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이제 이 장을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그러나 이 장을 마무리하기 전에, 여러분 한 명 한 명의 양심에 이 주제를 새겨 놓고 싶습니다. 저의 간절한 바람과 기도는, 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게 하는 것입니다.
(1) 우선,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에게 물으셨던 것을 스스로에게 묻고 대답해 보십시오.
이 물음을 진지하게 대면하고 자신을 살펴보십시오. 그런 후에도 그리스도를 사랑한다고 정직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까?
기독교의 진리를 믿고, 기독교 신조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아닙니다. 그런 신앙만으로는 영혼이 구원받지 못합니다. 마귀도 나름대로 믿고 떱니다(약2:19). 참된 기독교 신앙은 단순히 어떤 의견을 믿고, 어떤 개념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 살아 계신 인격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의지하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뵈뵈, 버시, 드루배나, 드루보사, 가이오, 빌레몬 같은 초대교회 교인들이 조직신학은 알지 못했지만 믿음에 있어서는 하나같이 위대하고 탁월했습니다. 그리스도를 한결같이 사랑했습니다.
감정적인 신앙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말은 대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말이 오직 감정에만 의존하는 신앙을 반대하는 것이라면 저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적으로 감정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여러분은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거의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참된 신앙이 없이도 사람은 선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성경은 분명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는 참된 신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성경의 분명한 가르침입니다.
만약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영혼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은폐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평생 가도 구원받는 신앙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렇게 죽으면 천국에 이르지 못합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향한 의무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그리스도께서 모든 것의 모든 것 되시는 천국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자신의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눈을 똑바로 떠서 자신의 행실을 주의하여 살피고, 지혜로운 자가 되십시오. 저는 기껏해야 여러분의 벗으로서 경고만 할 뿐입니다. 물론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의 경고를 헛되지 않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2) 다음으로, 만약 여러분이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께 빚진 마음이 없습니다. 그분에 대한 의무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으로부터 얻어 누리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싶지도 않고, 사랑할 필요도 못 느끼고, 사랑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 대한 치료책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알고 성령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총명이 깨어나야 합니다. 본성상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저 위대한 비밀, 즉 하나님의 목전에서 여러분의 죄책과 무가치함이 어떤지를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성경을 전혀 읽지 않을 것이고, 읽더라도 간간히 형식적으로 몇 장 읽고 말 것입니다. 깨달음도 없고, 적용도 없고, 흥미도 없이 말입니다. 오늘 저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계획을 바꿔 보십시오. 간절한 사람처럼 성경을 펴서 읽기 시작하여, 본문에 익숙해지기까지 멈추지 마십시오. 마태복음서 5장을 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설명하시는바, 하나님의 율법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읽으십시오. 로마서 첫 두 장에서 사도 바울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읽어 보십시오. 성령의 가르침을 구하는 기도를 하며 이런 본문들을 연구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이 하나님께 빚진 자가 아닌지, 그리스도와 같은 친구가 필요한 채무자가 아닌지 대답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참되고 절박한 기도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신앙은 주일날 단지 교회 예배에 나가고, 교회 모임에 나가고, 교회 일에 힘쓰는 것으로만 생각했을 뿐, 속사람의 진심 어린 관심과 진지함이 요구되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늘이 권고를 듣고 마음을 바꾸십시오. 여러분의 영혼을 위해 하나님께 진실하게 간구하는 습관을 들이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에게 빛과 교훈을 주시고 자신을 아는 지식을 주시라고 기도하십시오. 영혼 구원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시도록 간구하십시오. 온 마음과 뜻을 다해 간구하면, 머지않아 자신이 얼마나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느끼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 권고가 너무 단순하고 구태의연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이 권고를 멸시하지 마십시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 선한 옛길을 따라 영혼의 평강을 얻었습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임박한 위험과 영원한 멸망 가운데 머무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 그리스도께 여러분이 어떤 빚을 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 그분을 사랑하는 첫걸음입니다. 여러분 자신과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진짜 상태를 아는 것이 여러분의 필요를 아는 유일한 길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책을 연구하고 하나님께 빛을 간구하는 것이 구원하는 지식을 얻는 바른 길입니다. 이 권고를 무시하지 말고 잘 받아들여서 구원을 얻으십시오.
(3) 마지막으로,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는 위로와 권고의 말을 잘 받으십시오. 주님께서 큰 유익이 되게 하실 것입니다.
첫째로, 여러분이 진리를 사랑하고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면, 여러분 영혼이 좋은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십시오.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은혜의 증거입니다.
때로 의심과 두려움에 당혹스럽게 된들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믿음이 참된 것인지, 여러분의 은혜가 진짜인지 알기 어려우면 도 어떻습니까? 슬픔과 눈물 때문에 하나님의 선택과 부르심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 어떻습니까? 마음이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을 증거하고 있다면, 여전히 소망과 강력한 위로의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참 사랑이 있는 곳에 믿음과 은혜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위해 무엇인가 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은 결코 그분을 사랑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있는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은, 하나님께서 여러분 안에서 일하시는 표지입니다.
둘째로, 그리스도를 사랑한다면,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랑이 드러나고 그들이 그것을 알게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그리스도에 대한 오해를 풀어 드리십시오. 그분을 증거하십시오. 그분을 위해 사십시오. 그분을 위해 일하십시오. 그분이 여러분을 사랑하시고 보혈로 여러분의 죄를 깨끗하게 하신다면, 여러분이 이런 사랑을 느끼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그분을 사랑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까 봐 움츠릴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경솔하고 불경건한 한 영국 여행자가 회심한 북미 인디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리스도를 그렇게 칭송하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도대체 그리스도가 당신에게 무엇을 어떻게 했다고 그렇게 야단법석을 떤단 말이오?"
회심한 인디언은 말로 대답하는 대신에, 마른 잎사귀와 이끼를 긁어 모아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고 그 가운데 살아 꿈틀대는 벌레 한 마리를 집어다 놓았습니다. 부싯돌로 불꽃을 내어 이끼와 나무에 불을 붙였습니다.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불꽃이 벌레를 집어삼키려고 하자, 벌레는 몸을 비틀며 이리저리 꿈틀거렸습니다. 사방으로 몸부림쳐도 빠져나갈 곳이 없음을 알았는지, 체념이라도 한 것처럼 그 자리에 움츠러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인디언은 손을 내밀고 그 벌레를 부드럽게 집어 올려 자기 가슴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러고는 그 영국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이 벌레를 좀 보십시오. 저 역시 이렇게 죽어 가는 미물이었습니다. 저의 죄 때문에 속절없이 영원한 불못에 삼켜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바로 그때, 능력의 필을 내밀어 저를 건져 내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 은혜의 손으로 영원한 불에서 저를 건져 사랑의 품에 두셨습니다. 죄로 가득한 미천한 벌레와도 같은 저를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예수 그리스도를 이야기하고 높이는 이유입니다. 저는 그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분을 사랑하니까요."
만약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북미 인디언 같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그리스도를 사랑해야 할 만큼 다 사랑할 수도 없고, 그분을 위해 살아야 할 만큼 다 살아 낼 수도 없습니다. 그분을 고백해야 할 만큼 담대하게 고백할 수도 없고, 그분을 위해 우리를 내려놓아야 할 만큼 진심으로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믿기로, 부활의 아침에 우리는 많은 일로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일은, 우리가 이 땅에 사는 동안 그리스도를 더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사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