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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와 나침반으로 지형을 살피는 박승기 강사(오른쪽)와 노스케이프 상품기획팀 곽태진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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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법은 독도에 관한 법이 아니다. 독도법(讀圖法), 즉 지도를 읽는 법이다.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독도법은 쉽지 않다. 글로써 완벽히 독도법을 풀어내기 어렵고, 알기 쉽게 얘기하는 것은 더 어렵다. 시중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책이 나와 있어도 독도법 관련 책은 흔치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등산을 몇 년 다녔다거나 암벽등반을 한다는 중견 산꾼들도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와 나침반을 주고 길을 찾으라고 하면 얼음이 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초보자는 독도법을 몰라도 된다’거나 ‘산악회 따라 가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본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독도법은 사람들이 가장 쉽게 간과하는 등산의 기초다.
하드웨어인 장비는 화려한데 이정표 없는 야생의 진짜 산에서는 혼자 헤쳐 갈 능력이 없는 맹탕이 많다. 마치 수험생이 수학은 어려우니 포기하고 나머지 과목을 더 잘하겠다는 것과 같다. 수학 못해도 사는 데는 지장 없지만 독도법을 모르면 조난 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등산에서 어렵다고 건너 뛸 수 없는 필수가 독도법인 것이다.
첨단 등산 장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독도법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별도의 공부도 필요하겠지만 산에서 몸으로 겪어 경험이 쌓여야 체득할 수 있다. 비싼 GPS를 사면 편하겠지만 GPS도 독도의 기본을 알아야 유용한 것이지,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버튼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산악회만 믿고 따라다닐 수는 없다. 자기가 가고 싶은 산을 스스로 택하고 혼자서도 당당히 등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앞사람 뒤꽁무니만 따라가는 산행과 스스로 지도를 구하고 코스를 정해서 하는 산행의 즐거움은 비교가 안 된다. 처음 습관이 중요하다. 왕초보 때부터 산에 갈 땐 지도와 나침반을 준비해 지도 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산에서의 진정한 능력자는 비싼 장비를 갖춘 사람이 아니라 선두에서 길을 찾는 사람이다.
지도의 축척이란?
지도는 땅 위의 실물을 각종 기호로 단순화해 평면에 옮겨 놓은 것이다.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세계를 옮겨 놓은 것인 셈이다. 우리가 지도를 볼 때는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도에는 축척이 있다. 실물은 1:1이고 일반적인 지도의 5만분의 1 축척은 말 그대로 실물을 5만분의 1로 축소한 것이다. 따라서 지도상의 1cm는 실제로는 5만cm, 즉 500m다. 10만분의 1축척 지도는 1cm가 1km이며, 2만5,000분의 1은 1cm가 250m다.
도편각과 도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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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 표시된 도북, 진북, 자북.
- 지도의 모든 방향은 위쪽이 북쪽이고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 아래가 남쪽이다. 북에는 진북(眞北), 자북(磁北), 도북(圖北) 세 가지가 있다. 진북은 진짜 북극으로 자오선상의 남극점과 북극점을 연결한 북극성 방향을 뜻한다. 자북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기장의 북쪽으로 캐나다 북쪽 허드슨만 일대에 위치한 천연자력지대를 가리키며, 자력은 해마다 조금씩 이동한다.
지구는 거대한 자석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 둘레로 자기장이 만들어지며, 나침반 바늘은 이 자기장을 따라 나란히 놓이게 된다. 이때 북극성 방향인 진북과 현재 위도 84도 부근에 위치한(허드슨만 방향인) 자북 사이에 편차가 생긴다. 도북은 지도상의 북쪽으로 지도의 세로선이 가리키는 위쪽은 모두 도북선이다. 여기서 진북과 도북의 차이는 도편각, 도북과 자북의 차이는 도자각이라 부른다.
등산할 땐 등산지도가 유용해
지도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등산에서 자주 쓰이는 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 5만분의 1 지도와 2만5,000분의 1 축척 지도다. 지도의 축척은 과거 백두대간이나 정맥 등 산줄기를 종주할 때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공식지도를 많이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등산지도와 개념도를 주로 이용한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지도는 공식 판매처에서만 구입 가능해 구매가 불편하고 상대적으로 등산지도가 산에서 보기 더 편하기 때문이다.
등산지도는 <월간산>에서 발행하는 A3용지 크기의 특별부록 지도가 대표적이다. 위·경도선,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는 것은 물론 산행 중 마주치는 다양한 지형지물을 표시했으며, 등고선의 능선을 굵은 선으로 표시해 초보자도 산세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개념도는 등고선 표시 없이 대표적인 능선이나 지형지물을 표시한 간략한 등산지도다. 등고선이 있는 등산지도나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의 경우 도북과 자북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다.
등고선 읽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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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간<산>에서 발행한 도봉산 등산지도. 등산에 최적화된 지도다. / 3차원 지형을 2차원 지도에 옮겨 놓은 것이 등고선이다.
- 등고선은 간격이 좁은 곳이 급경사이고 넓을수록 완만하다. 등고선은 높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계곡선(計曲線)과 주(主)곡선, 간(間)곡선, 조(助)곡선으로 나뉜다. 계곡선은 등고선에서 가장 진하고 두꺼운 선으로 1:50,000에서 계곡선 한 칸은 해발고도 100m를 뜻한다. 1:50,000에서 주곡선은 해발고도 20m를 뜻하며, 계곡선 사이에 다섯 칸이 있고 네 개의 선이 있다. 이때 계곡선은 골짜기를 뜻하는 ‘계곡’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셈할 ‘계(計)’자이다. 간곡선은 10m, 조곡선은 5m이다. 1:25,000에서는 계곡선 50m, 주곡선 10m, 간곡선 5m, 조곡선 2.5m이다. 등산지도에서는 보통 계곡선과 주곡선을 사용하므로 두 가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축척에 따른 길이를 보면 1:100,000은 1cm가 1km, 1:50,000은 2cm가 1km, 1:25,000은 4cm가 1km다.
나침반의 모든 것
나침반은 자기(磁氣)를 가지고 있는 쇠막대(자침)가 지구라는 커다란 자석에서 생기는 자장을 따라 일정하게 남쪽과 북쪽을 가리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지구의 자북(캐나다 허드스만 북쪽)을 가리키는 자침 쪽을 N극, 반대쪽은 S극으로 나타낸다.
- 등산에 쓰는 나침반은 실바 나침반이 있으며 사용 목적에 따라서 여행용, 등산용, 군용, 오리엔티어링용, 지도 제작용, 시각장애인용, 행글라이더용, 스쿠버용 등 그 모양이나 크기도 여러 가지다. 실바 나침반은 방위각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여러 가지 기능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가벼워 등산이나 오리엔티어링용으로 가장 많이 쓰고 있다. 요즘은 실바 나침반이 독도의 표준 나침반이 되다시피 사용하고 있다. ‘실바’란 스웨던어로 산림이란 뜻으로 나침반 제조사의 이름이지만 지금은 오리엔티어링 나침반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각도 측정이 쉽고, 나침반 틀 속에 특수기름을 넣어 자침이 일순간에 정지하도록 되어 있어 측정이 빠르며, 밑판이 투명하여 지도 위에 올려놓았을 때 가려지지 않고 또한 작은 기호를 읽기 편리하도록 확대경이 달려 있다. 또한 조작법이 간단하여 몇 분 이내에 기본 조작법을 익힐 수 있다. 나침반 제조사는 실바(스웨덴), 렉타(스위스), 썬토(핀란드)와 일제 메이커를 많이 쓰며 제조사는 다르지만 실바 나침반을 기본 모델로 하고 있다.
실바 나침반에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2NL과 3NL, 7NL이 독도에 가장 편리한 나침반이며 이 가운데 2NL 모델은 일반 오리엔티어링용이고 3NL 모델은 등산 및 오리엔티어링, 그리고 교육용으로 알맞으며 7NL은 보이스카우트에서 많이 쓰고 있고 비상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액세서리용 나침반부터 시각장애인용 나침반인 점자 나침반까지 여러 가지 제품이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디지털 나침반이 유용하게 쓰인다. 디지털 나침반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재보정 작업을 하고 사용해야 오류가 없다. 재보정 작업은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수평으로 들고 8자를 그리면 된다.
디지털 나침반이 있으니 아날로그 나침반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아날로그만의 장점이 있다. 참고로 이것은 필자의 주관적인 취향에 따른 것이다. 첫째 실감난다. 그래서 믿음직스럽다. 둘째 반응이 빠르고 미세하다. 셋째 밑판이 투명하다. 그래서 남북 수직선인 자오선과 지도의 자오선을 맞추기 쉽다. 넷째 방위회전판을 돌려 북방화살표와 방위각을 정하고 나면 고정되므로 지도 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지도 축적(1:50,000, 1:25,000) 자와 인치자/센티자 등이 있어 거리 측정이 편리하다. 여섯째 돋보기가 달려 있어서 지형도의 등고선을 확대해서 세밀하게 살필 수 있다. 일곱째, 수평용 삼발이가 달려 있다.
주능선, 지능선, 가지능선
- 지형도는 크게 능선, 안부, 봉우리, 계곡, 사면 다섯 가지를 나타낼 수 있다. 능선은 산이 흘러가는 산줄기를 말하는데 주능선과 지능선, 가지능선 세 가지가 있다. 주능선은 산의 주된 줄기이고 지능선은 주능선에서 흘러나온 줄기이며, 가지능선은 지능선에서 갈라져 나온 자식 개념의 능선이다.
안부(鞍部)는 능선 상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말안장처럼 움푹 파인 부분을 말한다. 능선에서 고도가 뚝 떨어지는 곳으로 통행이 많은 곳은 고개 또는 재라고도 한다. 능선을 횡으로 넘어야 할 때 고도가 낮은 안부를 통해 산을 지나가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초보자는 지형도를 실제 지형과 자주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훈련하다 보면 어느 순간 지형도가 3차원 입체로 보인다. 지도를 제대로 읽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도는 색상으로 의미를 부여한다. 자연 지표면은 갈색, 인위적인 것은 검정색, 계곡이나 폭포는 청색이다.
들머리 찾기
산행은 들머리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들머리란 산 입구, 등산로의 초입을 말한다. 들머리는 마을이나 주택가, 상가 등과 인접해 있는 경우 지도와 실제 지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보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위성지도가 훨씬 업데이트가 빠르고 정확하므로, 산행 전 들머리를 포털 위성 지도나 로드뷰로 확인해 두면 편리하다.
지도를 통한 기본적인 들머리 찾기는 계곡과 능선의 흐름을 파악해서 찾는 것이다. 현지 사정으로 건물이 생긴다 해도 기본적인 계곡 흐름과 능선의 흐름을 파악해 길을 찾아야 한다. 나침반과 지도를 이용해 방위각을 알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위각이란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이 북쪽으로부터 얼마나 시계방향으로 돌아갔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각도기가 없어도 나침반을 이용해 각도를 재는 것이 방위각 측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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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머리를 찾을 땐 포털의 로드뷰가 유용하게 쓰인다. / 자북선을 그을 때는 360도에서 도자각을 뺀 각도를 도수지시선에 맞추고 도북선에 북방지시보선과 일치시킨 후 나침반 옆면을 그으면 된다.
- 자북선 긋기
독도법에서는 세 가지만 알면 기본은 다 배운 것이다. 지도에서 자북선 긋기, 지도에서 방위각 측정, 지도에서 방위각 진행이다. 자북선 긋기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과 지도가 가리키는 북쪽이 차이(도자각)가 있기 때문에 지도에 미리 자북선을 그어 놓아야 독도를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북과 자북의 차이인 편차를 수정하지 않고 독도를 한다면 1km를 전진했을 때 1°마다 17.44m만큼 차이가 생기므로 도자각이 6°인 지역에서는 104m 오차가 생긴다. 만약 10km를 전진하면 1,040m만큼 오차가 생겨 목적지를 찾기 어렵게 된다. 반드시 독도를 할 때는 자북선을 긋고 사용해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자북선을 그을 때는 도자각을 지도에서 확인한다. 참고로 모든 지형도는 도자각이 적혀 있다. 2013년 현재 서울 경기 중부 지방은 8°00이다. 다음 나침반의 진행선 또는 다이얼 눈금에 360°에서 도자각(8°)을 뺀 각도 352°(360°-8°=352°)를 도수 지시선이나 진행선에 맞춘다. 그 다음, 나침반을 지도 위에 올려놓고 나침반의 북방지시 화살표 또는 북방지시 보조선을 경선(도북선)과 일직선이 되도록 만든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북방지시 화살표의 화살방향이 지도의 북쪽을 향하도록 해야 한다. 북방지시 화살표와 경선(도북선)이 일직선이 되었다면 나침반이 8°를 뺀 만큼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을 것이다. 기울어진 나침반의 왼쪽변 또는 오른쪽변에 펜을 대고 선을 그으면 이 선이 도자각만큼 기울어진, 다시 말해서 도북선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8° (도자각) 기울어진 자북선이다.
이렇게 자북선 한 선이 그어졌다면 이 선을 기준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4cm 간격으로 평행선을 여러 개 그어 놓으면 1대 2만5,000지형도에서 4cm는 실제거리 1km를 나타내므로 거리를 예측하기 편리하다. 항상 자북선을 북쪽 기준으로 생각하고 나침반과 지도를 사용해야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방위각 측정
➊ 지도상에서 현재 나의 위치와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을 찾는다.
➋ 나침반의 우변(또는 좌변)을 현재 위치에서 목표지점에 맞춘다. 이때 반드시 진행선의 화살표(나침반 가운데 큰 화살표) 방향이 목표지점 방향으로 되게 나침반을 위치시켜야 한다.
➌ 나침반의 다이얼을 돌려 다이얼원 안에 있는 북방지시화살표(또는 보조지시선)와 미리 그어놓은 자북선(빨간선)과 일치(또는 평행)되게 한다. 이때 북방지시화살표의 화살표 방향이 자북선의 북쪽으로 향하게 해야 한다.
➍ 나침반의 진행선(눈금테)에 나타난 다이얼의 숫자가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의 방위각이다.
이러한 지도상의 방위각 측정방법을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게 되면, 곧 잊어버리게 된다. 처음 접하는 사람은 매우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원리를 알고 나면 매우 간단하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현재 위치와 목표지점의 방위각을 측정하는 것이다. 방위각이란 목표지점이 현재 지점으로부터 북쪽(자북)에서 몇 도만큼 시계방향으로 돌아갔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고 각도기를 사용해 간단히 측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은 실제 현장에서 각도기까지 휴대하기 불편하므로 나침반을 각도기처럼 사용해 방위각을 측정하는 것이 위에서 설명한 방법이다.
방위각 진행
측정된 방위각은 목표지점으로 갈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 준다. 측정된 방위각의 방향을 산에서 찾아내어 산행의 방향을 잡는 것이 방위각 진행이다.
➊ 지도상에서 측정된 방위각만큼 다이얼을 돌려 눈금테에 맞춘다. 바로 측정한 상태라면 돌릴 필요가 없이 맞추어져 있을 것이다.
➋ 나침반을 왼손에 들고 가슴의 중앙 앞부분에 놓은 다음, 북방지시화살표(또는 보조선)와 빨간 자침(북침)이 일치하도록 몸을 돌린다.
➌ 나침반의 진행선 방향이 지도에서 측정한 목표지점의 방향이며, 북방지시화살표와 북침을 일치시킨 상태로 진행하면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그러나 실제 산행에서 방위각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등산로는 직선으로 나 있는 것이 아니며, 목표지점을 직선으로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표지점의 방향을 확인하고 그쪽 방향으로 나 있는 길을 찾아내서 길을 잡는 정도로 활용한다.
산행 중 안개가 자욱해 시야가 나쁘거나 갈림길에서 갈 길을 선택해야 할 때도 방위각을 참조한다. 먼저 도수지시선에 방위각을 맞춘다. 나침반의 북방지시 화살표와 북침이 겹치도록 몸을 돌린다. 두 직선이 겹쳐지는 순간, 진행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목표지점에 도착한다. 그러나 등산로는 평지와 달리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수시로 방위각을 확인해야 한다.
방위각을 알면 내 위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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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지도에는 철탑 등 지형지물이 표시되어 있어 길찾기 유용하다.
- 방위각을 정확히 알면 내가 서 있는 위치를 지도상에서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지도를 읽는다’는 것은 지도에서 ‘나의 현재 위치를 찾는 것’과 같다. 지도에 출발지를 표시하고, 목적지도 표시하고, 그리고 경로까지 모두 표시한 후에 지도를 들고 산으로 뛰어드는 순간부터 쥐게 되는 화두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다.
지도상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면 길을 잘못 들었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얼마나 왔는지, 또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봉우리 하나의 방위각을 재보면, 현재 나의 위치를 지도상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그게 방위각의 힘이다. 거꾸로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멀리 보이는 봉우리의 방위각을 측정함으로써 지도상에서 그 봉우리가 어떤 봉우리인지 찾아낼 수도 있다. 방위각 측정은 가장 기본적인 측량술인 것이다.
좀 더 엄밀하게 따지자면 ‘알고 있는’ 봉우리의 방위각 하나만 측정해서 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지도상에서 어떤 루트를 따라 가고 있는 중이고 그 루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만 안다면 두 가지 정보를 결합해서 나의 현재 위치를 지도상에서 하나의 점으로 찍을 수 있다. 지금 걷고 있는 등산로가 어느 능선인지, 어느 계곡을 따라 가는지 큰 흐름만 알고 있으면 봉우리의 방위각 한 개만으로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계곡 산행의 어려운 점은 시야가 트인 곳이 없어 주변 봉우리를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의 방위각을 알고 있다면 하나의 루트(코스, 능선, 계곡)와 결합되어 그 교차점이 현재 위치임을 나타내 준다. 교차점은 여러 개일 수 있지만 어느 교차점이 자신의 현재 위치인지 구분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능선이나 물줄기와 같은 분명한 루트에서 벗어나 숲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나의 위치를 어떻게 찾아낼까? 그럴 경우에는 방위각 하나만 가지고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찾을 수 없다. 어떻게든 잘 알고 있는 봉우리 두 개를 찾아내어 두 개의 방위각을 얻어내야 한다. 지도상에 방위선을 그려서 서로 교차하는 지점을 얻어내야만 자신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고도계를 사용해서 등고선과의 교차점을 이용해 현재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도 있다. 손목시계의 고도계는 흔히 기압고도계인데, 기압은 하루 중에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고도가 정확히 확인될 때마다 보정 해 줘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현 위치를 산행이 끝날 때까지 잠시도 잃지 않도록 확인하는 것이다. 방심했다가 나중에 현 위치를 확인하려면 숲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지도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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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인 곳에서 지도 정치를 하고 있다.
- 지도의 방향을 실제 땅의 방향과 일치시키는 작업을 ‘지도 정치(正置)’ 작업이라고 하는데, 실전에서는 지도 정치를 자주 해야 한다. 모든 지도는 위쪽이 북쪽이다. 지도의 북쪽을 도북이라고 하는데 도북이 지구의 북극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둥근 지구 표면을 펼쳐서 평면의 지도를 만드는 방법, 즉 도법에 따라 어느 정도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차이가 미미하므로 생활 지리에서는 무시해도 큰 문제 없으니 여기서는 지도의 북쪽이 곧 북극이라고 생각하자. 따라서 지도를 뱅글뱅글 돌려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북(북방화살표)에 맞추는 작업이 바로 ‘정치 작업’이다.
정치를 끝내고 나서 지도를 땅에 고정시키면 지도의 방향과 땅의 방향이 완전히 일치하게 된다. 실제 땅의 모양과 지도의 관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치 작업을 통해 지형지세를 살펴야 한다. 일단 방위각을 알고 나면 정치작업을 귀찮게 여겨 지도상에서만 독도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보자들에게 권장하고 싶지 않다. 한 번의 독도 실패로 죽도록 고생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정치작업을 잘하게 된다.
왕초보가 명심해야 할 산행 습관
산행 전 가고자 하는 산의 지도를 구한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나 등산지도를 구한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의 지도도 참고하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로드뷰 기능을 유명 등산로에도 적용시켜 편리하다. 특히 들머리를 찾을 때는 포털의 위성지도와 로드뷰를 모두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포털 지도에 표시된 등산로는 실제 등산로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갈 코스를 정했다면 인도어 마운티니어링을 충분히 한다. 인도어 마운티니어링은 지도를 펼쳐놓고 갈 코스를 지도상에서 가상등산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반 한 시간 정도가 가파르고, 능선에 올라서면 수월하고, 암릉구간은 우회해야 한다는 등의 정보를 미리 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여럿이 산에 가면 대화를 나누고 일행들 속도에 보조를 맞추느라 독도에 소홀하기 일쑤다. 독도법이 몸에 익을 때까지는 자기만의 흐름을 지켜 지금 능선을 따라 가고 있는지, 계곡을 따라 가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자신이 산에서 어디쯤 있는지를 몰라선 안 된다.
산행 코스에 대한 이해가 높으면 어디서 왔는지, 여기가 어딘지, 어디로 얼마나 가야 하는지 알기에 두려움이 없게 된다. 더불어 체력 안배가 가능하다. 왕초보는 자기가 가려는 산의 등산지도에 코스를 표시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무작정 산에 가는 건 몇 번 버스인지 노선을 확인하지도 않고 서울역에 가겠다며 막무가내로 버스를 갈아타는 것과 같다. 산의 이정표는 100m나 몇 백 미터 거리마다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다. 없는 곳도 많을뿐더러 생소한 지명을 가리키는 경우도 다반사다. 다른 사람을 따라서만 산에 다닐 수는 없고 자신의 안전을 다른 사람에만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등산은 자신의 두 발로 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가는 산의 코스는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준비해야 한다.
산꾼들은 산에서 길을 잘못 드는 것을 ‘알바한다’고 흔히들 표현한다. 본업인 주 등산로를 벗어나 엉뚱한 길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뜻이다. 독도법을 익힌다고 해서 알바를 절대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 3번 알바할 때 1번하고, 남들 30분할 때 10분만 하기 위해 독도를 배우는 것이다. 알바 경험이 쌓여야 나름의 독도 노하우가 쌓이게 되면서 초보자가 상급자가 된다.
독도에는 왕도가 없다. 지도를 자주 보면서 산행해야 한다. 앞사람 따라가지 말고 직접 길을 찾아야 실력이 는다. 그러므로 독도는 산행을 많이 했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산행하느냐 아니냐가 실력을 좌우한다.
스마트폰 G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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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에는 GPS칩이 내장되어 있어 나침반을 비롯한 다양한 길잡이 역할이 가능하다.
- 스마트폰에는 기본으로 GPS 칩이 내장되어 있어 산행에 응용할 수 있다. 디지털 나침반은 기본 사양이며 산행용 GPS로 사용하려면 관련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야 한다. 기능에 따라 어플은 유료와 무료로 나뉘며 시중에 많은 등산관련 어플이 나와 있다.
네이버나 다음 포털 지도를 산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네이버나 다음 스마트폰용 지도는 사용할 때마다 무선인터넷(와이파이)이나 데이터 통신을 통해 지도를 불러내서 현 위치를 표시한다. 산에서는 통화가 어려운 곳이 많으므로 통화가 안 되거나 수신율이 낮은 곳에서 와이파이는 당연히 안 되고, 데이터 통신도 사용이 어렵다.
지도를 미리 다운 받아 사용하는 오프라인 지도가 있어야 한다. 휴대폰 수신이 안 되더라도 GPS칩은 작동되므로 다운 받아 놓은 전자지도만 있다면 스마트폰은 산에서 훌륭한 길잡이 노릇을 한다. 그러나 기본 독도법을 알아야 스마트폰 GPS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므로 처음에는 지도와 나침반으로 독도법의 기초를 쌓는 것이 좋다.
전화 수신이 안 되는 산에서는 평소보다 배터리 소모가 많다. 결정적인 구조요청이나 일행과 통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터리가 소진되면 낭패를 보게 되므로 안배가 필요하다.
독도법 핵심 체크
1 지도와 나침반을 믿어라.
2 현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라. 가는 길을 1km 단위로 나눠서
지형을 머릿속에 익혀 두면 수월하다.
3 산행 전 충분한 인도어 마운티니어링을 하라. 길 찾기 주의할 곳을 체크해 둬라.
4 트인 곳에서는 멈춰서 지도 정치로 현 위치를 확인하라.
5 알바는 내리막에서 한다. 하산할 때 주의하라. 갈라지는 지능선을 주의하라.
6 능선 종주 시 지능선이 주능선처럼 굵고 선명한 곳이 의외로 많다. 방심하지 마라.
7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수시로 지도를 보며 능선(계곡)의 방향,
고도차, 소요된 시간 등을 감안해 걸어온 지형과 비교하라.
인터뷰_대산련 등산교육원 독도법 교수 박승기
“산밖에 없어서 산에 다닌다”
- 산악회에서 그의 별명은 ‘막무가내’였다. 산행할 때면 앞에 서서 막간다고 해서 생겼다. 줄여서 ‘막가’라고 불렸는데, 그만큼 지도정치에 자신이 있었기에 앞장서서 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으론 엉뚱하고 독특한 면이 있어 ‘막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박승기(57) 등산교수는 산악계에서 ‘독도법 = 박승기’ 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독도법 전문강사로 이미지가 굳었다. 이를 반증하듯 한국등산학교와 코오롱등산학교, 가장 큰 등산학교 두 곳에서 독도법 강의를 하고 있다. 한등과 코오롱 양쪽에서 동시에 강의하는 이는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종로구 창신동에서 5대가 내리 살았다는 서울 토박이인 그는 1974년 우정산악회에 입회하며 본격적으로 산에 빠져들었다. “호적이 두 개가 있는데 우정산악회가 나의 산(山) 호적”이라고 할 정도로 열심히 산을 탔다.
1980년 산악회원 2명과 76일에 걸쳐 태백산맥을 종주했다고 한다. 등산로가 없었기에 독도능력은 필수였다. 오리엔티어링 연맹 이사를 맡고 1988년 스웨덴 오리엔티어링 대회에 참석했을 정도로 독도에 심취했던 그는, 코오롱등산학교 원년 멤버로 28년간 독도법 강의를 했으며 한국등산학교에서 4년째 강의하고 있다.
그는 산악계에서 엉뚱하기로 유명하다. 건축학도였던 그는 평범하지 않은 파격적인 설계를 내놓았으나 국내에선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동남아 등 외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활동력을 쏟아 만든 것이 북한산둘레길이었다. 걷기길 개념이 없던 2002년부터 울릉도 해안길 등 옆으로 가는 산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스로 답사해 북한산둘레길을 답사했으나 아이디어와 GPS트랙만 대행업체에 넘겨주고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영화 시나리오, 풍수지리, 사상체질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산악계의 만물박사다. 그의 이런 아이디어는 TV를 안 보는 대신 신문 9개를 받아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해와 상식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들은 모두 산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다. 왜 산에 가느냐고 물으면 “아는 게 산밖에 없어서 산에 다닌다”고 말하는 골수산꾼 박승기 강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