因緣＜제3편 세상꽃＞ ⑤ 오막살이 봄꽃-5

[백마강]

장편소설

因緣

<제3편 세상꽃>

⑤ 오막살이 봄꽃-5

 “우리 용훈이하고, 궁합이 썩 좋군요.”

경산이 슬그머니 천복을 입에 올리었다. 그러자 순분은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한바탕 웃음을 흘리더니, 경산이 너무 짓궂다는 생각을 하였는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오호호호... 아이구, 세상에 서울마나님도, 인저 병아리들을 가지고 벌써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전, 어떡혀유.”

순분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자, 경산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천복은 임오생이니 양류목으로 버드나무가 되고, 그녀의 둘째딸은 천중수로 우물물이었으니, 우물 옆에 버드나무가 서있는 격이어서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이 어디 있겠는가, 하면서 경산은 속으로 궁합을 맞추어보고 흐뭇하여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서울마나님, 그건 그렇고요, 이번에는 딸이라니 할 수 없지만, 다음엔 아들을 낳을 방법을 갈쳐주셔유. 서울마나님!”

그녀는 기왕지사 다 밝히어진 마당에, 딸이 일곱인데 하나를 더 보태면 팔공주가 되어서 흔한 딸 하나는 그만두고 딸 두셋을 주더라도 인생의 막판에 아들 하나만 낳게 하여준다면, 더는 소원이 없으리라고 여기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경산 앞으로 바싹 다가앉으면서 아들을 낳는 방법을 가르치어달라고 죄어치면서 졸랐다. 그녀는 마침 잘되었다는 생각을 하였다. 둘째딸과 그의 손주가 궁합이 썩 좋다면서 사람은 보지도 않고 대뜸 다른 데로 혼약하지 말라고까지 하였으니, 그들이 앞으로 언제 성혼이 될는지 어떨는지는 모르지만, 그네들의 나이로 보아서도 아무리 조혼을 한다하더라도 이삼 년은 지나야할 것이니, 그 안에 서둘러 방법을 물어서 아들을 낳아야 하리라는 계산을 떠올리었던 거였다.

그런데 경산이 입을 열었다.

“있는 아이나 달차서 순산한 뒤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너무 서두를 것이 없소.”

이 말을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여서 순분은 속맘을 억눌렀다. 그리고 경산의 말을 들어보면 방법이 없지도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이 마냥 설레었다. 어서 빨리 낳을 달이 돌아와서 아이를 낳고, 경산의 가르침을 받아서 아들을 낳고 싶었다.

그녀는 남편이 만약에 일가친척 사람들의 말을 듣고 씨받이를 맞아들인다면, 그러하기 전에 백일기도 정성을 드리러 떠나리라는 마음을 다잡던 참이었다.

“전, 서울마나님께 진작이 말씀은 못 드렸지만, 속으로는 여간 조급한 게 아니었어유.”

그러니까 말하면, 지금 임신 중인 아이가 또다시 여덟 번째 딸을 낳게 된다면 남편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단을 내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여 벌써 일은 늦어지었지만, 남편의 경거망동한 짓을 막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낳을 방법을 알려면 남편과 함께 나란히 서울마나님 앞에 와서 말을 들으면 되리라는 생각까지 하였다. 

“궁합만 서로 좋다면 얼마든지 방법은 통하지요. 그러나 금(金)과 목(木)이 상극이라 어렵지만, 다만 내외의 태어난 시가 인(寅)시와 오(午)시에 서로 삼합(三合)이 든지라 신명을 불러 물어서 일러주려는 것이니, 일단은 몸을 푼 뒤에 그때 가서 일러주리다.” 

경산은 그네 내외가 태어난 해 운은 비록 상극일지라도 태어난 시를 기억하면서 서로 삼합이 들었다면서 방법이 있으리라고 보았다.

순분은 경산의 말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는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때는 마츰 서울마나님께서 두리 계실 적이라 궁합을 보고 만날 수도 있었는디, 냄편이 총각 적이 맨날 밤중이 중문밖으로 와서나 보채고 치근거려서 몸을 주곤 혔는디, 큰딸은 혼인할 때 제 뱃속에 들었었어유.”

그녀는 처녀 적에 찬지와 최덕수의 집 중문 밖에서 만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궁합을 보지 않고 혼인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그래도 삼합이 맞으니, 징용 갔다가 무사히 돌아와 이제껏 딸부자가 되어서라도 잘 살아온 것 아닌가요. 세상만사가 다 음양오행으로 생멸 소장한답니다. 또 길흉이란 득실(得失)을 따지는데 얻는 것은 득이오, 얻지 못하고 잃는 것은 실이라오. 딸이란 남에게 좋은 일이지, 내게는 잃는 일이니, 역시 상극은 흉하고 잃는 이치가 아니겠소.”

경산은 그녀에게 상극이란 얻는 게 없는 무득(無得)임을 일러주었다.

“이런 말을 혹시 다른 데서도 더러 들어보았소?”

경산은 자신이 설명한 이야기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녀유, 들어본 적이 없어유. 입때껏 점괘를 본 적이 없어요.” 

그녀는 생경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꾸하더니 또 말을 이었다.

“누가 그런디. 백일기도 정성 드리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기에 절에는 가보려고 맘먹었어유. 그렇지만 이젠 서울마나님을 뵈었으니 단념해야겄어유.”

“괜히 백일기도 드리러 갔다가 남편이 바람피우면 어쩌려오?”

경산이 우스갯소리로 말하자, 그녀는 또 얼굴을 붉히면서 웃는 거였다.

“오호호 그런 생각도 안한 건 아녀유.”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던 그녀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목소리를 낮추더니 말하였다.

“서울마나님, 정말 백일 기도드리면 아들을 날 수가 있나유?”

[대우]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하던 시절의 이야기지요 ㅎ

[백마강]

그렇습니다. 그런데 남아선호는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니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남아를 선호하게끔 되어있습니다. 자식이야 아들이든 딸이든 다 싫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서 개중에 아들만 낳고 딸이 없거나 딸만 낳고 아들이 없는 경우도 있지요. 이럴 때에 말이지요. 말하면 사람이 좌우 두 팔이 있어야 정상인데 팔이 하나라면 기왕에 오른팔을 갖고자할 겁니다. 암튼 아들딸도 임의로 되지 않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딸보다는 아들이 든든합니다. 씨족도 이어가고....... 씨족계승이 중차대하지요. 自古以來로 아들이 없으면 안됩니다. 씨받이를 해서라도.....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