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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취업을 축하해요.
낮에는 외근중이라서 전화통화를 오래 못했네요.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반가웠어요.
아래의 글은 장봉혜림원에서 근무할 때 사례이니
사례를 살펴보세요. 글의 마지막에 그때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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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 대부분이 낮에 보호작업장에서 일을 하지만, 보호작업장에 다니지 않는 여섯 분이 있습니다.
이분들은 주로 낮시간에 본인들이 선호하는 활동을 합니다.
리어카를 끌고 다니면서 도로 청소를 하는 분, 집에서 낮잠을 자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쉬는 분,
원내 공사현장에서 직원을 도와주는 분, 책상에 수학, 영어책을 펴놓고 공부하는 분,
사무실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보는 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분 각자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어느 날 직원회의 시간에 이분들을 위해 낮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고, 저는 프로그램을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을 하게 되면 입주자는 프로그램 대상자가 되어버립니다.
프로그램 일정에 맞추어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혹은 프로그램이 재미 없어 하기 싫을 때도 있을텐데,
대상자가 되어버리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줄어들게 됩니다. 입주자를 위해 프로그램을 한다하지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입주자가 동원될 때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또, 위 여섯 분을 대상으로 이미 많은 프로그램을 해봤지만 딱히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습니다.
직장생활도 해봤고, 프로그램도 여럿 경험했지만 이런 것들에 큰 흥미를 갖지 못한 분들이 대부분이였습니다.
그렇게 직장생활 적응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진행하다 적응하지 못하면 없어지거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했고,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할 것이 아니라,
평소 선호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일상생활을 보내도록 돕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평소 즐겨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싫증도 덜 낼 것 같고, 지속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다른 직원들의 의견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프로그램은 진행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아쉬운 맘이 컸지만, 기관에서 결정한 일이니 직원으로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은 입주자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뻥튀기 생산 및 판매, 그 외는 일상생활과 관련한 청소활동,
지역사회탐방, 차마시기, 운동 및 산책, 간담회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영역별로 담당직원을 정해야 하는데,
지역사회탐방은 입주자의 일상으로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역사회탐방이라는 이름은 거창하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
프로그램 첫 날 버스를 타고 은행, 출장소, 수퍼 등 편의시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볼일도 없는데 지역사회탐방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려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습니다.
입주자와 함께 은행, 출장소, 수퍼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활동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도대체 무엇을 했나 아쉬움이 남아,
프로그램을 어떻게 입주자의 삶으로 풀어내고 일상이 되게 할까 고민했습니다.
고민을 하니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현재 제가 돕고 있는 여섯 분은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에 자기 필요한 현금을 찾습니다.
그 돈을 찾기 위해 출금표를 작성하는데, 직접 할 수 있는 사람도 있고, 직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입주자 대부분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버스는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여 평소 은행업무는 입주자 당사자가 직접 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출금표 작성한 것을 사무실에 맡기면 은행업무 담당자가 은행업무를 일괄로 진행하는데,
입주자의 삶과는 거리가 먼 방식입니다.
먼저 제가 돕고 있는 가정의 입주자와 상의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매주 월요일 직원이 은행업무를 대신하고 있지만,
앞으로 화요일 오전에 입주자 한 분이 은행에 갈 일이 생겨 현금 찾는 것을
그 분께 부탁하는 것이 어떻겠냐 물어봤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입주자께도 다른 분들이 부탁하면 들어줄 수 있는지 여쭈었고,
부탁하는 사람도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도 흔쾌히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은행가는 날짜와 방식을 바꾸었고,
혹시 그날 개인적으로 물건을 구입할 것이 있다면 그 분께 함께 부탁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은행에 다녀오는 입주자는 평소 출금표를 직접 작성했지만,
은행에 직접 가기 때문에 ATM기계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출금표는 잘못 작성해서 틀릴 때가 많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ATM기계는 출금표 작성보다 시간이 적게 들고 입주자가 직접 해보기에 더 편리했습니다.
제가 돕고 있는 가정의 입주자 외 다른 가정 직원들에게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은행업무를 진행하면 어떻겠는지 제안했습니다.
입주자에게 역할을 주고 입주자의 삶이 되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역사회탐방이라는 프로그램 시간에는
각 가정에 필요한 현금을 찾거나 물품을 사고, 그것을 하기 위해 기관차량이 아니라 마을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식을 바꾼지 한 달 정도 지났고, 입주자의 일상도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출금표를 작성하고 그것을 저에게 줄지, 다른 입주자에게 부탁할지 잠시 생각하는 입주자도 있습니다.
통장을 내밀면서“이거, 찾아줘.”,“부탁할께.”라고 하는 입주자도 있습니다.
부탁을 받는 입주자는 언제 은행가는지 자주 물어봅니다.
“내가 찾아요?”라고 자주 묻습니다. “찾아서 나눠주면 되죠?”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프로그램이지만 입주자의 삶이 되게 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 유익이 있습니다.
우선, 함께 살고 있는 입주자들에게 부탁을 하게 한 것은 입주자간의 관계를 기르기 위함이였습니다.
함께 살다보면 좋을 때도 있지만 다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직원이 대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 마땅한 것도 아닙니다.
서로 부탁하고 부탁을 들어주는 사이가 되면 사이가 좋아질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려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가 맺어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버스기사님과 관계가 생기게 되고 함께 버스를 이용하는 마을주민과 관계가 생깁니다.
어디 가는지 관심갖고 물어보는 주민이 생겼습니다.
입주자가 버스를 타고, 은행을 이용하고 마트에서 물건구입하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뀝니다.
입주자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직원이 옆에서 도움을 주는 모습을 통해
지역주민이 입주자에게 하는 말, 행동, 태도를 보고 배웁수가 있습니다.
직원이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입주자가 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모습을 보며 입주자가 직접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사회사업가는 지역사회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를 익히게 됩니다.
입주자를 정중하고 공손하게 대하게 되며, 마트 주인에게 입주자가 직접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드리길 부탁할 수가 있습니다.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입주자의 역량이 길러집니다.
기관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이용하니 버스 승하차할 곳을 궁금해하고,
벨을 언제 눌러야 하는지 직원에게 물어봅니다.
물건을 살 때도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고 얼마내면 되냐고 물어봅니다.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이 잘 안되자 직원에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하려하고, 잘 안될 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직원에게 대신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납니다.
입주자의 모습에 변화가 보이는 것은 프로그램에 대상으로 참여한 것이 아니라
본인 각자의 삶을 실제 과업을 통해 이루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입주자와 지역주민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대부분의 시설에서 입주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진행합니다.
생일, 여가, 나들이, 외출 등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정기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은 누구에게나 그저 평범한 삶, 그 자체입니다.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입주자의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이름만 프로그램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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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빈 선생이 은행업무와 과일심부름으로
어떻게 사회사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은
아마 직원이 어르신의 은행업무를 대신해주고
과일심부름, 말그대로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르신을 위한 은행업무와 과일심부름...
사회사업하기 좋은 구실입니다.
지금까지 직원이 대신해주었지만,
어르신의 삶으로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먼저 직장 동료들에게 지금까지 어떻게 일해 왔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르신을 대신해서 심부름을 했다면 왜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뜻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일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을 하는 것도 좋겠지만
후임 직원이 오자마자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면
선임 직원이 지금까지 해왔던 수고를 무위로 돌려버리는 것이 됩니다.
이에 대한 내용은 복지야성 전임자와 후임자 편을 자세하게 읽어보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 당사자와 상의하는 것입니다.
은행업무를 지금까지 직원이 대신해주었다면,
앞으로 어르신들이 은행에 직접 가실건지 여쭤보는 것입니다.
가겠다고 하는 어르신들은 은행에 가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돕고,
가지 않겠다고 하는 어르신들의 업무는
직원이 해주기 보다 은행에 가는 어르신에게 부탁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부탁하는 사람과 부탁받는 사람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은행에 가서는
은행업무에 필요한 것을 직원이 설명해주기 보다
은행직원이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아니라 지역사회, 즉 은행이 약자를 배려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은행직원이 어르신을 도울 때 어르신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사회사업가가 은행 직원을 돕기도 해야할 것입니다.
과일심부름도 위와 같은 방식으로 적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은행업무를 보러 갈 때 과일을 사는 것입니다.
어떤 과일을 살 것인지 어르신과 상의하고
직접 가진 않지만 필요한 어르신이 있는지 여쭤보고,
어르신들끼리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도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은행업무나 과일을 사는 것도 필요에 의해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시설 어르신들이 은행업무를 익히기 위해 은행에 가는 것이 아니라
돈이 필요하고 은행업무가 필요할 때 그곳에 가서 익히는 것입니다.
이미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 안에서도 충분히 어르신의 인격을 살릴 수 있습니다.
여러 어르신들이 직접 은행에도 가보고 필요한 것도 구입하는 것이 좋겠지만,
형편에 따라 그러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어르신, 할 수 있는 어르신들부터 도우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깊어요.
생각이 깊어요.
고마워요 나찬호 선생~
아. 뜻있게 실천하는일. 이런거로구나..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역시 나찬호선생님.. 박상빈 선생이 고민하는 것, 여기 모두담겼네요~^^
안녕하세요. 충남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 김승철입니다. 선생님의 사례를 보면서 다시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