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으로 여겨지는 2월, 매서운 칼바람은 여전하지만 봄을 목전에 둔 요맘때 오히려 집 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진다.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공사 없이 집 안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주목하라. 입주를 앞두고 있는 한남동 ‘더 힐’의 샘플하우스 스타일링을 담당한 선혁의 김용남 대표가 전하는 스타일링 팁 다섯 가지.
에디터 신혜원 | 포토그래퍼 이종근
112m가 넘는 긴 창가에는 중간 중간 커튼을 걸어 아늑함을 느끼게 하면서 기둥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2넓은 거실에는 중간에 큼직한 가구를 두면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할할 수 있다.
디자이너로서 고급 주거 공간에서의 부엌과 다이닝룸은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가능하다면 다이닝 공간과 거실을 분리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더 힐의 펜트형 주거 공간은 다행히 부엌이 따로 분리되어 있어 식탁 위치에서 냄새,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있지만 다이닝 공간과 거실이 상당히 넓고 휘어 있는 형태로 통합되어 있는데다 중앙에 큼직한 두 개의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이를 장애 요소가 아닌 인테리어에 효과적인 장치로 만드는 게 우리에겐 큰 숙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거실과 다이닝룸에 놓은 10인용 식탁 뒤로 기다란 프로메모리아의 올룽(oolong) 장을 놓아 파티션을 겸한 수납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 뒤에 소파를 배치해 거실과 다이닝룸을 자연스럽게 분리시키면서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시야를 가로막지 않고 넓은 공간의 장점을 부각시켰다. 거실의 12m가 넘는 휘어 있는 창은 중간 중간 커튼을 걸어 기둥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했고 커튼에 의해 천장에서 길게 떨어지는 세로선은 천장을 더욱 높아 보이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창가에 둔 브론즈 소재의 프로메모리아의 체어는 앉는 기능 외에 휘고 긴 창의 단점을 감춰주는 것이기도 하다.
1위에민준의 작품을 걸어 유쾌한 이미지를 더한 서재 .. 2가구의 미니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배가시키는 티노 스테파노니의 작품 3산뜻한 컬러가 돋보이는 작품을 걸어 꾸민 AV룸.
인테리어 제안을 할 때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미술 작품이다. 미술 작품은 그 자체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지만 인테리어의 화룡점정과 같은 역할을 해내는 중요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뿐 아니라 그 공간에 둔 가구의 소재까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 힐의 복층형 구조에 꾸민 서재는 전체적으로는 차분한 분위기지만 집에까지 이어진 업무의 무거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위에민준(岳敏君)의 해학적인 그림을 걸었고, 펜트하우스의 메인 침실 옆에 마련한 AV룸에는 편안한 안락의자 뒤에 경쾌한 색감과 사색이 담긴 조안페르 마사나(Joanpere Massana)의 그림을 걸어 공간의 재미를 더했다. 펜트하우스 복도 끝 빈 벽에는 프로메모리아의 물고기 가죽을 이용해 만든 서랍장을 하나 두었는데 이 위에 티노 스테파노니(Tino Stefanoni)의 서정적인 선의 느낌이 돋보이는 작품을 걸어 매치했다.
1내추럴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아웃도어 가구. 2유리와 플라스틱 소재의 아웃도어 가구로 캐주얼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테라스. 3미니멀한 아웃도어 가구가 돋보이는 테라스.
푸른 잔디가 깔린 넓은 정원은 아니더라도 아파트 테라스를 잘 활용하면 이에 못지않은 나만의 정원을 마련할 수 있다. 더 힐의 경우는 획일화된 아파트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테라스를 넓게 만든 것이 특징인데 선혁은 여기에 사철나무를 심은 화분과 각기 다른 스타일의 아웃도어 가구, 자전거 등을 두어 꾸몄다. 대리석 상판과 브론즈 프레임의 두 테이블과 여기에 매치한 아웃도어용 체어는 프로메모리아 제품이며 유리 상판의 원형 테이블과 화이트 플라스틱 체어는 선혁구디 제품.
1베이지톤의 밝은 마감재에 어두운 컬러의 가구를 매치해 안정감 있고 고급스러운 거실을 연출했다 . 2어두운 컬러의 가구를 선택하되 가구나 소품 등 한 부분에는 포인트 컬러를 이용하는 게 좋다.
새로 입주한 아파트거나 임대한 아파트의 경우 마감재를 쉽게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구나 소품을 여기에 어울릴 수 있는 것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마감재가 아주 어둡거나, 지나치게 밝을 경우에는 좀더 신경써야 하는데 이때는 마감재뿐 아니라 공간의 크기, 채광 상태, 천장 높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더 힐에서도 밝은 베이지톤의 대리석 마감재와 블랙에 가까운 어두운 마루와 벽지를 사용한 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모두 어두운 컬러의 가구를 매치했다. 단,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톤의 어두운 컬러를 모아 통일감 있으면서도 어둡게만 느껴지는 게 아닌 품위 있고 깊은 멋이 느껴질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가구나 패브릭, 소품 등을 이용해 시선을 끌 수 있는 포인트 컬러를 곁들이면 결코 단조롭지 않은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1실키한 소재와 부드러운 캐시미어 소재를 매치시킨 베딩. 2자연스러운 리넨의 텍스처가 돋보이는 베딩.
베딩이나 커튼 등 집 안의 패브릭 아이템만 잘 선택해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패브릭 소재 자체가 갖는 멋과 고급스러움을 최대한 돋보이도록 하면서 시간이 지나도 그 멋을 더해갈 수 있는 감각적인 디자인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실키한 소재와 부드러운 캐시미어 소재를 매치시켜 소재의 고급스러움은 부각시키되 디자인은 심플하게 하고, 리넨 소재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연스러운 텍스처가 돋보이는 리넨 소재끼리 겹쳐 사용해도 멋스럽다. 요즘 같은 계절엔 베딩 위에 따뜻한 느낌의 블랭킷을 함께 세팅해도 아늑한 침실을 연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