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밀서
박종익
아버지는 물살이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내리고
집 니간 조기 떼를기다리며 비밀 일기를 남기셨다
아버지는 제임스웹 망원경 없어도
망망대해 캄캄한 우주 속을 들여다보시며
저 하늘에 별만큼이나 많은 물고기의 행적을 찾아
한 번도 밝혀지지 않은 바닷속 비밀을
허름한 수첩에 빼곡히 기록 하셨다
어떤날은 조기대신
검푸른 물살을 건져 오시기도 하고
바다의 불청객, 해파리를 담아오시기도했다
그물을 당겨 올라올 때까지
누구도 짠물에 절인 파도를 해득하지 못했고
파도의 높이에 따라 어판장 고깃값이 들썩였다
그물이 끌려 올라올 때 헐렁해진 그 무게 큼
고물 엔진 수리비가 떠오르고
먼 바다를 달려온 행적이 기름값으로 차 올랐다
툭 터진 그물코 사이로 땀으로 얼룩진
선원들의 월급이 사정없이 빠져나가는 날에는
뚫린 그물 구멍에 코를 박고
아무리 셈을 해봐도
빚구덩이 속으로 회오리치는 급물살
기름값은 고사하고 애들 노트값도 어렵다
아버지의 일당에는 늘 정해진 건 없었지만
물고기들의 길목에서 번번히 허탕 쳐도
단 한번도 바다를 원망하지 않으셨다
고기 못 잡아도
기름값이 폭풍우로 몰아쳐도
내일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꼭 품고 다니셨다
내일은 어떤 파도, 어떤 바람이
아버지를 떠돌게 할지 모르지만
아버지의 낡은 밀서를 펼치면
검푸른 파도와 물고기들이 금방 살아나
아버지의 거물 속을 기웃거린다.
카페 게시글
각종문학상 ♣ 당선발표
제16회 해양문학상 (금상) 바다의 밀서 / 박종익
박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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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04:4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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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양문학상 타신 박종익 시인님께 축하 드립니다. 해양문학상은 참 당선되기 어려운데도 좋은 글을 창작하여 주신 선생님께 늘 영광이 있으시길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지난 해 지인이 탄 금상...
참 다재다능한 분이시세요
아버지의 빈 고기망 속에서
자신도 발견하고 가장의 애환도
표현한 깊은 시 ...
부지런히 올려주신 고문님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