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즐기면서 하고 왔다… 다음 목표는 개인전 150점 만점”
K양궁팀, 금메달 4개 ‘금의환향’
‘신궁’ 양궁 대표팀, 금메달 9개 들고 귀국 도쿄 올림픽 양궁 5개 종목에서 4종목 우승을 휩쓴 한국의 남녀 신궁들이 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환영식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 양궁 대표팀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 강채영 장민희 안산(왼쪽부터). 안산은 한국 여름올림픽 사상 최초로 3관왕에 올랐다. 인천=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9일 출국할 때 한산했던 인천국제공항이 한국 양궁 선수단이 귀국한 1일에는 팬들과 가족, 그리고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꽃과 카메라를 들고 있는 여성 팬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여성 팬은 “안산 산(山)랑해(사랑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선수들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로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안산(20)을 비롯한 한국 양궁 대표팀이 1일 금의환향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쓴 오진혁(40), 김우진(29), 김제덕(17·이상 남자), 강채영(25), 장민희(22), 안산(이상 여자)은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혼성전과 단체전에 이어 여자 개인전까지 석권하며 세계 최강의 스무 살 신궁으로 우뚝 선 안산은 “재밌게 즐기면서 하고 왔다. 안주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혼잣말로 “‘차분하게 하자”,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고 했던 그는 이날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혼잣말을 했다”고 했다. 더 이룰 게 없어 보였지만 새로운 목표도 밝혔다. “개인전에서 5세트 15발로 150점 만점을 쏘는 게 목표다. 그걸 한번 해내보고 싶다.”
SBS TV 화면 캡처
혼성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2관왕에 오른 17세 궁사 김제덕도 “목표했던 단체전 우승을 해서 너무 기쁘다. 후회 없이 올림픽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양궁은 3년 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5개 전 종목 우승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안산과 김제덕은 지난달 24일 혼성전 멕시코와의 준결승에서 연출한 ‘로빈 후드 화살’(이미 꽂힌 화살을 명중시키는 화살·사진)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0.0058%의 확률로 나온다는 로빈 후드 화살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올림픽박물관에 전시된다. 세계양궁연맹(WA)은 이번 대회부터 처음 도입된 혼성전에서 두 선수가 초대 챔피언에 오른 것을 기념해 해당 화살 기증을 요청했다.
두 선수는 올림픽 다관왕의 명예와 함께 엄청난 포상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각각 1억5750만 원과 9500만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또 다음 달부터 매달 100만 원씩을 받는다.
대한양궁협회도 두둑한 포상금을 줄 예정이다. 협회는 2016 리우 올림픽 때 전관왕(금메달 4개)을 달성한 양궁 선수단에 총 25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개인전 우승자에게 2억 원, 단체전 우승자에게는 1억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이 기준을 따른다고 하면 안산은 양궁협회에서만 5억 원의 격려금을 받는다.
인천=강동웅 기자, 이헌재 기자
정의선 “최상의 화살 골라낸 로봇기술 큰 공”
[도쿄올림픽]화살 탄착군, 5년 전엔 주먹 크기… 이번엔 동전 크기
37년간 양궁 후원해온 현대차그룹, 전기차 기술 등 활용해 훈련 지원
“리우 때보다 편차 적은 화살 선별”
K양궁팀, 금메달 4개 ‘금의환향’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은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대표팀의 선전에 대해 “화살을 골라내는 기술이 참 중요했다. (기술 덕분에) 화살의 편차 없이 좋은 화살을 골라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유용했다”고 평가했다.
남녀 양궁 대표팀이 금메달 4개를 일궈낸 성과에 대해 정 회장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 줬고 감독님들도 모두 잘해 줬다. 양궁인 모두가 같이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1일 낮 12시 반쯤 전용기편으로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정 회장은 귀국길에 본보 기자와 만나 양궁 대표팀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양궁 대표팀의 훈련과 경기력 향상에 그룹 차원에서 많은 기술 지원을 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양궁 지원) 기술 중 어떤 것을 가장 베스트(최고)로 꼽을 수 있냐”는 질문에 “여러 기술들이 많았다”면서도 화살을 골라내는 기술을 특히 강조했다.
정 회장이 소개한 기술은 같은 화살을 수십 번 쏴도 같은 탄착군에 명중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70m 거리에서 쐈을 때 사람 주먹 1개 정도 크기의 탄착군에 들어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탄착군 크기를 100원 동전 크기로 줄이며 정확성을 높였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에 충전 커넥터를 정확히 연결할 수 있게 한 자동충전로봇 기술을 응용했다.
경기 외적인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한 안산(20)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준 격려가 화제가 됐다. 정 회장은 “(언론에) 나온 게 전부다. 잘하라고 했고 많은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성과에 대한 포상 계획을 묻자 “올림픽이 다 끝난 다음에 하겠다”며 “다른 체육단체들 할 때 다 같이 발표하겠다. 준비를 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지난달 25일 일본에 입국한 뒤 줄곧 양궁 대표팀과 함께했다. 경기 기간 중 관람석에서 양궁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관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자주 포착됐다.
현대차그룹은 37년 동안 양궁을 후원했다. 지원을 하면서도 선수단 선발과 협회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점이 알려지며 스포츠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대차그룹 측은 “단 한 가지 원칙만 주문했는데 협회 운영은 투명하게, 선수 선발은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며 “한국 양궁과 현대차그룹은 37년간 동행을 통해 세계 최고를 향한 DNA를 공유하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