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고하승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3당 창당설’에 대해 “손학규, 정동영, 안철수 이런 분들이 중심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고 했다.
내년 2월쯤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고, 그리고 4~5개월이 지났는데도 비전이 없다고 판단될 때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친노와 비노 세력이 서로 티격태격 싸우다가 결국 당을 깨자는 소리가 나올 것이고, 비노 세력이 제3지대에서 정통민주당을 만들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면 내년 전대에서 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당권을 거머쥐려면 우선 그가 당대표 경선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문 의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출마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문재인 의원이 당대표로 나섰다가 상처를 입게 될 경우 대권 행보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와 ‘새정치연합 지지율이 10%대 까지 떨어진 상황인데 당이 망하면 대권도 없다는 생각에서 출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면 문 의원은 출마할까? 안할까?
아무래도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초 ‘싱크탱크’ 출범식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전대를 염두에 둔 포석일 것이다. 그가 출마할 경우 당내 최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당 대표가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어쩌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와 조직강화특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조강특위 위원으로 선정된 자신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을 특위위원에서 철수시킨 것은 이런 사태를 예견한 행보일지도 모른다.
즉 ‘탈당 명분 쌓기’행보라는 것이다.
물론 안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제가 창업자 중 한 사람"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안 전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 당시 "밖에서 미래세력을 준비한다"는 내용의 회견문을 준비했다고 취소했다고 한다.
‘밖에서 미래세력을 준비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제 3신당’을 준비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그러나 ‘안철수 현상’이 사라져버린 지금 혼자 힘으로는 ‘성공한 신당’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황태순 수석연구위원의 말처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정동영 고문이 함께 해야만 ‘성공한 제 3당’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 3명의 유력 정치인들이 손잡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하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정동영 고문이 팽목항을 찾았다가 상경 길에 예고 없이 손학규 전 고문이 생활하고 있는 전남 강진의 토굴을 방문했다. 비록 두 사람의 성사되지 못했지만, 정 고문이 손 전 고문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주요 뉴스가 됐다. 두 사람 모두 비노 성향이면서, 최근 구당구국모임의 움직임과 연결 지어 해석되어졌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는 정대철, 이부영,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주승용, 이상민, 노웅래, 문병호, 조배숙, 문학진, 장세환, 최규식 등 당내 비노 성향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참여한 상태다. 이 모임의 좌장격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당을 끝까지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신당창당의 모습을 띤 개혁을 해야 한다”고 ‘신당 창당’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모임의 리더 격인 정동영 고문이 손 전 고문을 예고 없이 방문한 것이다.
손 전 고문을 만나지 못한 정 고문은 1시간가량 기다리다가 “정동영 다녀갑니다.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라는 메모만 남긴 채 발길을 돌렸다.
손 전 고문은 이후 정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했고, 정 고문은 통화에서 “손 고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귀양 중 여생을 마친 다산 정약용 선생과 달리 현실에서도 승리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루빨리 돌아와서 같이 협력하고 경쟁해야 한다”며 정계복귀를 거듭 주문했고, “눈이 올 무렵 다시 강진을 찾을 생각”이라는 뜻도 밝혔다. 손 고문을 다시 찾아 삼고초려 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손 전고문과 정 고문이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손 전 고문은 새정치연합 내에서 안철수 전 대표와 가장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실제 ‘안철수 신당 창당설’이 나올 당시 언론은 손 전 고문의 합류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기도 했었다. 결국 황태순 연구위원의 말처럼 손학규 정동영 안철수 중심의 제3당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