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영수반.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월화가 제일먼저 한 생각은,
학생 수도 적은데 반은 더럽게 넓다-였다.
사실이 그랬다.
영수들은 9명뿐이었고,월화까지 합해야 겨우 두자리 숫자.
그런데도 교실은 30명은 넉넉히 쓸 정도 였으니-,
월화가 교단에 서서 인사를 한다.
"구미호,월화입니다."
영수들이 차례차례 월화에게 인사하고.
"삼족오,유현이다."
해 속에 둥지를 틀고 산다는,발 세개의 신성한 까마귀.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를 가진,기품있어 보이는 여자.
"해태,의윤이다."
정의롭지 못한 자를 물어죽인다는,환상의 동물.
회색 머리와 회색 눈동자를 가진,날카로운 인상의 남자.
"기린,신후다."
용맹하고 뛰어난 아이를 '기린아'라고 할만큼,뛰어난 재능의 상징.
갈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를 가진,지적인 인상의 남자.
"봉 인,황 연이다."
오동나무에만 둥지를 틀며 영웅을 상징하는 한쌍의 새,봉,황.
금발머리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잘 어울리는 한쌍의 커플.
"어젠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군.청룡 한이다."
동쪽을 수호하는 푸른 색 용.
파란 머리와 파란 눈동자를 가진 차가운 인상의,사방신의 수장.
"백호 무운이야."
서쪽을 수호하는 하얀 호랑이.
은발 머리와 은빛 눈동자,부드러운 미소.
"..알잖아?"
..;;;;남쪽을 수호하는 붉은 새.
붉은 머리와 붉은 눈동자.거만한 인상.
"현무 지효다."
북쪽을 수호하는 지혜로운 거북.
초록빛 머리와 초록색 눈동자.지적인 인상.
영수들을 쭉 둘러본 월화는,반친구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는 표정을 짓고는,
주작의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녀는 영수들을 보며 500년전에 만났던,
영수들의 대장인 황룡 은강을 떠올렸다.
정말이지...푼수끼 넘치는 녀석이었지...
영수들의 자리야,자식이 17살이 되면 물려준다지만,
영수들의 수장인 황룡의 자리는 자식들이 나이만 먹는 다고 물려주는 자리가 아니었다.
500년전 유강,유빈 형제들 상태를 보아할때,
여태껏 은강이 황룡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 영감탱이..만살이나 먹은 주제에,힘은 무식하게 셌으니,
여전히 팔팔하게 살아있을 게 분명했다.
'픽..언제한번 만나봐야 할텐데 말이야.'
예전의 추억을 떠올리며 씁슬히 웃는 월화였다.
#004
첫교시는 역사학 시간.
영수들은 월화가 꽤나 걱정이었다.
요즘 나가고 있는 단원이 '구미호의 역사' 부분인 탓이었다.
영수들은 당연 구미호들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바로 잡기에는
인간들이 감수해야 할 마음의 고통이 상당했다.
몇백년을 이어져 내려왔었던 구미호 살육.
그 끔찍했던 일을 구미호가 악이라는 식으로 합리화 시키지 않고는,
죄책감 때문에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란 그토록 나약한 존재니깐...
아직 교과서를 받지 못한 월화로썬 수업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다.
역사학 선생이 들어오고.
"오늘은,어제에 이어 구미호의 역사..부분을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힐끗,월화의 눈치를 보는 그녀.월화가 살짝 인상을 구기고.
'구미호의..역사라고?'
"일단 복습 조금 하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엔 천계와 함께 인간계를 보호하던 구미호..들은,
어느 날 부턴가..악마들..과..결..탁..하여.."
월화의 눈치를 보며 더듬더듬 말을 잇던 역사선생은,끝내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칠판 한귀퉁이가 부사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약간의 연기와 함께 가루가 되어버린 칠판 조각이 후두둑,떨어졌다.
난폭한 행동과는 달리,월화의 표정은 꽤나 침착했다.
"지금 누가..악마들과 결탁했다구?
도대체 그런 엉터리 역사는 어디서 배워와서 가르치는 거지?
정말이지..들을 가치가 없는 수업이군.
난 구미호의 역사 속에서 자라 온 여자다.
단 하루도 격어보지 못한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내가 2500여년을 겪어온 구미호의 슬픔을 너는 단 하루도 느껴보지 못했으면서,
꼴에 약간의 영능력과 선생 자격증을 가졌다고 가르치려 들다니..
주군,전 이 수업을 듣지 못하겠으니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윤허하여 주십시오."
"허락하지."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나가는 월화에게,
그 누구도 비난과 질책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의의 상징인 해태 의윤조차도..
그녀의 눈에서 반짝이는 투명한 액체 한방울을,모두들 본 탓이었다.
"자,그럼,계속 수업하시라구,선생.
우리는 돼먹지 못한 역사라도 듣고나 있을테니까..
그리고 이 단원은 빨리 끝내줘.
그렇지 않으면 월화가 역사학 수업을 계속 안들어올꺼야."
"네,넷.주작님.그럼 계속 하겠습니다.
악마들과 결탁한 구미호들은.."
교실에서 계속 수업이 이어지는 동안,
복도를 거닐으는 월화의 눈에선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 구미호들이..이런 모욕을 받아야 하는거지?
#005
아카데미 정원에 나와 앉아있는 월화.
벤치에 앉아 손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고 있는데,
아주 익숙한 기운을 느낀다.
위압감이 넘치고 상대를 누르는 무언가가 있는,황룡의 기운..
그녀가 고개를 든다.
"아무리 아카데미에서 영수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지만..
땡땡이는 너무하다고 생각되는데,월화 학생?"
"후후,그럼 이렇게 한가로이 산책을 하는 당신은 뭔데?"
그녀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진다.
"나야..이 아카데미의 창설자지.
교장 노릇이야 귀찮아서 사람을 고용해 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창설자로써 이렇게 아카데미 순례를 종종 하곤 해."
"여전히..엉뚱하네,황룡 은강."
"여전히..어른 존대를 할 줄 모르는 군,월화.
내가 너보다 몇곱절은 더 먹었어!"
"늙은 건 별로 자랑이 아냐."
"2500살밖에 안먺은 꼬맹이가.."
"오,정확히는 2517살이야,10534살 먹으신 할아범."
500여년 만에 친우를 만난 월화의 얼굴이,환하게 핀다.
"여전히 당신이 황룡이야?"
"그래.너도 500년 전에 봐서 알겠지만,걔네들이 좀 약해야지..
황룡이 되려면 날 꺽어야 하지않나."
"당신이 무식하게 강한 거겠지."
아까의 우울함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기분이다.
진심으로 당신을 만나서 기분좋아,22대 황룡 은강 할아범^-^.
카페 게시글
로맨스판타지소설
[퓨전판타지]
구미호의 슬픈 해피앤딩[003~005]
검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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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13 21:4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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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있어요
쿠헬헬,,,기다리기가 넘힘들지만 잼있으니까 담편도 기대하겠습니다^_____^
헉 나이들이 장난이 아닌데? 하하핫
ㅋㅋㅋ기다렸어요 이번편도 재밌어요
+ㅂ+ 은강 할아범! 왠지 마음에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