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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중국에서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계층과 흙수저를 물고 나온 계층이 존재한다.
개혁 개방 후 한 세대가 지나자 노동자 농민에 이어 자본가도 중국을 대표한다는 이른바 3개 대표론에 이르더니 요즘은 자본주의보다 더 심한 빈부격차도 용인하는 분위기다.
중국판 금수저는 이른바 자산 2억위안(약 350억원)이 넘는 부모를 둔 자녀들이다. 중국 전역에 퍼져 있는 금수저는 공식적으로 파악된 숫자만도 약 1만 여 명이 넘는다. 이들을 부르는 공식 용어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사투리에서 나온 ‘얼스주(二世祖)’다.
‘얼스주’는 중국 언론에서 쓰기만 하면 기사가 되는 아이템 중 하나다.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가다가 교통위반으로 걸리자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아느냐”며 대 든 사건 등 중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뉴스는 한도 끝도 없다. 아버지를 잘 만나 호강하는 ‘얼수주’들이 악행을 부각시켜 견책하는 일은 재미도 있고 시사점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뒷담화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늘자 요즘은 ‘얼스주’들이 어떤 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고 어떤 애완동물을 키우는 지도 뉴스거리다. 10억 원도 넘는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값비싼 해외 명품을 싹쓸이하는 '얼스주'는 언론에 자주 등장하다 보니 신세대는 몰론 13억 인구를 대변하는 듯 착각할 정도다.
가정이 부유해서 돈 걱정 없이 산다는 ‘푸얼다이(富二代)’와는 경계가 다소 모호하다.
‘푸얼다이’는 유학을 떠나고 싶으면 해외로 나가고 자동차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사긴 하지만 ‘얼스주’처럼 고급 사치품을 펑펑 소비하거나 명품 자동차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집을 사거나 시집장가 가거나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스주’ 처럼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은 있다. ‘푸얼다이’의 비장의 무기는 유형이 아니라 무형자산이기 때문이다. 지하경제로 표현되는 중국의 무형자산은 자신도 모르고 심지어는 부모도 모른다.
한 ‘푸얼다이’ 여학생의 사례다. 선진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이 중국과 달리 서방에서는 유명 배우들의 처우가 좋은 것을 보고 진로를 바꾸기로 한다. 권력이 있는 부모에게 전공을 바꿔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자 곧 바로 귀국시킨다. 부모는 이른바 '꽌시'를 이용해서 드라마 감독을 소개받고 딸의 조연 자리를 만들어준다. 부모는 출연료를 받는 대신 오히려 10만 위안을 감독에게 뇌물로 주며 아이를 부탁한다. 연기자로서 소질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는 “나도 안다. 그렇지만 자녀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다.
이처럼 인생에 돈 부족한 줄 모르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하는 사람들이 ‘푸얼다이’다. 부모 직업은 민영기업 사장이거나 국영기업 고위 간부나 뒷돈이 생기는 공무원이다.
‘푸얼다이’들은 결혼 상대가 생기면 쌍방 부모들이 집을 사준다. 그것도 양가 부모들이 한 채씩 사주니 시작할 때 집이 두 채다. 베이징에 방 세 칸 짜리 아파트를 두 채 가지고 있으면 10억대 부자다. 좋은 자동차는 기본이다. 베이징의 경우 부동산 가격이 오르다보니 재산은 계속 늘어난다. 따라서 ‘푸얼다이’들은 부모세대의 어려움도 모르고 동료들의 어려움도 관심이 없다. 유일한 관심사는 자신들보다 돈이 아주 많은 ‘얼스주’의 존재다.
‘얼수주’가 자신들보다 부유하다는 데 분노하는 ‘푸얼다이’는 중국 전역에 대략 3000만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얼다이'가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부모인 국유기업 고위 간부나 실권 있는 공무원이 제도적 맹점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사회 민주나 공평 정의라는 단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푸얼다이’들이 성년이 되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익집단을 형성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이유다.
‘푸얼다이’에는 못 끼지만 개혁개방 수혜 집단 중에는 중산층도 있다. 은수저 급에 속한다.
중국의 중산층은 크게 보면 전체의 절반에서 작게 보면 3분의 1정도다. 세계 어느 국가나 마찬가지로 중국도 지식층 가정 위주다.
물론 1980년대 이전에는 중국에서 지식층도 중산층에 못 들었다. 문화대혁명 당시에는 대학 교수의 생활수준이나 일반 백성이나 비슷했다.
중국 지식층이 중산층으로 성장한 것은 80년대 후반 부터다. 개혁개방의 파고에 따라 지식인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지식인들의 생활수준이 빠르게 향상된다. 수입이나 생활조건이 일반 월급쟁이들보다 빠르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중국 중산층은 사회에 대한 불만이 늘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가 했더니 2009년 이후 부동산이 폭등하면서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생활고를 걱정하는 계층으로 전락한 베이징의 한 대학 교수는 자녀를 결혼시킨 후 좌절감을 맛 본 케이스다. 30평 짜리 신혼 집을 마련하는 데 30년간 저축한 돈을 다 주어도 모자라 백만 위안의 대출을 받아야 했다. 결국 부동산 노예라는 의미의 '팡누(房奴)' 신세가 된다.
또 다른 대학교수 부부는 부동산 가격 폭등 속에 어찌 살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자녀도 대학을 나오고 석사 박사를 받았지만 앞으로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을 지 걱정이다. 당장 월급쟁이로 직업을 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자산을 유지하며 중산층을 유지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기준인 아파트 대출을 다 갚으려면 인생 50줄에 가서야 내 집을 마련하고 중산층에 편입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따라 나홀로 지식인 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장래에 어떤 일이 닥칠 지라도 내일은 내일에 미루고 오늘을 즐기는 현실주의 생활 태도를 가졌다. 부모가 탄식을 해도 안중에 없고, 만혼주의자나 독신주의자도 많다. 지식인 젊은이 가운데 3분의 1 정도만 결혼 적령기에 결혼한다는 통계도 있을 정도다.
결혼을 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는 딩크족이 많다. 이들은 눈앞의 즐거움 추구하고 유행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며 값어치 나가는 물건을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
명품을 선호하는 중국의 소비 주력군인 이들의 문화에 대한 성향은 엄격하고 신랄한 편이다. 특히 청빈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곤궁하고 나약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물질을 향유하는 사람들과도 다르지만 그렇다고 근근히 먹고 사는 취약 계층과도 구별된다.
이른바 중국판 정신 귀족층인 셈이다. 품격 있는 생활을 추구하는 성공한 젊은이라는 의미를 가진 미국의 여피족의 근성과 정신 귀족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이들은 미래의 중국 고급 문화 소비층이기도 하다.
이외에 도시 평민 가정 자녀들과 농촌 출신 자녀들은 흙수저에 비유할 만하다.
도시에서는 특히 부모들이 대학을 나온 자녀를 용으로 만들려는 기대가 크다. 이들 부모는 청소년기에 사회 여건상 꿈을 버린 세대다. 잃어버린 꿈을 아이들에게 전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아이들을 위해 산다는 게 도시 평민들의 화제거리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코치와 선수의 관계와 같다. 집안의 운명을 다 자녀에게 거는 경우도 있고 명문대학이라도 들어가면 자랑거리다.
사회계층 이동 욕구가 강한 이들은 자녀를 초등학교부터 명문대에 들어가기 쉬운 중점학교를 보낸다. 그러다 보니 평범한 가정에서 중점학교에 보내기도 쉽지 않다. 명문대학은 점수만 높으면 되는데 반해 명문 초등학교는 찬조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중점 학교를 나오고 명문 대학를 나와도 보통 대학을 나온 경우나 월급은 그만 그만이다.
부모에게 월급을 다 주고 나면 생활비도 모자라 결국은 부모와 같이 생활하는 캥거루족이 된다. 부모를 떠나 외지로 나간 사람은 그야말로 개미방이니 달팽이방이나하는 곳에서 생활하기 일쑤다.
이들의 꿈은 국가가 대형 공사만 하지 말고 서민 생활 개선에 나섰으면 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겪고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계층이다.
이들은 고통이 심한 만큼 마음이 민감하고 처세도 냉정한 편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에 대해서는 감동하지만 반감과 자존심도 강하다. 고맙다는 감정을 잘 노출하지 않고 냉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들은 사회 공평을 바라고 진실한 우정을 바란다. 우정을 발견하거나 신뢰감을 주는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도 한다. 친구를 맺기는 어려우나 일단 맺어지면 깊어지는 스타일이다. 인내심도 강해 백절불굴의 어려움을 겪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우상이 되기도 한다.
농가자녀의 사정은 달라졌다. 농촌 형편이 나아지면서 별장을 짓고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농촌을 부러워하는 도시평민도 많아졌다.
요즘 농촌 부모들은 자녀에게 크게 바라지도 않고 자식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환영한다. 교육을 받았다고 운명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농촌으로 돌아가는 대졸자 중에는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공무원인 '촌관'으로 변신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독생자니 자기중심적이니 하는 평가를 받던 중국 젊은이들이 전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면서 진정한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특히 젊을 수록 세계가 공평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민주와 자유 인도주의에 대한 생각도 강하다. 사회 공평과 정의를 추구하는 세대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1988년 매일경제 입사 후 국제 정치 사회부 등 여러 부서를 두루 거쳤으며
1995년부터 1998년까지 초대 베이징 특파원 역임. 중국 전 지역을 두루 취재하며 각종 특집과
기획기사를 썼고 차이나쇼크 등을 공통 집필. 1999년 뉴밀레니엄 기획으로 삼성언론인상
기획부문 대상을 공동수상.'21세기 승자의 길'(공저)을 펴냄.
첫댓글 어딜가나 양극화는 문제군요.. 특히 급성장 국가에서 딱히 기회도 접해보지못한 계층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과제네요. 현대판 인간계급이 50년안에 생겨버릴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