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최근에 새로운 재미에 빠졌습니다.
제가 가끔 찜질방에 가기 시작 했다는 것인데
원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저는 온갖 소문으로부터 자유롭기가 쉽지 않아
동네 목욕 탕을 도무지 다니지 않았거든요.
어쩌다 한번 가고 언젠가 글을 올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고 몸에 때가 없다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해결을 하려고 해 왔지요.
그러다 보니 안방 한쪽에 작은 건식사우나도 들여 놓아 보고
욕조에 습식 사우나를 설치 하기도 했지만 단독 주택인 저희집 조건상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따뜻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우선 욕조가 차가워서 뜨거운 물을 담아도 금방 식어 반신욕을 포기한 지도 한참입니다.
그러던 차에 아는 언니가
"야! 젬마야! 우리 찜질방 가자."
하고 유혹을 했었죠.
어디로 갈건지 물었더니 죽산쪽이라 하더라구요.
용인이 아니라면 한번쯤 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뭐 용인이라고 안될 건 없지만 아는 사람 만나는 게 좀.......
그 후론 가끔 어떻든 피곤이 쌓여 좀 쉬고 싶어지면
언니 앞세워 찜질방이 있는 그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며칠 전부터 벼르다 오전 미사후 그곳에 가게 되었고
언제나처럼 전 따뜻한 방에서 잠을 청했죠.
같이 간 언니들은 살아서 가는 연옥인 불가마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전 뜨거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하지만 뜨거운 그곳은 절대로 노 땡큐!
정말 연옥 불같은 그 불가마엔 왜 들어가는지 모르겠어요.
죽어도 가기 싫은 곳인데....
저녁 미사는 성가대 주관의 장례 미사인지라
집으로 못가고 성당으로 바로 가야 할 시간에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당신 애들 저녁 먹을 것도 안챙기고 ...(남편의 꾸중이하 생략)"
"근데 저 오늘 성가대 장례미사고 연습도 있는데 어쩌라구요?"
하고 풀죽게 대답을 하니
"알았어 "( 짜증 났음)
돌아오면서 전 후환이 두려워
미사를 부단장님께 부탁하고 집으로 직행했습니다.
말없는 남편이 한 마디 할 땐 그저 순명이 최고입니다.
도착 하자마자 생선 굽고 애들 먹일 죽을 쑤고 김치를 꺼내느라 왔다 갔다....
전화가 울렸었는데 남편은 제가 받으니 깜짝 놀란 모양입니다.
"뭐 필요 한 거 없어?'
전 너무 바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했죠.
반은 어지럼증 나도록 서두르고 있는데
퇴근한 남편이 시장에 들러 먹을 걸 사가지고 들어 왔습니다.
전 저녁상을 차려 주고 바나나 들고 가라는 남편의 말에
"필요 없어!"
라며 뛰어 나갔습니다.
성가대 연습날인데다 지휘자선생님이 못 나오는 날이었거든요.
나가면서 시계를 보니 5분은 지각일 성 싶었습니다.
연습 후에 집안 분위기 다 잊고 단원 집에 방문을 갔습니다.
"미쳐요, 노는 건 정말 좋아 합니다."
전 거의 새벽 한 시에야 귀가를 서두르기 시작했죠.
늘 그렇듯이 그제야 정신이 들어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미 늦은 걸.
한적한 마을 입구에서 반짝이는 별도 제대로 못보고
서둘러 집을 찾아 들어 오면서 '그가 화를 내면 어쩌나?'한걱정을 하다가
"에이! 내일 아침 밥이나 맛있게 하지, 뭐."
하고 집앞에 이르러 전 놀랐습니다.
그가 대문 앞에 외등을 켜 둔 거에요.
아까 뛰어 나올 때 더듬거리며 뛰쳐 나왔으니
나올 땐 꺼져 있던 불이 올 때 켜져 있는 것이죠.
그가 자기가 짜증을 내서 밥도 못먹고 뛰어 나갈 길을
허겁지겁 돌아와 흉내를 내고 간 제게 좀 미안했던 모양입니다.
사실 잘한 일 하나 없는 제 하루의 마지막.
대문 앞에 외등을 보며 도리어 참 미안해졌습니다.
늘 정신 못 차리고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 좋아하는 아내를
뭐가 이뻐서 챙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새벽 한 시에 돌아 와 팥을 앉히고 이 글을 씁니다.
낼 아침에 그가 좋아 하는 팥죽을 끓여 주려구요.
팥죽은 악귀를 쫓는다 하니 우리 집의 평화를 깨는 일은 없겠지요?
그래도 낼 아침 한 마디 하긴 할 겁니다.
전 완전히 꼬리 내리고 다소곳이 혼 나려구요.
잘한 것도 없이 큰 소리칠 일 없잖아요?
그나저나 저 진짜 남편 잘 만났죠?
안쫓겨나고 사는 게 그저 기적이라니까요.
그 사람 제게 허락 하신 주님께 감사!
아마도 아무도 절 감당 안할것 같아 그를 보내신거겠죠?
이 시간 깊이 잠든 그의 코고는 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얼른 아침 준비하고 잠들어야겠어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휴우! 아직 무사한데 낼 아침이 걱정 됩니다.
'아유! 무서워!'
<후기>
아침에 식탁에 올려진 팥죽을 보더니
"언제 끓였어?"
하길래
"어제 밤에"
그리고 아무 일도 없이 식사 하고 출근..
허무 개그였네요.
걱정을 모두 벗어 버리고서 스마일 *^^*~
그리고 전 또 아침 장례 미사에 갑니다.
첫댓글 대문앞에 외등을 켠분"이팥죽 언제끓였어?"꼬리내린분"어제 밤에" 참아름다운 모습들 잘 보고 갑니다.
그렇게 포용력있고 과묵한 그분이 있기에 하고 싶은일 다하고 사는 그대,,,그대가 부럽소, 근디 울 신랑도 그래 ㅎㅎㅎㅎㅎㅎ
힘든하루였네요.... 힘내세요... 힘 , 힘!!!
그저 부럽기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