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루사’가 몰고 온 피해는 너무도 컸다.
태풍 ‘루사’는 강릉지역 908mm, 속초 416mm, 고흥 433mm, 산청 308mm 등 전국적으로 사상 초유의 집중호우를 뿌렸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일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인해 전국에서 129명이 숨지고 72명이 실종됐으며, 이재민이 2만7474명이나 생기는 등 막대한 인명사고를 냈다고 밝혔다. 또 도로와 교량 274곳이 유실되는 등 재산피해액도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곳곳에서 전기와 통신이 두절되고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수재민의 아픔을 가중시켰다.
특히 태풍이 한반도에 첫 상륙한 전남지방과 지역적 특성에 의해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강릉지방의 피해는 더욱 컸다.
한전의 전력설비도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2일 한전 발표에 따르면 전력설비 중 배전설비 피해만 130억원이 넘어서고 있다. 이 수치도 아직 완전히 집계된 것은 아니어서 피해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한전의 설명이다. 송전설비 중에는 태백지역의 송전탑 2기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밀순시가 이뤄지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변전설비는 특별한 피해보고가 없다.
하지만 현재 집계된 피해규모 만으로도 태풍 ‘루사’는 우리나라 전력사에 또다시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됐다.
□전력설비 피해현황
태풍 ‘루사’로 인한 한전 배전설비 중 전주피해는 1만605본에 달한다. 이중 도괴가 3088본, 유실이 763본, 경사 6754본 등이다. 또 변압기는 481대가 피해를 입었으며, 전선도 3357경간이나 파괴됐다. 배전설비 피해만 130억5000만원.
이 또한 잠정집계된 것으로 정밀순시 후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송전설비와 변전설비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송전설비가 많아 피해규모가 결코 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한전측 설명이다.
한전은 송전철탑이 직접적으로 파손되거나 도괴된 경우는 적겠지만 철탑아래 흙이 유실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복구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
배전설비 피해를 각 지역별로 살펴보면 태풍이 한반도에 처음 상륙한 전남지역 피해가 47억6000여만원으로 가장 컸다. 전남지역은 전주 3943본, 변압기 111대, 전선 964경간 등으로 전국에서 집계된 피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또 전북지역 14억여만원, 제주지역 13억5000여만원, 경남지역 13억3000여만원, 경북지역 11억2000여만원 등 남부지방의 피해규모가 매우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적 특성에 의해 집중폭우가 쏟아졌던 강릉지역의 경우 2일 현재 집계된 피해액만 7억7000여만원에 달하며, 아직 파악되지 않은 침수지역을 감안하면 피해액이 1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집계된 전력설비 피해는 한전설비 피해만을 조사한 것이며, 수용가의 전력설비 피해까지 합산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전건수 및 복구상황
이번 태풍은 정전 가구수에 있어서도 125만763가구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지역별로는 역시 전남지역이 25만5315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경남이 18만9762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또 9일경에나 완전 복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강릉지역이 11만3097가구로 세번째로 큰 정전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대구 전북 경북 제주 충남 등의 정전피해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산사태 도로유실 등으로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릉지역과 김천지역, 경북 산간지역 등과 선박출항 지연으로 복구인원 투입이 늦어진 전남 도서지역은 2일 현재 전기가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전은 본사에 배전종합상황실을 24시간 운영하며 설비안전 관리와 비상동원체제를 총지휘하고 있다. 또 복구현장에는 한전 전직원과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복구활동에 나서 2일 12시현재 정전 복구율이 96.7%에 달하고 있다.
또 당분간 전기를 공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강릉지역 등에는 인근 사업소 인력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지원토록 했다.
한전은 물이 빠지지 않아 작업이 곤란한 곳을 제외하곤 늦어도 5일 이내에 모든 지역에 전기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설비 피해현황
한반도를 강타한 제15호 태풍 ‘루사’는 통신망에도 커다란 손실을 입혔다.
폭우가 집중된 강원도 일부지역은 유선전화는 물론 이동전화마저 불통되는 바람에 외부와 연락이 완전 두절되는 초유의 ‘통신공백’ 상태를 가져왔다.
KT는 2일 태풍으로 인해 전국에 걸쳐 24만여 통신회선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이로 인해 강릉과 동해 삼척 태백 양양 지역 등의 시외전화와 인터넷 사용이 두절됐다.
SK텔레콤은 전송로가 호우로 작동하지 않아 영동지역을 비롯해 전국 500여곳의 기지국이 작동을 멈췄다.
KTF도 전국 150여곳의 기지국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LG텔레콤 역시 100여곳의 기지국이 정전 등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피해지역에서 유선전화는 물론 011, 017 등 휴대폰의 불통사태가 빚어졌다.
하나로통신은 임대사용하고 있는 드림라인, GNG네트웍스의 선로가 끊어져 지난 8월 31일 밤부터 1일까지 원주 강릉 속초 동해 등 강원 일대에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1만7000여명이 통신 불편을 겪었다.
2일 오후현재 비가 일단 멈췄고 다른 시설에 비해 통신시설은 비교적 복구가 빠른 편이지만 훼손된 통신망을 완전 복구하기까지는 최소 일주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KT 등 통신사업자들은 복구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T는 강릉~고성간 시외선로의 복구작업을 2일 오전에 완료하는 등 피해를 입은 24만여 회선중 90% 가량인 21만7000 회선을 복구했다.
이에 따라 강원도 대부분 지역에서 시외전화, 인터넷, 전용회선 등 통신시설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
정전과 KT 유선망 단절로 두절됐던 시외전화 휴대폰 통화도 속속 재개되고 있다.
LG텔레콤은 태풍피해가 큰 지역에서 KT의 유선망이 두절되고 부분적인 정전까지 겹치면서 휴대폰 통화마저 불통됐으나 019 휴대폰이 KT망 대신 파워콤의 유선망을 사용하고 있어 통화가 가능, 복구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한전 강릉지사는 일반 국선전화 불통지역이 한때 80%를 넘어서고 휴대전화 중계시설이 마비, 복구현장과 종합상황실간 통신공백으로 체계적인 복구작업에 애를 먹었다. 그러나 한전 자가망인 TRS가 안정적으로 작동된 덕분에 피해설비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T는 강릉 지역 30개 기지국 중 14개, 동해 17개중 8개, 고성 13개중 6개의 기지국이 정전되지 않아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통화소통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도 30여명의 사고대책반이 동해지역 미복구지역에서 통신망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