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대·요구 부흥할 수 있도록 성찰"
尹대통령과는 "직접적인 관계로 보기 어려워"
과거 김명수 체제 정면 비판
새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3일 김명수를 만나러 오며 “최근에 무너진 사법의 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 김명수와의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찾아 지명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기대와 요구, 눈높이에 부흥할 수 있는 바람직한 법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성찰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아직 후보자에 불과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청문과정과 인준동의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는 것은 주제넘은 말”이라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그는 사법부 신뢰 저하와 정치화 우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재판의 공정과 중립성은 사법 제도의 기본”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묻는 질문에 “친한 친구의 친구다보니, 그리고 서울대 법과 대학이 160명이고 고시공부하는 사람이 몇 안 된다”며 “그냥 아는 정도지 직접적인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김명수의 뒤를 이을 후보자로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후보자는 법학이론과 외국법제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일본 게이오대에서 연수를 하는 등 ‘일본통’으로도 꼽힌다. 비교적 원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선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엘리트 판사 모임으로 불리는 민사판례연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사법부 내에서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다.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이 후보자는 사법부 현실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성향상 대척점에 서 있는 김명수 체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김명수의 ‘거짓말 파문’ 당시 “사법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법원이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등 재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져 내렸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와 관련해 김명수의 거짓 해명이 드러나자 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권순일과 관련해 “국민이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법관은 실제로 공정해야 하고 또 공정하게 보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신에 따라 비판적 견해를 숨기지 않았던 이 후보자가 김명수 예방을 바로 앞두고 취재진에게 “최근 무너진 사법 신뢰”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현 김명수 체제를 다시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면 사법부 구도와 체제 변화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법은 2017년 김명수 취임 이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대법관이 주를 이루며 진보 성향 우위 구도를 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취임한 이후 오석준·권영준·서영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 구도는 중도·보수 체제로 탈바꿈했다.
사회·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전원합의체 판단에 보수 색채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표결을 거쳐 임명된다. 김명수의 임기는 다음 달 24일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