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연구원이 해수 속 '세슘'을신속분석 방법으로 측정하기 위해 해수샘플을 감마핵종분석기에 넣고 있다.
“물이 가득 찬 서울 석촌호수(담수량 636만t)에 오염수 한 컵(100mL)이 쏟아져도 방사능 검출 여부를 완벽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24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만난 정규환 비상대책단장은 이같이 말하며 “지난달부터 해류 흐름을 고려해 동·서·남해에서 기존 40곳(연 4~6회)에다 추가 33곳을 선정해 월 2회 신속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이날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예고했던 만큼, KINS 연구진은 이른 시간부터 국내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KINS는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안전성 검토와 한반도 인근 해역의 방사능 모니터링을 담당해왔다.
KINS가 해양 모니터링을 통해 주로 확인하는 방사능은 세슘·삼중수소 등이다.
연구동 복도에 들어서자 ‘약수터’에서 볼법한 물통이 빼곡히 줄지어 있었다.
최인희 KINS 환경방사능평가실 박사는 “각 검사 지점에서 채취한 해수 샘플”이라며 “세슘을 분석하기 위해선 해수 60L가, 삼중수소에는 2L가 각각 필요하다. 하지만 신속 분석은 각각 해수 2L만으로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NS 복도에 들어서자 동해·서해·남해 등 72곳 조사지점에서 채취한 해수샘플이 줄지어 놓여있었다.
방사능을 측정하기 위해 해수샘플에 섬광체(방사능 함유 시 빛을 뿜어내는 물질)를 넣은 모습.
신속 분석은 시료에서 방사성 물질을 증폭시키기 위해 화학적으로 분리하거나 농축하는 전처리 과정을 없애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코로나19 검사 ‘간이 키트’ 격이다. 가운데가 볼록 솟아있는 ‘마리넬리 비커’에 해수 2L와 섬광체(방사능 함유 시 빛을 뿜어내는 물질)를 넣고 분석기를 통해 결괏값을 측정한다.
분석에는 보통 일주일이 걸리는데, 이는 평균 한 달이 걸리는 정밀 분석보다 20일 이상 빠르다.
신뢰성은 어떨까.
정 단장은 “핵종에 따라 신뢰도가 10~1000배가량 차이 나긴 하지만, 실제 방사능량 차이는 100만~1억 분의 1 수준이라 실제로는 거의 차이가 없다”며 “방사능이 기준치 이하인지 판단하는 것은 신속 검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방사능이 얼마나 들었는지 등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정밀 분석도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아무리 신속 검사를 한다고 해도 샘플 채취부터 분석 완료까지 1주일가량 걸리는 게 한계다.
정 단장은 “정밀·신속 분석에 더해 해상 거점과 선박 등을 활용해 21곳에서 실시간 해양 방사능을 추가 측정하고 있다.
측정 결과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된다”고 덧붙였다.
KINS 연구원이 해수방사능 정밀분석을 위해 해수를 전처리 하고 있다. 사진 KINS
KINS 연구원이 핵종분석기를 통한 해수샘플 분석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KINS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활용해 오염수의 세슘·스트론튬 등 62가지 핵종을 걸러내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일본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인 L당 1500㏃(베크렐) 미만으로 바닷물과 희석해 원전에서 약 1㎞ 떨어진 앞바다에서 방류를 시작했다.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이 오염수는 약 4~5년 뒤 한반도 해역에 유입된다. 일본은 향후 30년간 오염수를 배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측정 결과 해양 방사능은 기준치 이하로 나타났지만, 일본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웃해 있는 만큼 국민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정 단장은 “방류가 시작된 만큼 일본 측이 계획대로 잘 이행하는지 감시하는 게 관건”이라며 “ALPS로 정화한 오염수가 배출될 때 방사능 측정값이 문제없는지, 또 유사시 긴급 차단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