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작은 83년엔가 '전쟁과 도시'라는 타이틀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작품입니다. 고 이문구씨와 이호철씨가 강력히 추천해서 등단 ( 문단에선 이런게 비리가 아닙니다.) 한 안정효씨의 처녀작이죠.. 당연히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습니다.
2.이게 미국에 영역되서 소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 과는 다르지만 그 학교를 나오는 바람에) 도서관에서 영문판도 봤는데요... 영어판에서는 83년에 감히 발표할수 없는 이야기 ( 이를테면 광주이야기에 대한 언급이나. 저 대통령이 우리를 용병으로 보냈다 Gook라는 말은 Han-Gook에서 나왔다 운운) 가 있고 미국 소설의 형식에 걸맞게 많은 부분 사건 순서를 바꾸고 이야기를 집어 넣고 빼고 했습니다.-진짜 버터 냄새가 나더군요...
3.이게 미국에서 뜨자 고려원에서 '전쟁과 도시'를 다시 낸게 오늘의 그 작품입니다. 난데 없는 역수입이죠.. 저자 자신이 베트남에서 모 영자 신문에 통신원 비슷하게 햇던 걸 경험삼고 거기다 한때 언론계에서 있던 경력이나.. 영문과 은사인 죠지 시드니의 대표작인 한국전 소설인 '전사 희망자들'에서의 그 저속한 군의 모습에 대단한 영향을 받았죠..
4.원작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무대는 83-84년이고 베트남의 기억으로 생활에서 무기력한 인생을 살고 있는 한기주에게 베트남의 악몽을 가지고 변진수 일병이 찾아옵니다. 그 과정에서 현재와 베트남이 교차가 되는데요.. 베트남 장면은 말 그대로 1년간의 파월 장병들의 생활에 대한 연대기적 묘사죠.. 결국 직장에서나 아내에게서나 모두 버림받은 주인공은 자살 희망자인 변일병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그를 권총으로 살해한다는 내용입니다.
5.영화는 극도의 저예산으로서 당시에는 뜨기 전인 배우들 -독고영재, 허준호,이경영등등-과 안성기씨가 나왔습니다. 원작이 80년대 초반 ( 즉 영어본에서 지적하듯이 광주의 피로 집권해서 탄탄한 대로를 달리는)인데 반해서 여기서는 '박통도 죽었고 이제는 새로운 역사적 인식이 필요한'시대를 그리고 잇죠..주인공도 '시인'이 아니라 격변의 시대에 필요한 '신감각의 전쟁 소설'을 쓰려는 작가로 나옵니다.
6. 자식 하나 없고 아내에게도 무관심한 원작과 달리 여기서는 '아내'와 '자식'은 별거중인 걸로 나오고.. 그냥 떠도는 변일병은 애인인 심혜진이 있는 걸로 나옵니다. ( 스트립쇼 깹니다. --) 원작에서는 베트공 포로의 입에서 간략하게 언급되거나 너무나 무감각하게 쓰는 한국군 잔악행위 장면은 그대로 나오고 원래는 전투중에 정신이 가버리는 변진수가 여기서는 잔학행위 가담으로 그렇게 되는 걸로 나오죠...
7. 워낙 저예산을 표방하다보니 동원 헬기도 2대고 플래툰을 참조한 흔적이 너무 많이 나고 원작에서는 잠깐 나오는 귀자르기를 너무 강조해서 많은 참전 용사분들의 염장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8. 그런데 이 작품의 매력은 사실 다른데 있죠.. 영화가 진행되면서.. 신문이나 방송 또는 공고문을 통해서 시대가 변해간다는 걸 느끼도록 하는 코드가 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박통도 죽었으니 이제는 새시대가 온' 사회를 그리지만.. 점차로 '김재규 재판' '계엄 확대' '국보위 결성'등등으로 암흑의 시대가 다가오는 걸 그리고 있죠.. 특히 피날레에서 귀를 잘라버린 ( 원작에는 없음) 변진수가 시위 현장 ( 시대로 봐서 광주항쟁 전후의 서울임에 틀림없는) 에서 잔학행위의 환상을 보는 것은 '광주의 피'로 집권한 두 대통령이 사실은 파월 장교였고 월남참전으로 인해서 촉발된 군의 과도한 성장의 결과라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아주 리얼하게 표현하는 장면입니다.
오히려 '안정적인' 원작에서의 시대 배경보다 영화에서의 상황설정에 더 박수를 보내고 싶더군요...
9. 헐리웃표 베트남을 즐기신다면 좀 시시한 티가 납니다만... 이런 걸 머리에 두신다면 대단히 걸작이라는 생각
ps: 우리나라 영화로서 베를린 영화제 수상한 작품은 김승호의 '마부'입니다. ( 모친이 사는 마을에 국회의원 선거때마다 단체 관람시킨 비리 영화입니다. -그것도 50년대 야당인 민주당이) 하얀전쟁은 동경 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했죠..
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던 죠지 시드니의 '전사 희망자들'이란 작품은 무려 70년대 번역이 되었습니다. 놀라운건 한국전에 참전한 미해병들의 지속한 일들이나 잔학행위,성범죄등등의 반미적인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죠.. 하기야 80년대 역시 미국 해병대의 범죄를 다룬 일본작가의 작품 '잘있거라 전장이여'가 심의 받고 출판된 걸 보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안정효님은 이 작품의 후속작인 '전장의 숲' 과 '에필로그를 위한 전쟁'을 썼지만 절.대.로 비추천입니다. 오히려 이분의 후기 작 중에서는 광주와 80년대를 다룬 '태풍의 소리'가 걸작이더군요..
원래 이 영화는 '남부군'처럼 배병수 사단의 배우들이 대거 나올뻔했습니다... 원래 이경영이 맡은 배역이 '최민수'가 맡을 건데 '사링이 뭐길래' 출연때문에 이경영이 맡앗죠... 이 일로 정감독과 배병수간에 인연이 끝어졋다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