 이상주의자가 아니야. 세계에서 국제법을 포함한 여러 학문들에 가장 정통하고, 누구보다 여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사람들이 이렇게 하자고 정한거임.
3. 과연 인권 문제에서 나도 똑같이 할래! 가 도움이 될까
우리가 원하는게 뭐야? 흑인도 인종차별하고, 동양인도 인종차별하는 그런 세상이야? 아니잖아. 우리가 원하는건 흑인도, 동양인도 그런 짓 안하는 거잖아. 물론 백인이 인종차별 젤 먼저 멈춰야함;
근데 과연 우리가 이런 사안에 대해서 이렇게 반응하고 "니그로" "노예" 등등의 댓글을 쓰는게 그런 미래에 도움이 될까?
흑인들이 그거 보고 "헐랭 진짜 기분 나쁘네... 앞으로 우리도 안해야지ㅠ" 라고 반응할까?
한국에서도 실제로 인종차별 정말 심심찮게 해왔고, 특히나 오래전부터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왔던 동남아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체적 폭력까지 행사하는 등의 행동을 해왔어.
걔네도 우리랑 똑같이 반응하겠지. "야 니네 동양인도 개그콘서트에서 블랙페이스 가지고 웃고 외노자 차별했잖아ㅡㅡ"라고.
이렇게 하면 해결이 안돼. 한국에서도 분명히 여자들은 몰라도 정말 많은 남성들은 아직 인종차별에 찌들어 있고, 우리는 같은 취급 당하기 싫지만 어쨌거나 한국남성들이 동남아, 백인, 흑인 여성들 상대로 인종차별을 해왔고,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정말 끔찍한 짓을 했던 걸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오랫동안 블랙페이스를 "웃기다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소비해왔음. 그런데 한국에 그런 사람들만 있어? 이런 사람들도 있지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 위해서 봉사해주시고 인권변호사로 나서주시는 분들도 많음.
흑인도 마찬가지야.


흑인 인권 챙겨주는거 안해도 돼. 근데 적어도 댓글 달때, 걔네 행실을 가지고 까야지 "노예" 였던 과거, 피부색으로 까지는 말자 진짜.
반대로 생각해서 동남아에서 한국남자를 상대로 "과거에 식민지였던 주제에" 웅앵 거리면서 까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음. 각 집단마다 그래도 참고 허용해줄 수 있는 선이 있는데 그게 우리한테 일본 관련 문제라면 흑인한테는 "노예"문제임.
행실만으로도 충분히 깔 수 있으니까 적어도 그런 댓글은 쓰지 말자.
또 플러스로 난 샘 오취리가 여기서 중요한게 아니라고 생각해. 샘 오취리가 중요한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반응한 한국 대중들, 언론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함. 샘 오취리는 댓글 말대로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끝이겠지만, 샘 오취리가 돌아가고 나서도 한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에 찬성하는" 한국으로 남을거임.
그리고 이번 남고생들에 대해서 여초에서라도 비판적으로 대응했으면 걔네 인권감수성이라도 좀 올라갔을까 싶음..; 걔네가 흑인 남자도 동등하게 생각안하고 그냥 흑형으로 생각하는데 한녀라고 생각해줄까 싶다 ㅇㅅㅇ..
문제시 수정
+ 여기에 관해서 같이 더 이야기해보면 좋겠어

첫댓글 이런글 계속 달아조서 넘 좋다 조천읍여샤 인종차별에는 유독 관대해지는 경우가 많은 거 같어.. 쟤도 했으니까 나도 한다! 이런 받아치기가 아니라 평등과 인권을 위한 넓은 논의 선상에서 의견을 낼 수도 있는건데.. 다같이 생각해보면 좋을 문제 꺼내줘서 고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