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호 원장|출처: 하이닥
어느 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나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는데 입 옆으로 치약 물이 주르륵 샙니다. 깜짝 놀라 거울을 보니 한쪽 입꼬리가 잘 올라가지 않고, 눈을 깜박이는데 한쪽 눈이 끝까지 감기지 않습니다. 덜컥 겁이 나 허겁지겁 인터넷 검색창을 켜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뇌 질환에 대한 두려움, 영구적인 안면 변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패닉에 빠진 환자를 진료실에서 마주할 때마다, 의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당황해하시는 환자에게 제가 가장 먼저 명확하게 짚어드리는 것은 바로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골든타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안면마비(구안와사)는 초기 대처에 따라 예후가 극명하게 갈리는 질환입니다. 얼굴이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전, 우리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 신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놓치기 쉬운 안면마비 전조증상 3가지를 짚어 드립니다.
안면마비를 알리는 3가지 전조증상1. 귀 뒤가 찌릿하고 쑤시는 이후통(耳後痛)
안면마비를 겪은 환자 10명 중 7~8명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며, 실제 임상 차트에도 가장 높은 빈도로 기록되는 핵심 전조증상입니다. 의학 용어로는 이를 '이후통(耳後痛)'이라고 부릅니다. 안면신경은 뇌에서 나와 귀 뒤쪽 뼈(유양돌기) 사이의 좁은 통로를 지나 얼굴 근육으로 퍼져나갑니다.
과로나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저하되어 이 통로에 바이러스 감염이나 염증이 생기면, 신경이 부어오르면서 귀 뒤쪽이나 목덜미 부근이 콕콕 쑤시고 둔탁하게 아픈 이후통이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이 이를 가벼운 감기몸살이나 신경통, 혹은 잠을 잘못 자서 생긴 근육통으로 오해하고 방치하곤 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귀 뒤쪽 뼈 부근에 며칠간 찌릿한 이후통이 이어진다면, 이는 안면마비가 곧 들이닥칠 것이라는 우리 몸의 가장 강력한 경고입니다.
2. 둔해지는 혀와 미각 상실
맛을 느끼는 설신경 또한 안면신경의 가지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얼굴 근육이 본격적으로 마비되기 전, 혀의 감각이 먼저 둔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혀 앞쪽(전체 혀의 3분의 2 부근)에서 맛이 잘 느껴지지 않거나, 마치 혀에 코팅을 해둔 것처럼 감각이 먹먹하고, 밥을 씹을 때 모래를 씹는 듯한 이물감이 든다면 안면신경 손상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신호입니다.
3. 이유 없는 눈물과 안구 건조
눈을 깜박이고 눈을 감게 만드는 근육도 안면신경의 지배를 받습니다. 신경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눈 한쪽이 자주 시리고, 눈을 완전히 차단하지 못해 눈물이 눈가에 고여 흘러내리거나 반대로 안구가 바짝 마르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눈이 자꾸 침침하고 피로하다"며 안과를 찾았다가 안면마비 진단을 받는 사람이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뇌졸중과 안면마비, '이마 주름'으로 구별하는 법
환자가 가장 무서워하는 '뇌졸중(중풍)'과 말초성 안면마비(구안와사)를 집에서 간단히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이마 주름'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예컨대 말초성 안면마비(구안와사)는 얼굴 신경 자체의 문제이므로, 마비된 쪽의 이마 주름을 잡을 수 없고 눈이 감기지 않습니다. 오직 얼굴에만 마비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추성 안면마비(뇌졸중 등 뇌 질환)의 경우, 마비가 왔더라도 이마 주름은 양쪽 다 정상적으로 잡힙니다. 대신 팔다리의 마비, 삼킴 장애, 언어 장애(발음 어눌함), 걸음걸이 이상 등이 동반됩니다. 만약 이마 주름이 잡히지 않으면서 귀 뒤의 이후통이나 미각 상실 등의 전조증상들이 동반된다면 이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마비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6단계 자가진단법
안면마비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완치되기가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도 발병 원인과 증상에 맞는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환자 스스로 발병 여부와 마비 진행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6단계 자가진단 사진 촬영법'을 공유합니다. 거울을 보거나 휴대폰 전면 카메라로 아래 6가지 표정을 촬영하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똑바로 서서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봅니다.
2. 눈을 편안하게 감습니다.
3. 눈을 질끈 꽉 감아봅니다.
4. 이가 보이도록 "이-" 하고 입을 벌려봅니다.
5.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우-"를 해봅니다.
6. 눈과 눈썹을 위로 힘껏 올려봅니다.
이 6가지 표정을 사진으로 촬영한 뒤, 얼굴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우 양쪽이 대칭을 이루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만약 약간의 비대칭이 보이거나 한쪽 입꼬리가 아래쪽으로 미세하게 처지는 현상이 관찰될 경우 '경미한 구안와사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육안으로도 뚜렷한 비대칭과 함께 근육의 움직임 자체가 힘들 정도라면 '중증의 구안와사'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중증의 구안와사인 경우, 임상적으로 예후가 무조건 좋다고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낙담하여 포기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평생을 안면 비대칭과 불편함, 고통 속에서 보내게 될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발견된다면 지체 없이 서둘러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바를정한방병원 안면마비 촬영법 INNO graphy ┃출처: Gemini 생성
증상 발현 즉시 치료, '3주 이내 호전'이 예후를 결정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안면마비를 면역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차고 나쁜 기운이 안면 신경의 틈을 타고 발생하는 '외감풍한(外感風寒)' 등으로 봅니다. 얼굴에 나타나는 마비는 단순히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이 "지금 당장 모든 걸 멈추고 쉬어야 한다"고 보내는 가장 격렬한 SOS 신호입니다.
안면마비 치료의 제일 중요한 철칙은 '증상이 발현되면 지체 없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후 '최소 3주 이내에 유의미한 호전'이 나타나야만 추후 안면 비대칭, 연합운동, 악어의 눈물 같은 까다로운 후유증이 남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귓바퀴 뒤쪽의 이후통을 포함해 앞서 말씀드린 전조증상이나 자가진단법에서 비대칭이 관찰된다면, '자고 일어나면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료 적기를 흘려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호가 감지된 즉시 한방병원 등 전문가를 찾아 발병 원인에 맞는 적합한 집중 치료를 곧바로 시작하셔야 후유증 없는 소중한 나의 얼굴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 칼럼은 하이닥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인호 바를정한방병원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