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생각보다 의외였다. 뼈를 깎는 고통은 모르겠으나 뼈가 부러지는 고통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뼈가 부러진 것을 모르고 돌아다니다 이틀 후에 찾아간 병원에서 알게 되었다. 통증 정도여서 참을 만은 했는데 이후 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공포처럼 밀려오는 상상이 지루하게 엄습해왔다. 드디어 수술 시간은 다가와 부분 마취를 하면서 자기 팀원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취의가 마취상태를 체크하면서 하는 말이 오늘 처리한 것이 열 한 개란다. 그 순간 저들의 눈에는 사람이 아닌 무의미한 존재 개체로 불리고 있음을 알았다. 이어 들어오는 의사의 말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 번 마취 상태를 확인하더니 시술에 들어갈 태세다.
천장에 켜진 불빛은 이미 tv를 통해 익히 보았기에 불편하지는 않았다. 간호사가 시술 부위를 천으로 가리고 푸른 천으로 마저 내 눈을 가린 뒤부터는 짧지만 긴 시간이 시작되었다. 죽은 사람의 육체에서 이탈한 영혼이 자신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느낌이랄까? 이승과 저승의 중간계라는 난해했던 바르도란 의미가 희미하지만 느낌으로 다가왔다. 마취 상태에 놓인 내 몸에 의사가 포인트를 찍는 것 같았고 이어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내 몸을 파고드는 드릴 소리가 꼭 다른 곳 어딘가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다. 정말 내 몸의 뼈를 파고드는 드릴 소리가 맞는 것인가.
육체의 부분 마취를 통해서도 나는 내 몸을 관통해주는 신경으로부터 이완되기 시작했고 마저 두뇌에서도 왼쪽 팔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내 몸에 붙어있으면서도 내 몸이 아닌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신체구조의 유기적 작동구조가 상실되었을 때 오는 이해 불가의 상태가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만약에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면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끝났음을 알리는 것은 사라진 소음이었다. 이후 눈 가림천을 들추는 손길이 느껴졌고 준비된 시술의의 멘트는 잘되었다는 거였다. 일어나려는데 왼팔이 내 두뇌의 지시를 듣질 않는다. 통제 불능 황당하다. 나무토막이 내 몸에 매달린 느낌이랄까. 덜렁거린 내 팔 하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너무도 낯선 저 팔이 내 몸에 붙어 있었다니.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팔을 들어다 내 가슴에 올려놓았다.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허무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너무도 딱해 보인 내 팔을 바라보다 울컥해졌다. 아무짝에도 몹쓸 것처럼 내 가슴에 올려진 팔을 들어 올려 오른손으로 만져보았다. 평소에 그토록 손바닥을 부딪쳐 소리도 잘 내더니 도무지 손가락 하나에도 온전한 반응이 없다. 안타까워 손을 끌어다 입맞춤을 해보았지만 느낌이 없다. 저토록 소중한 내 몸을 죽도록 사랑해주지 못했었다니 후회스럽다. 뒤늦게 소중함을 알게 되어 입술을 갖다 대어보고 굳어버린 내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쓰다듬어도 반응이 없다. 죽음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다.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의 차이는 마음을 전하는 감정이 사라지고 이물감만이 무의미한 존재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임을 생각게 했다.
언젠가는 나도 죽어 사라질 것이다. 내가 죽었다는 순간 내 자식들은 내가 나의 움직이지 않는 팔을 붙잡고 울컥했던 것처럼 잠시나마 슬픔에 싸일 것이다. 자식들은 몇 번을 더 내 몸을 어루만지다 슬픔마저 거둬들일 것이다. 꼬리를 무는 많은 생각에 내 스스로 갇혀 들고 있었다. 손바닥의 뼈 하나 골절된 것으로 가볍게 생각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았다. 우리가 소홀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은 너무도 크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렇다면 나의 몸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상태는 언제일까 궁금해졌다. 고요한 상태의 새벽일 거라 생각해본다. 그 순간만은 누구도 내 몸이나 정신을 침해할 수 없는 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간을 맞이한다면 내 몸을 하나씩 마음으로 사랑하고 안아주고 싶다. 그러면서 못다 한 몸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아프게 했던 나의 마음도 몸도 내 영혼 속의 소중한 일체란 것을 말해주고 싶고 헤프지 않는 사랑도 쏟아주고 싶다. 앞으로 6주 후면 내 몸에 박힌 steel pin을 빼내는 작업을 해야만 된다. 그때 혹시 내 몸을 빠져나가는 녀석들을 내 몸의 일부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또 다른 나에게 타이를 것이다. 손 흔들어주며 보내줘야 할 때라고, 인도의 고대서인 "바가바드 기타"에 등장하는 크리슈나 신은, 오직 깨어 있는 자만이 자기 자신의 수많았을 죽음과 탄생을 기억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내 몸에 닿았다가 떠나가는 모든 것들이 탄생과 죽음을 예비하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형님! 어쩌다 그런 사고를 당하셨어요
빠른 완쾌를 바랍니다.
왼손 다치면 길문학 출판기념회때 박수를 못쳐줘요^^
걱정이네
고마워요~~^^
에고!
겁나 불편허겄는디...
수술받느라 수고 힜네!
겁나 좋아요
한 손만 쓰니깐~~^^
@박철영 한손만 건강할 때 좋은점
1. 높은사람이나 나이 많은 사람한테도 술을 한손으로 따르고 . 한손으로 받으면됨
2. 맘에 안든사람 말이나 노래에 박수를 안쳐도 오해를 안받음
(맘에 든사람은 한손으로 무릎을 때리며 격하게 공감해주면됨)
3. 무거운거 안들어도 됨
4. 해달라고만 하면 넥타이, 신발끈 다 매줌
5. 꼬막, 새우구이, 조개구이 집 갔을 때 옆사람이 다 까서 접시에 놔줌
6. 여럿이 장거리 여행갈때 운전에서 열외됨
7. 한 손으로도 빠르게 손놀림하면 두손 못지 않게 스킨쉽 가능함다 ㅋㅋ
@정성권 하하 역시 답구만
고마워요~^^
@정성권 그대의 윗트는 늘 나를 웃음게 하지
고생하것네, 나이 먹을수록 몸 조심하게, 자네 얼굴을 보니 아직도 우리 학교 2학년 000처럼 개구쟁이로 보여.
그래야될 것 같아
자네 학교에 다시 입학했으면 하네
소견추천서 좀 부탁할께~~^^
@박철영 ^^ 보필을 안했더니만 그리되었습니까?
순천서 자리를 꽉 지키고있어야 기압이 확드는건데... ^^
그러나 저러나 안타깝네요. 쾌유를....
@김종숙 그러게요
좀 지나면 좋아지는거니까
괜찮아요
빨랑 넘어오세요
글을 잘 쓴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먼. 글 읽는 수고 없이 글의 재미에 빠지게 한다는 것. 글이 좋아 네 다친 손 걱정을 못했다. 하하.
형 부끄럽그만요
부족하지만 안 쓰면 안될것 같아서요
감사해요~^^
다행이 왼손이어서 망정이지 오른 손이었으면 악수 못 할뻔 했어요.어여 쾌차 기원합니다.^^
그러게요
김시인님 고맙습니다
에고 선생님 결국 병원가셨네요
수술까지....
그 과정 속 상념들이 저를 숙연하게까지 합니다
내 곁의 모든 것은 다
나를 가르쳐 깨닫게 하는 소중한 것들임을
다시금 알게되는 글 감사합니다...
ㅎㅎ
생각보다 더디네요
견디는 중
담부터는 조심조심해야된다는 거 알아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