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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이야기] 15
S#1. 성당 앞
성당으로 예식옷을 차려입은 소년 복사가 총총 들어간다. 그 외에는 하객이나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신의 차가 와서 멈추어 선다. (시간상 너무 가깝지 않은 곳)
앞좌석에 나란히 앉은 신과 은수. 둘 다 성당을 보고 있다가.
은수가 시계를 보더니 신을 돌아본다. 신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앞만 보고 있다.
은수 : 곧 시작할 거에요. 두시부터라고 했으니까.
신이 자동차 계기판의 시계를 본다. 2시 8분 전.
신이 대꾸가 없자 은수가 차 문을 여는데.
신 : (앞만 보면서) 어쩔 거에요?
은수 : ...
신 : 말릴 거에요?
은수 : 그냥... 물어볼 거에요. 물어봐서.. (마음을 잡고) 김신씨 미안해요. 나 마음 정했어요.
오빠를 위하는 거라면 나 결혼식 축하해주고 증인도 해주고 그럴 거에요.
경아씨가 우리 오빠 아픈 거 다 알고도 안아주는 거라면. 그런 거라면 난 고마워 할 거에요. ...미안해요.
은수 내리더니 문을 닫는다. 성당 쪽으로 간다. 그 앞으로 또 하나의 소년복사가 총총 가는 모습이 보인다.
신 : (뒤늦은 혼잣말) 나한테 미안할 건 아니지.
신이 문을 열려다가 멈춘다. 어째야할지 마음을 못 정하고 있다.
S#2. 성당 내부
젊은 신부 하나가 예단의 집기들을 정리하고 있다. 아까 들어온 소년 복사가 돕고 있다.
성당 앞 쪽 쯤에 도우가 기다리고 있다. 성당 문이 열리자 도우가 저도 모르게 반가움이 번지며 돌아본다.
그러나 들어서는 것은 지각을 한 소년 복사. 콩콩 앞으로 뛰어온다.
도우의 얼굴에 실망이 스친다. 돌아서다가 멈춘다. 천천히 돌아본다. 거기 문이 열리고 은수가 들어오고 있다.
도우를 보고 몇걸음 더 오다가 결국 멈춰선다. 도우. 미소 짓는다.
그냥 서 있는 은수.
도우가 기다리지 못하고 그쪽으로 걸어간다. 은수의 앞에 멈추어.
도우 : 와줬네.
은수 : (끄덕이는)
도우 : 오지 않을까봐 걱정했어.
은수 : 아버지껜 말씀드리지 않았어. 뭐라 하실지.. 겁나서.
도우 : 상관없어.
은수 : 오빠.
도우 : 그래.
은수 : 경아씨. 아니.. 경아 언니. 사랑하는 거지?
도우.. 멈춘 듯 은수를 본다.
S#3. 성당의 내실
거울이 있는 작은 방.
거울에 비치는 경아의 모습. 미용 도우미가 경아의 옷차림을 마지막으로 점검해주고 있다.
경아가 베일을 손보다가 멈춘다. 거울에 비치는 뒤쪽. 신이 경아를 보고 있다.
경아가 천천히 돌아선다.
입구에 기대서 경아를 보고 있는 신. 복잡한 얼굴. 담담하려고 애쓰고 있다.
경아가 쓸쓸하게 미소 짓는다.
경아 : 이상하네. 오늘 하객은 아무도 부르지 않았거든. 심지어 우리 부모님도 안 모셨어.
근데.. 제일 초대하구 싶지 않은 사람이 왔네.
신 : ...알면서 오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그래서 왔어.
S#4. 성당 내부
은수가 도우를 빤히 보며 묻고 있다.
은수 : 그런 거지? 오빠하고 언니. 서로 사랑하니까 오늘 이렇게..
도우 : (미소) 은수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오빠가...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사랑.. 할 수 있다고.
은수 : (억지로 미소) 당연하지. 오빠가 방법을 잘 몰라서 그러지 아니다. 사람들은 다 그래. 사랑이란 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그렇지만 누구나 사랑하고 싶어하는 걸. 오빠두 그런 거지? 경아언니 만났을 때 그랬지?
도우 : 은수 니가 없었잖아. 오빠가 정말 필요했을 때 넌 반대편으로 가서 오빠 힘들게 하구.. 그리구..
은수가 다가서는 바람에 도우의 말이 멈춘다.
은수 : (다가서더니 낮게) 오빠. 시장님 돌아가신 거하구 관계없지?
도우 : (멈춰서 본다. 은수에게 치대던 마음이 멈춘다)
은수 : 오빠가 그 사건에 관계했다구 믿는 사람들 있어. 경찰에서도 그렇게 얘기했나봐. 아니지?
도우 : 은수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은수 : (간절해서) 오빠. 경아언니가 오빠 아픈 거 안다면서.
도우 : ...
은수 : 앞으로 오빠가 어떻게 되도.. 옆에 있어줄까? 오빠가 힘들면 안아주고 아프게 되면 같이 병원에도 가주나?
도우 : ...은수 넌 어디 있을 건데.
은수 : 난.. (눈물이 그렁해지며) 오빠를 보면 자꾸 생각하게 될 거야. 만희 아저씨. 시장님. 오빠하구 상관없지? 하면서.
자꾸.. 묻게 될 거야.
도우. 한걸음 물러선다. 어느새 방어처럼 돌아온 무표정하게 은수를 본다.
S#5. 성당 내실
도우미가 조용히 자리를 피한다.
경아와 신만 남아서 마주본다.
신 : 옛 추억으로서 묻는 거야. 경아 너 괜찮겠어?
경아 : 결혼 직전에 이런 질문 받는 신부... 또 있나? (웃으려하다가) 괜찮을 거야.
신 : 부모님도 모시지 않는 결혼식. 그 놈이 그러자 한거지?
경아 : 응.
신 : 니들 사랑 같은 거 없기 때문이야?
경아 : ..노력 중이야.
신 :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알아봤어?
경아 : 그것도.. 노력 중이야.
신 : 그 인간과 나에 대해서 너한테 말해줄 게 있었어. 처음에는 내가 너무 초라해서 말을 못했고.
지금은.. 말한다는 게 좀 우스워졌네.
경아 : 그냥 축하해줘. 결혼식이잖아.
신 : 그건.. 안 되겠는데. 난 니 신랑이 될 놈. 채도우를 이 세상에서 치워버릴 생각이야. 그게 내가 할 일인 거 같아.
경아 : 신아..
신 : 그래서 널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소용없겠지?
경아 : ... (끄덕이며 미소짓는데 눈물이 어린다)
신 : 그럼.. 눈물 같은 거 보이지 마. 너.. 강하잖아.
경아 : 그래.
신이 잠자코 보더니 돌아선다. 나가버린다.
잠시 서 있던 경아가 후다닥 따라 나간다.
S#6. 내실 앞 복도
경아가 이쪽 저쪽을 보지만 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우두커니 서있던 경아가 흠칫 돌아본다. 거기 케이가 다가오다가 경아를 보고 선다.
경아, 굳은 얼굴. 천천히 면사포를 앞으로 내어 얼굴을 가린다.
그 위로 들리기 시작하는 성가.
S#7. 성당 내부
나이든 신부가 묻고 있다.
신부 : 신랑 채도우군에게 묻겠습니다. 채도우군은 서경아양을 아내로 맞이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진실한 남편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맹세합니까?.
신부가 말하는 사이 주변 스케치.
나란히 선 도우와 경아. 양 옆으로 증인으로 은수와 케이가 서 있다.
신부의 양 옆에는 소년 복사 둘. 저 옆에는 젊은 신부.
도우 : 예. 맹세합니다.
이하 몽따쥬처럼 이어지는 결혼식 위로. 계속되는 신부의 나지막한 선언문. 그리고 성가소리.
신부 : 서경아양은 채도우군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진실한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맹세합니까?
말하는 동안 은수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이층 쪽을 본다.
제단이 보이는 이층의 구석에 신이 서서 아래에서 진행되는 예식을 보고 있다.
경아를 보고 있던 신이 은수의 시선을 받았다. 은수 얼른 시선을 피한다.
경아 : 네. 맹세합니다.
//케이가 앞으로 나서 받쳐들고 있던 반지를 내준다. 도우가 그 반지를 경아에 끼워준다.
뒤에서 은수가 나서 반지를 내준다. 경아가 그 반지를 도우에게 끼워준다.
신부소리 : 신랑 채도우군과 신부 서경아양은 주님과 가족 친지들이 모인 자리에서 부부가 되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 도우가 경아의 얼굴 앞에 드리워진 면사포를 뒤로 넘겨준다.
웃음기 없는 얼굴로 도우를 보는 경아.
도우의 시선은 경아의 뒤에 있는 은수에게 가 있다. 경아가 슬쩍 뒤를 돌아본다.
은수는 눈물이 글썽해서 경아를 보고는 미소짓는다. 어쩐지 미안해하는 미소.
신부소리 : 이 혼인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을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두명의 소년 복사가 신부의 선언이 끝남과 동시에 아멘..하고 소리내어 말한다. 성가도 끝난다.
S#8. 성당 앞
은수가 걸어 나온다. 결혼식에서 나오는 표정치고는 우울하다.
기웃해서 본다. 신이 세워져 있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
S#9. 성당 내부
식을 끝낸 신부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복사들이 집기들을 챙기고 있다. 이쪽에서 젋은 신부와 케이가 서류를 놓고 얘기하고 있고.
미용도우미가 경아의 드레스 자락을 살펴주는데. 경아가 돌아본다.
거기 말없이 서있던 도우가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빠르게 입구를 향해 간다. 나중에는 거의 뛰다시피 한다.
S#10. 성당 앞
문을 벌컥 열고 나서는 도우. 급히 은수를 찾는데. 거기 차 한 대가 지나가고 있다.
바로 앞을 지나가는 차의 운전석에 있던 신이 도우와 눈이 마주쳤다. 빤히 도우를 보며 운전하는 신. 굳은 얼굴이다.
신의 옆자리에는 은수가 타고 있다. 은수는 신을 향해 뭔가를 말하고 있어서 도우를 보지 못한 상태로 차는 도우의 앞을 지나간다.
도우, 불끈 뭔가가 치민다.
S#11. 아르고스 하우스 앞
차가 도착한다.
케이가 문을 열어주기 전에 먼저 내린 도우가 경아를 내리게 해준다.
내려선 경아가 집을 둘러본다. 놀라움으로 도우를 돌아본다.
경아 : 여긴 아르고스 하우스잖아요.
도우 : 명도시 최고의 저택이죠. 명도의 왕과 왕비가 살만한 곳이라서 벌써 오래전부터 준비해놓고 있었어요.
하고 말하는 도우는 어쩐지 건성이다. 경아가 그런 도우를 빤히 본다.
도우가 먼저 몇걸음 가다가 아.. 하고 돌아와 팔을 든다. 경아가 잠자코 그 팔에 자기의 손을 얹는다.
도우와 경아가 집 안으로 가는 것을 보다가 케이가 굳는다. 조용히 뒤를 돌아본다.
저만치 떨어진 곳에 검은 승용차 한 대가 조명을 다 끈 채 서있다. (형사들이 케이를 미행하고 있습니다)
S#12. 아르고스 정원
경아를 데리고 들어오며 도우가 외워놓았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도우 : 에이취 비엔스라고 알아요? 꽤 유명한 건축가인데. 그 자가 디자인한 집이에요. 맘에 들 거에요.
아직 가구는 별로 없어요. 경아씨가 알아서 채워요. 왕비니까 맘대로 해요.
경아가 정원을 둘러본다. 안에서 제복을 입은 남자 둘 여자 둘의 도우미들이 나와 대기한다.
S#13. 내부 홀
들어서는 도우와 경아. 도우가 경아에게 왼쪽을 보여주며.
도우 : 저쪽은 내가 쓸 거에요. 서재로 꾸밀 생각이구요. 그리고.. (경아를 반대쪽으로 데려가며) 이쪽은 경아씨가 써요.
문을 열어 안으로 안내한다.
S#14. 오른날개방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실내.
도우 : 신혼여행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농벤 부지 접수하는데 착오가 생겨서요. 당분간 바쁠 거 같은데.
경아 : (도우를 가만 보며) 알아요.
도우 : 그렇지. 경아씨가 누구보다 잘 알지. (입구에서 대기하는 메이드를 보며) 위층을 안내해드리세요.
(경아에게) 천천히 둘러보고 쉬어요. 난 잠깐..
형식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방을 나간다.
경아 그대로 서있다. 막막한 느낌.
S#15. 홀
도우가 빠르게 걸어서 왼날개방으로 이동하며 전화를 하고 있다.
도우 : 토지수용, 어떻게 되었어요?
S#16. 왼날개 방
아직 가구가 들어오지 않아 썰렁한 방.
도우가 들어서서 창 밖을 보며 전화 계속.
도우 : 오시장님. 왜 시장 자리에 앉아계신 건지 잊으셨어요? 제가 다시 알려드릴까요. ...(듣다가) 법은 내가 이미 검토해봤어요.
내가 언제 불가능한 거 부탁한 적 있나요? 할 수 있는 거. 할만한 사람한테만 말해요. 난.
S#17. 시장실
오시장이 선 채로 전화를 받고 있다.
오시장 : 아니 그게.. 제가 말씀드리는 게 아니구요. 약간 법적인 문제에 문제가 생긴다고 아랫사람들이 말하는 바람에..
예? 토지수용법 제 3조.. (부지런히 적으며) 연구하겠습니다. 그럼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S#18. 왼날개 방
도우 : 농벤 땅 만사천평쯤 됩니다. 평당 50에서 60만원 사이로 수용 통고하시면 될 거에요.
단. 실제로 시에서 수용해버리면 내가 곤란해지니까. 겁만 주세요. 그런 건 잘하시잖아요. ..그럼..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는다. 끊고 나자 밀려드는 공허함.
잠시 빈 방을 둘러보던 도우가 창으로 다가서서 이마를 대고 바깥 세상을 본다.
S#19. 뮤즈 내부 / 밤
모두가 잠이 든 깊은 밤이다.
은수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쪽에는 소파를 붙여 경태가 잠들어 있다.
은수가 살금살금 카운터로 가서 조심스레 냉수를 따르다가 문득 돌아본다.
거기 신의 잠자리가 비어있다. 자다가 나간 듯 구겨져있는 담요.
S#20. 뮤즈 앞 / 밤
은수가 빼꼼히 문을 열고 나온다.
깊은 밤. 조용한 어둠 속. 저만치에 신이 혼자 앉아있다.
은수가 다가가는데 중간에 멈춘다. 더 가까이는 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그냥 돌아가야지 해서 돌아서는데.
신 : (돌아보더니) 안 자요?
은수 : 잤는데.. 자다가.. (머뭇머뭇)
신 : (다시 앞을 보다가 잠시 후 돌아본다)
은수 :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신 : 쌀쌀한데. 바람 쐴 거면 뭐 좀 더 입구 나오든가.
은수 : 네. (그대로 서있다가) 많이 친했었어요? 경아.. 언니하구?
신, 잠시 있다가 일어선다. 앉아있던 의자를 밀어준다. 은수가 조심스레 와서 의자에 앉는다.
신이 점퍼를 벗더니 툭 던져준다. 은수가 바닥에 떨어질 뻔한 점퍼를 겨우 받아서 어색해하며 어깨에 두른다.
신 : 나 위로하러 나온 거에요?
은수 : (머뭇)
신 : 좋아하던 여자 시집보내고. 잠도 못자고 있는 남자 가엾어서요?
은수 : 죄송해요.
신 : (웃는) 아주 자동반사네. 미안하다. 죄송하다. 그 말.
은수 : (입 다무는)
신 : 들어갈게요. 너무 오래 있지 마요. 감기 들면 옆사람들 귀찮으니까.
진짜로 들어가려고 한다.
은수 : 저..
신 : (돌아보면)
은수 : 얘기 좀 해요.
신 : 하세요.
은수 : 내일 아버지하고 집에 돌아가요.
신 : 들었어요.
은수 : 유리네두 같이 가기로 했어요. 언니가 허락해주셔서.
신 : 알아요.
은수 : 김신씨는.. 같이 안 가실건지..
신 : (웃는다. 옆의 박스를 당기더니 걸터앉는다) 형수님은 잠시 신세지시겠대요. 애들 데리고 여기 오래 있을 수 없으니까.
난 형수님 결정에 이래라저래라 할 입장 못되요. 그렇지만 곧 거처를 정해서 모실 거에요.
은수 : 그럼 김신씨는.
신 : 이봐요. 내가 왜 잠을 못자는지 알아요? 나. 하루종일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내가 채도우라면 무슨 생각을 할까.
다행히 그게 먹혀서 두어번 잽을 성공시켰어요. 내가 생각하는 그 놈이라면 지금 완전 열받아서 다음 작전 들어갔어야 하는데.
갑자기 결혼식을 올리더라구. 그 이유를 모르겠어서 잠이 안와. 시장님은 날보구 계란 백만개를 모으라는데.
그 계란 백만개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잠이 안온다구.
은수 : 오빠를.. 멈출 수 있을 거라구 생각하세요?
신 : 아니. 멈추는 걸로는 안될 거 같은데. 그걸로 끝내면 너무 억울해서.
은수 : (불안해서 보는)
신 : 그봐요. 당신하고 나. 얘기하는 거 별루야. (일어선다) 피차 가까워질수록 곤란한 사이라구.
하며 들어가 버린다.
남은 은수.. 어깨에 걸쳐진 신의 옷자락을 잡은 채 우울하게 앉아있다.
S#21. 뮤즈 내부 / 낮
유리와 누리가 저마다 작은 가방들을 들고 메고 신이 나서 나온다.
유리 : 엄마 빨리 와요.
누리 : 빨리 와요.
유리 : 할아버지 빨리요.
누리 : 빨리요.
채회장 : 어뜩게 이 쪼끄만 것들이 이렇게 시끄러워. 뭘 먹구 이렇게 시끄러워.
툴툴대면서 은수의 부축을 받아 나가고 있다.
뒤에서 신이 짐가방을 양쪽에 들고 나오고 경태도 가방을 들고 나오고 명선이 가방을 들고 나오고
시끌벅적한 가운데 카운터에서 문호가 전화를 하고 있다.
문호 : 도재명이냐? 여기 손님들 다 간다. 그러니까 이제 들어오라고.
사내자식이란 말이다. 오입질을 해도 잠은 집에서 자야 되는 법이야.
S#22. 길 가 / 낮
양시장의 차가 정차했었던 근처 길. (재명이 할머니를 도와줬던)
재명이 전화를 받고 있다.
재명 : 오이질이 뭐야
하며 보는 곳. 경주가 양시장의 차가 세워져 있던 곳에서 수사자료를 보며 이쪽 저쪽 각도를 재어보고 있다.
재명 : 난 못 가. 나를 아주 필요로 하는 여자가 있어. 어제 밤? 물론 이 여자하고 같이 있었지. 끊어. 할 일 있어.
전화기를 끊어버린다.
S#23. 뮤즈 내부
문호 너무 기가 막혀서 웃음도 안나온다.
S#24. 뮤즈 앞
중호의 차에 짐을 싣고 있는 신. 명선이 들어오는 짐을 얼른 받아드는 중호.
채회장은 앞에 세워진 신의 차에 은수의 도움을 받아 타고 있고. 등등 시끌벅적한데 문호가 슬렁슬렁 뮤즈에서 나오다가 보는 곳.
거기 민수가 조합장을 모시고 오고 있다.
민수 : 저기 있네요. 저기.. (하며 김신을 향해 반갑게 소리친다) 여어 분신총각 조합장님 모시구 왔어.
신 : (어정쩡 인사하는데)
민수 : 우리 농벤 큰일났어. 어뜩게 좀 해줘야겠다구.
신이 멀뚱히 보다가 자기 차의 열쇠를 문호에게 넘긴다.
문호 : 어쩌라고.
신의 차 뒤에 탄 채회장이 비죽이 내다보고 있다.
S#25. 뮤즈 내부
경태가 익숙한 솜씨로 세잔의 커피를 따르고 있다.
중앙 쯤에 앉은 민수와 조합장. 그 앞에 걸터앉은 신.
(평생 농부로 살아온 우직한 조합장. 유식하지는 않지만 의리의 돌쇠라는 별명을 가질만한)
신 : 토지수용이라구요?
조합장 : 말이 됩니까? 우리 양시장님 살아계실 때 우리 농벤은요. 명도시의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웬 빠꼼이같은 놈이 시장이 되더니 우리 땅 내놓으라는 거에요. 그게 법이랩니다. 뭐 그런 놈의 법이 다 있대요?
민수 : 아 글쎄 평당 60만원을 주겠다는 거야. 평당 60이면 우리 농벤 부지 만사천평 해서 얼마냐..
조합장 : 그 돈이면 우리 농벤 근처에 땅 구해서 이전도 못합니다. 우리 농벤 공중에 날라간다구요.
신이 경태를 돌아본다.
신 : 선생.
경태가 쟁반에 커피를 가져오다가 멈춘다.
신 : 우리가 예상한 대로야. 그 놈. 농벤을 이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라구 했잖아.
S#26. 뮤즈 앞
명선네를 태운 중호가 앞에 서 있는 신의 차를 향해 크랙션을 누른다. 출발하라고.
신의 차 운전대를 잡은 문호가 시동을 걸며 백밀러로 뒤를 보며.
문호 : 댁이 어디시라고요?
뒷좌석의 채회장과 문호.
채회장 뭔가 생각하고 있다가.
채회장 : 은수야.
은수 : 네?
채회장 : 넌 내려. 내려서 저 인간들 뭔 얘기하나 들어봐.
문호 : (뒤를 돌아본다) 그런 건 스파이들이 하는 건데요. 우리 말로 간첩.
채회장 : 아직 우리 손잡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제안했잖아. 당신들하고 나. 손 잡고 채도우 그 놈을 상대하자고.
비록 당신들이 일차 실패했지만 내가 아직 여기 있는 건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고.
문호 : 솔직히 다른 데 기댈 데가 없잖아요.
채회장 : 그러니 지켜봐야지. 지켜보면서 훈수를 두고.
문호 : 회장님. 미리 말씀드리는데요. 나중에 뒤통수를 치실 거면 나 박문호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하네요.
내가 처음부터 말했죠? 나 사기꾼은 믿어도 돈 많은 놈은 안 믿는다고.
채회장, 노려본다.
문호 : (앞을 보며) 아가씨 내릴 거면 빨리 내리지. 난 얼른 보낼 사람 보내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나 있으니까.
S#27. 뮤즈 내부
은수가 조심스레 들어오는데 조합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움찔해서 선다.
조합장 : 우리 농벤의 은인. 신이선생.
신 : (엉거주춤 같이 일어서며 쫄아서) 제가요?
조합장 : 지난 번 창투사놈들이 갑자기 돈 갚아라 그랬을 때 우리 농벤 벌써 문 닫을 뻔 했지요.
그 때 우리 살려 준 거 평생 안 잊을 겁니다.
신 : 뭐.. 살려줬다기 보다 투자를 한거죠. 제가 아는 형님이..
조합장 : 우리 농벤이 쓰러지면 그 투자하신 분도 곤란해지겠지요.
신 : 그렇..죠?.
조합장 :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번 더 살려주쇼.
신 : 뭐 살려준다기보기 어차피 싸울 상대라서..
하다가 조합장이 신의 손을 부여잡는 바람에 멈춰진다.
조합장 : 같이 가줘요. 우리 농벤.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어. 직접 보고.. 알아주세요. 우리 조합원들. 다 기다리고 있거든.
신 : ...저를요?
조합장은 활짝 웃고 있다.
S#28. 농벤 가는 길
낡은 덮개 트럭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조합장소리 : 명도시가요. 원래가 갈 데 없는 자들이 모여들어 만든 도십니다.
S#29. 트럭 내부
운전하는 조합장 옆에는 은수가 앉아있는데. 불안해서 뒤를 돌아본다.
뒤의 짐칸에는 신과 경태, 민수가 온갖 짐들 사이에 구겨서 타고 있다. 짐들은 주로 비료나 농기구들.
조합장은 운전하면서 신나서 설명 중.
조합장 : 남의 땅 부쳐먹으면서 살던 소작농들이 밭때기에 아파트 들어서면서 밀려오고, 방직공장 다니든 사람들이
공장 문 닫으면서 밀려오고. 그런 사람들이요. 한푼두푼 돈을 모아서 만든 데가 우리 농업벤처에요.
민수 : 난 아주 집 팔아서 출자금 댔어. 뭐 집이란 게 코딱지만한 거였지만. 암튼 그래서 우리 식구가 그놈의 철거촌에 들어간 거고.
S#30. 농벤 입구
들어서는 조합장의 트럭. 차가 선다.
운전석의 조합장이 뒤를 돌아보며.
조합장 : 신이선생도 농사라고 하면 그저 밭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그런 것만 알죠?
// 트럭의 문이 열리며 뒤에서 찌부러져 있던 신이 경태 등이 내린다. 먼저 내린 민수가 어디론가 달려간다.
신이 허리운동을 하며 구겨진 몸을 펴다가 멈춘다. 뭔가 이상하다. 보면.
저만치에서 민수가 몇몇 사람들에게 이쪽을 가리키며 떠들어대고 있다.
일을 하러 가던 사람들인 듯한 40대의 남녀가 신을 보며 웃는다. 그 중에 아줌마 하나는 손을 냅다 흔들어 보인다.
신, 상당히 어색해지고 있다. 경태가 슬그머니 신의 뒤로 숨는다.
다가온 조합장이 양손을 비비며.
조합장 : 자아 뭐부텀 보여드리나아.. (뒤에 어정쩡하게 서 있는 은수를 돌아보더니) 꽃 좋아해요? 장미꽃.
S#31. 장미 재배 온실
널찍하고 온실 가운데 좁은 간격을 두고 양쪽에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높이로 빈틈없이 자라고 있는 화사한 장미들.
그 사이를 부지런히 신을 몰고 다니면서 설명하는 조합장. 그 옆에서 거들고 있는 민수.
조합장 : 꽃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매년 외국에다 뿌리는 로열티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125억이에요.
그 중에 장미 로열티만 75억이야.
민수 : 근데 얘들이 바로 우리 토종 품종이거든. 얘들만 성공하면 유럽 시장에 우리 장미를 가지고 가서
로열티를 받아낼 수가 있다고.
신이 슬그머니 뒤를 돌아본다. 저 뒤에 은수가 꽃에 취해서 환해져 있다.
그 옆에서 경태는 꽃을 만져보고 싶어서 손이 옴찔거리고 있고.
그렇게 시선을 돌리다가 신이 움찔. 저만치 입구 쪽에서 아까보다 더 많아진 사람들이 신을 손가락질하며 숙덕거리고 있다.
아까의 아줌마가 신과 눈이 마주치자 또 손을 냅다 휘둘러대며 반가워 한다. 조합장이 또 신을 질질 끌고 이동하며.
조합장 : 이거 연구하는데 우리 7년 걸렸어요. 색 좋죠? 병충해 강하지. 꽃 수명 길지. 이제 거의 다 됐다고.
근데 지금 이걸 날리자고?
S#32. 선인장 재배 온실
널따란 온실 바닥을 따라 간격을 두고 길게 늘어선 선인장들. 색색의 꽃이 핀 듯한 아름다움.
조합장에게 질질 끌려오는 신.
조합장 : 얘들이 바로 접목 선인장이라는 겁니다.
신 : 예에.. 선인장..
조합장 : 요기 비모란 같은 경우는요. 품종개량이며 육종의 핵심 기술을 우리 농벤이 갖고 있다 이 말이죠.
신 : 비모란.. 네에.
민수 : 중국이 요 기술을 시도해보고 있다는데. 아하하 어림도 없지. 얘두 거의 성공 직전이야.
이거 내다팔면 우리 세계 시장 거의 다 먹을 수 있다니깐.
입구에는 아까의 사람들에 새로운 사람들이 가세 중이다.
신이 돌아봤을 때 경태를 사람들이 둘러싸고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경태가 완전히 얼어 있다.
S#33. LED 광반응 작물 생리 실험동 앞
이제 거의 이십명 가까이로 불어난 사람들이 신과 경태를 에워싸고 밀다시피 오고 있다.
실험동 안에서 철거사내 영준이 반갑게 뛰어나오며.
영준 : 아이구 델구 왔네. 분신총각.
민수 : 어허.. 분신이 아니고 신이선생.
조합장 : 여기가 바로 우리 농벤의 핵심이에요. 이거. (하며 엄지를 치켜보인다)
신 : (기세에 눌려 같이 엄지를 쳐든다)
영준 : 이거 만드느라구 우리가 투자자 돈을 받은 거거든요. 조합돈으로는 도저히 안되서.
민수 : 우리 신이 선생이 저번에 막아준 30억. 그거 말하는 거야.
신 : 그게 막아줬다기 보다요. 아는 형님이 투자를 한 거라..
하는데 사람들이 '뭐해요 구경시켜줘야지.' 하며 신을 밀어 안으로 민다. 경태는 벌써 밀려 들어갔다.
밀려 들어가며 신이 또 신경 쓰여서 뒤를 돌아본다. 저 멀리에서 은수가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보고 있다. 혼자.
S#34. LED 실험동 내부
경태가 얼이 빠져서 보고 있는 것. 각종 LED 램프 종류가 전시되어있다.
영준소리 : 우리는 태양을 만들고 있는 거에요. 저기 조명들 보여요?
조합장이 가르키는 대로 경태와 신이 보는 곳. 천정에 매달린 각종 조명과 그 밑의 깻잎들.
영준 : 하루 스물네시간. 우리가 원하고 식물이 원하는 태양을 비춰준다 이 말입니다. 이거 좀 봐요.
하며 영준이 따서 보여주는 쌈추. 얼굴크기만 하다.
경태가 경탄해서 자기 얼굴에 대어본다.
민수 : 요것이 배추와 양배추의 중간교잡으루 만든 쌈추라는 거지.
조합장 : 우리 농벤이 성공하면 이 기술 대한민국 농민들이 다 나눠 갖게 될 거에요.
그럼 우리 농민들. 일본 유럽에서 돈 받아가며 농사 지을 수 있다구. 신이 선생.
신 : 예?
조합장 : 이 농벤 땅 토지 수용되면 이게 다 날라가요. 우리 조합원. 우리 농민들 꿈이 같이 날라 간다고.
신이 언뜻 대답을 못하고 돌아본다.
커다란 깻잎 뒤에서 경태가 신을 보고 있다가 끄덕끄덕한다.
신이 다른 쪽을 본다. 거기 입구 쪽에 아까의 사람들이 우루루 이쪽을 보고 있다.
아까의 아줌마가 신과 눈이 마주치자 또 냅다 손을 흔들어댄다.
S#35. 시청 외경
그 위로 들리는 김보좌의 소리.
보좌소리 :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 농벤을 망하게 하자는 겁니까?
S#36. 시청 내부 회의실
오시장과 간부급들이 회의 중이다.
상석에 앉은 오이사가 근엄을 유지하려 애쓰며 보고 있고, 김보좌가 열받아서 얘기 중.
보좌 : 농벤 기술 중에 엘이디 기술 같은 건요. 지금은 상추를 키우고 있지만
이거 성공만 하면 인삼 같은 거에두 적용할 수 있는 거거든요.
간부가 말하는 동안 뒤의 문이 열리며 도우가 조용히 들어선다.
오시장이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일어나려 하지만 도우가 눈짓을 해서 그냥 앉게 한다.
보좌 : 근데 갑자기 거기 토지를 수용한다뇨. 그 돈이면 이 근처에 그만한 땅 살 데두 없구요.
시장 : 뭐.. 김보좌 의견은 잘 알겠어요. 알겠는데..
도우 :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있죠.
그제야 도우를 발견한 간부들이 분분이 일어나서 인사를 하고 도우도 마주 고개를 숙여주면서. 앞으로 나온다.
회의 테이블을 주욱 돌며 사람들의 주의를 자기에게로 확실히 모으며.
도우 : 지금 농벤이 있는 부지, 피닉스 그룹이 들어오기로 되있어요. 아시죠? 라스베가스하고 몬테카를로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그룹이에요. 우리.. 멀리 갈 거 없이 강원랜드 볼까요? 작년 매출이 1조 천사백억이었죠.
농벤 매출하기 시작하면 일년에 얼마 번다지요?
김보좌 : (말을 못한다)
도우 : 소탐대실. 작은 것을 욕심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 그런 뜻이에요. 아시죠?
오시장이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려다가 겨우 멈췄다. 모두 할 말이 없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도우 : 시에서 토지수용하게 되면 평당 얼마로 하실려구요.
오시장 : 60만원이 적정가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도우 : 농벤 조합원이 몇 명이라구요?
김보좌 : 천명 가까이 됩니다.
도우 : 음.. 어쩐다.. (생각하는 척)
모두 열심히 바라보고 있다.
도우 : 이렇게 하죠. 우리 채동에서 평당 백만원에 그 땅 사죠. 그 정도면 조합원들에게 좀 더 도움이 되겠죠?
오시장 결국 못 참고 박수를 친다.
오시장 : 백사십억.. 우와.. 역시 우리 채단장님이십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
도우.. 고개를 숙여 보이는데 좀 지겹다.
S#37. 시청 일층 (혹은 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이층)
케이가 조용히 걸어오다가 멈춘다. 유리창가로 다가서 보는 곳.
저 아래에 (밖에) 세워져 있는 검은 승용차. 아르고스 하우스 밖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낮에 보는 승용차 안에는 형사 둘이 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S#38. 경찰서 외경
S#39. 수사반
입구 옆 벽에 기대 서있는 재명.
앞에서는 경주가 칠판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하고 있다.
경주 : 피해자의 차가 마지막으로 정차했던 사거리에서 출발한 것이 스물한시 23분에서 24분 사이.
피해자가 살해를 당한 장소는 여기. 10킬로미터 떨어진 곳입니다. 여기서 몇가지 파봅시다.
하나는 용의자가 피해자의 차량을 탈취하기 직전 자신의 차를 이용, 이곳까지 미행해왔다는 점입니다.
그건 참고인이 적극 주장하는 이론인데 (하며 재명을 본다) 참고인이 지목하고 있는 용의자의 경우 전력이 아주 화려하대매.
하며 형사 하나를 돌아보면 형사가 수첩을 보며.
형사1 : 강치용.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입니다. 링 위에서 사람 하나 죽이고 은퇴. 이후에 채도우란 자에게 고용되어서 오늘까지네요.
(수첩 뒤지며) 며칠동안 미행 중인데. 뭐 완전히 채도우 심복입니다. 운전기사에 보디가드에..
경주 : 만약에 용의자가 자기 차로 미행해와서 피해자의 차로 옮겨 탔다고 하면 이 지점 가까운 근처에 자기 차를 정차해놨을 거여.
사건 당일 스물한시 20분부터 요기 어디 수상한 차가 정차해있었다.. 이거 탐문 좀 더 해보고.
형사2 : 인원수 절대 부족합니다. 요즘 명도시에 브이아이피들이 하도 많이 들락거려서요. 그 양반들 호위 해주느라고
계속 인원 차출되고 있거든요.
경주 : (빤히 보면서 무시) 두 번째. 피해자를 살해하고 나서 용의자는 어떻게 했을까. 일단 자기 차로 돌아와야 했겠지.
10킬로미터. 성인남자라면 걸어서 한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차를 타고 이동했다 치면.
S#40. 버스 종점
형사 둘이 버스 회사 직원에게 뭔가를 묻고 있다.
경주소리 : 그 구역에 그 시간대에 지나간 버스들 있겠지. 그 버스에 설치된 씨씨티브이 테잎, 절차 밟아서 받아오고
이 지방 택시들 역시 탐문해보자고.
S#41. 길 가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길. 왕복 이차선의 국도 정도. 세워져 있는 경주의 차.
경주가 길 이쪽저쪽을 가늠해보고 있다. 재명이 옆에 지루한 얼굴로 서 있다.
경주가 목장갑을 재명에게 던져준다. 부지깽이도 하나 던져준다. 그 위로.
경주소리 : 또 하나. 피해자의 위와 옷에서 다량의 알콜이 발견되었어. 소주라고 하는데. 차에는 소주병 같은 거 없었거든.
경주가 길가를 뒤지기 시작한다. 재명도 할 수 없이 그 뒤를 따른다. 경주가 길 건너를 가리킨다.
길을 건너는 재명. 그 재명의 궁둥이를 스윽 보는 경주. 재명 돌아보지도 않고 윗옷을 스윽 내린다.
경주소리 : 아마도 용의자는 오는 길 어딘가에 소주병을 처분했겠지. 병을 찾으면 지문도 있지 않을까.
있을 리가 있겠냐고? 그건 찾아서 없는 거 확인한 다음에 하는 얘기고.
경주와 재명이 길의 양쪽에서 길섶을 뒤지고 있다.
재명이 부지깽이로 뒤적뒤적하다가 슬쩍 경주를 본다. 경주는 아예 기다시피 하며 풀섶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S#42. 채회장 집 앞 / 밤
와서 서는 경아의 차. 내리는 경아. 채회장의 집 쪽을 본다.
S#43. 채회장 정원 / 밤
아줌마 도우미가 총총 달려서 대문 쪽으로 간다.
열어준 대문으로 들어서는 경아. 계단을 올라오며 새삼스레 쳐다보는 채회장의 저택.
S#44. 채회장 집 내부
아줌마가 경아를 안내해서 들어온다. 서재 쪽으로 가서 안쪽을 향해.
아줌마 : 오셨는데요.
S#45. 서재
책상 뒤에 앉아있던 채회장이 본다. 날카롭게 관찰하는 시선.
들어서는 경아. 채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경아 : 서경아라구 합니다. 전화 드렸던 거처럼.. 아드님하구 결혼식 올려서.. 저 아버님 며느리에요.
더 늦기 전에 절을 올리러 왔습니다.
절을 하려고 한걸음 물러서 자리를 잡는데.
채회장 : 하지 마.
경아 : ..
채회장 : 쓸데없는 짓이니까.
경아 : ...먼저 용서를 빌어야겠네요.
채회장 : 무엇에 대해서.
경아 : (차분하다) 아버님께 허락도 받지 않고 결혼식부터 올린 거. 결혼식을 하고도 며칠이 지나서야 찾아온 거.
그것도 혼자 온 거.. 용서해주세요.
채회장 : (빤히 보면서) 또.
경아 : 네?
채회장 : 내가 골방 늙은이가 되었지만 듣고 보는 게 있는데. 너. 술집 여자였다면서.
경아 : 네. 지금은 술집을 하나 갖고 있고요.
채회장 : 술집여자가 감히 내 가문에 들어서? 그건 왜 용서를 안 빌어.
경아 : (보다가 순순히) 용서하세요.
채회자 : (그 대답에 잠시 보다 웃는다) 그놈이 새장 속에 새나 한 마리 키울 줄 알았더니 제법 살쾡이를 데려왔군.
그래서 나하구 그 놈에 대해서 얼마나 알어?
경아 : (잠깐 망설이더니) 아버님 회사를 그이가 가져왔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버님의 마지막 지분까지요.
채회장 : 그 놈에 대해선 뭘 알어.
경아 : 아버님 말씀하시는 게..
채회장 : 그 놈이 미친 놈이란 건 알아?
경아 : 얘긴 들었어요. 믿진 않지만.
채회장 : 왜 안 믿어.
경아 : 그렇게 따지면 저 지난 삼년동안 정상적인 사람 별루 못 만났어요. 그이라구 특별하단 생각 안해봤어요.
채회장 : 헛똑똑이군. 알았으니 가봐.
경아 : 아버님.
채회장 : 그 놈 정체를 알게 되면 그 때 다시 와. 그때라면 할 말이 생기겠지. 가.
하더니 의자를 아예 돌려 앉는다.
경아 잠자코 보다가.
경아 : 다시 오겠습니다. 다음에는 그이하고 같이 오도록 해볼게요.
대답없는 채회장. 경아 돌아서는데.
그 순간 문을 열고 들어서는 명선. 쟁반에 두 개의 찻잔을 받쳐들고.
명선 : 며느님 오셨다면서요?
하다가 경아를 봤다. 서로 놀랐다.
명선 : 경아씨.
채회장이 비죽이 돌아본다.
명선 : 경아씨가 여기 웬일루.. (하다가 채회장을 본다) 설마.
채회장 : (빤히 보며) 내 며느리라구 찾아왔어. 이 아이가. 내 아들놈하고 결혼식을 올렸대.
명선의 손에서 떨어진 쟁반이 요란한 소리를 낸다.
S#46. 농벤 일각 / 밤
신의 차가 세워져 있다. 그 차에 기대 서 있는 문호와 신.
저만치에서 사람들이 웃으며 떠들며 퇴근하고 있다.
그 사람들을 보다가.
문호 : 사기를 칠 때 불문율이 있어. 설계에 참여하는 놈의 숫자는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한놈이라도 많아지면 실패할 확률이 두배씩 늘어난다.
신 : 그런가.
문호 : 너 지금 뭔가 아주 잘못하구 있다. 내가 진심으로 충고를 하는데 당장 여길 떠나서 다시는 이쪽으로 돌아보지두 마.
신 : ....
문호 : 저 사람들. 지금은 너한테 선생이니 뭐니 하면서 들러붙지? 저 사람들이 바로 얼마 전, 시장이 횡령을 했네 뭐네 할 때.
제일 앞에 나서서 시장 욕하던 사람들이야. 그게 사람이야. 니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좀 추켜주니까
홀랑홀랑 휩쓸리는가본데..
신 : 괜찮아요.
문호 : 뭐?
신 : 뭐에 휩쓸리든 이용을 당하든 나중에 배신을 당하고 버려지든 말든 나 상관없어요. 그 놈만 밟을 수 있으면. 상관없다구.
문호 : 임마.
신 : 그리고.. 시장님이 나한테 시킨 일이 있어서요.
문호 : 시장님이?
신 : 서민아파트 세동. 학교 하나. 보건소 하나.
문호 : 뭐래는거야?
신 : 경태 이 놈은 왜 이리 안나와. (걸어가며) 델구 올께요.
가는 신을 보던 문호가 혼잣말을 한다.
문호 : 저 놈이 아무리 봐두 사기꾼 재목으로 난 놈인데. 이상한 영감 만난 뒤루 샛길로 빠져서 말이지. 아까워..
S#47. 채회장 정원 / 밤
경아가 빠르게 나오고 있다. 거의 달리고 있다.
S#48. 채회장 집 앞
경아가 운전하는 차가 요란하게 급출발을 한다.
운전하는 경아는 하얗게 질려있다. 그 위로 명선의 소리.
명선소리 : 말두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S#49. 채회장 거실
명선이 경아에게 처절하게.
명선 : 그 아들이 우리한테 어뜩게 했는데. 애들 아빠 공장 문 닫게 한 게 누군데. 왜 애들 아빠가 트럭에 깔렸는데.
왜 삼촌이 감방에 들어갔는데에.
S#50. 밤거리
경아가 탄 차가 거칠게 운전하며 달리고 있다.
명선소리 : 설마 우리한테 갖다준 돈도 그 자한테 받은거야?
S#51. 채회장 거실
명선 : 그 돈을 나한테 준거야? 경아씨. 그럼 우린.. 난 뭐가 되는 거야. 돈이.. 다 같은 돈이 아니잖아. 그럼 안되잖아.
하며 무너지듯 주저앉으며 운다.
명선 : 돈이 우리 가족을 어뜩게 만들었는데. 내가 그 돈을 받았네. 내가아..
S#52. 반포대교
화려한 네온이 빛나는 다리 위를 경아의 차가 달려 지나가고 있다.
운전대를 잡은 경아는 울음도 나오지 않고 있다. 머리 속이 그저 하얗다.
갑자기 다리 양 옆으로 물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S#53. 고수부지 일각
거칠게 급정거를 하는 경아의 차.
비틀거리듯 내리는 경아. 더 이상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경아 무작정 걷는다. 그 위로 들리는..
도우소리 : (7부 회상) 김신이라구 했죠?
S#54. 회상 7부 골든크로스 룸
도우가 경아에게 묻고 있다.
도우 : 그 남자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 어떤 보상이면 제니한테서 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까?
S#55. 8부 회상 공연장
신이 경아에게 묻고 있다.
신 : 니 꿈을 이뤄주겠다는 사람. 채도우야?
S#56. 부지 일각
경아가 걷는다. 토할 거 같다. 목을 움켜쥐고 헛구역질을 해보지만 토해지지도 않는다. 분수가 뿜어진다. 색색으로.
도우소리 : (9부 회상) 김신이라구. 경아씨 예전 남자였죠?
S#57. 9부 회상 총회장 로비
도우 : 그 친구가 경아씨하구 내 사이를 아나? 그래서 하필 우리 아버지를 노려서 사기를 친걸까요?
S#58. 9부 회상 총회 건물 일각
경아 : 너 누구하구 싸우는지는 알구 있어?
신 : 알어.
경아 : 아니. 신아. 너 아직 몰라. 이 세상엔 해도해도 안되는 것들이 있어.
// 같은 씬. 시간경과
경아가 도우와 함께 신을 떠난다.
S#59. 12부 회상 총회 일각
경아가 도우의 옆에 있다. 보는 신.
S#60. 13회 회상 경찰서
경아가 도우와 함께 떠나고 있다. 보는 신.
S#61. 고수부지
경아가 막혀버린 숨을 토해내듯 아악 소리질러본다.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아아악 소리지른다.
소리를 지르자 비로소 울음이 터졌다. 경아가 서럽게 운다.
그 앞의 분수들은 경아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미친 듯이 아름답게 뿜어져 나오고 있다.
S#62. 농벤 LED 실험실 내부
천정의 조명이 색색으로 비춰지고 있다. (앞 씬과 연결되는 느낌이면..)
입구로 들어서는 신. 근처에 있다가 돌아보는 은수. 미소 짓더니 안쪽의 한 곳을 가리켜 보인다.
거기 경태가 하염없이 천정의 조명을 쳐다보고 있다. 완전히 조명에 몰입해있다.
신이 그 뒤로 가서 툭툭 어깨를 친다. 미동도 없다. 할수없이 경태를 질질 끌어나온다.
끌려나오면서도 조명에 심취해있는 경태. 신이 간신이 경태를 문 밖으로 밀어낸다.
S#63. 실험실 밖 / 밤
경태를 밀며 걷던 신이 멈칫해서 뒤를 본다. 떨어진 곳에서 은수가 따라오고 있다.
신이 뒤로 돌아선다. 은수가 멈칫 선다.
신 : 거 무슨 병든 닭처럼 맨날 멀리서 비실비실 따라오지 말고. 좀 바싹 붙어 다니지.
신이 다시 경태를 밀며 간다. 은수가 걸음을 빨리 해서 열심히 쫓아온다.
경태를 밀며 걷는 신. 그 뒤를 쫓는 은수를 이만치서 보는 시선.
구석에서 그들을 보며 영준이 전화를 하고 있다.
영준 :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은 신이선생을 믿고 있으니까요. 저번 투자금 문제도 그렇고요.
여기 철거촌에서 일하러 오는 사람들 많은데요. 그때 신이 선생이 보상비 받아 낸 거 소문 좌악 났거든요.
S#64. 아르고스 하우스 이층 거실
가벼운 실내복으로 양주 언더락을 마시며 전화를 받고 있는 도우.
도우 : 알았어요. 계속 보고해주세요.
전화를 끊던 도우가 아래쪽 정원을 내려다본다.
S#65. 아르고스 하우스 정원 쪽 / 밤
밤하늘 아래 세워져 있는 아르고스 하우스.
빠르게 걸어 들어가는 경아. 이제 표정이 없다.
S#66. 일층 로비
메이드가 미처 문을 열어주기 전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경아. 이층으로.
S#67. 이층 거실
도우가 기다리고 있다. 들어서는 경아에게 미소 지어 보이는데.
경아는 도우를 보지도 않고 방 쪽으로 간다. 도우, 뭔가 심상치 않다.
S#68. 안방
들어서는 도우. 보면. 경아가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을 지우고 있다.
도우가 그 뒤에 가 선다. 거울 속에서 경아를 보며.
도우 : 왜 그래요?
경아 : (도우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도우 : 경아씨.
경아 : (손놀림을 멈췄다. 멈추고.. 잠시 있다가 거울 속에서 도우를 본다)
도우 : 이상해보이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경아 : (잠시 도우를 보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거울 속의 도우를 향해 웃어 보이면서) 내가 딴 생각을 하고 있었나봐요.
도우 : 딴 생각?
경아 : 내가 뭐 하나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게 있어서요. 그 생각에 빠져서 도우씨를 못 봤네.
도우 : (미소) 저녁에 약속 있었어요? 연락이 안 되던데.
경아 : 있었어요. 그런데 누구하고 만났는지는 비밀. 괜찮죠? 한두개 정도의 비밀은?
도우 웃고 돌아나간다. 문이 닫긴다.
거울 속에서 싸늘하게 식는 경아의 얼굴.
S#69. 경찰서 복도 / 낮
빠르게 걸어오는 형사. 손에는 팩스로 받은 서류 한 장 들고.
사건 상황실의 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간다.
S#70. 상황실 내부
형사가 들어서며.
형사 : 본청 김형사 어디갔어?
S#71. 길 가
(앞과는 다른 날. 다른 옷)
부지깽이로 풀섶을 뒤지고 있는 재명. 전화벨소리에 돌아본다. 저만치에서 경주가 전화를 받는다.
경주 : 김경줍니다. ..뭐?
S#72. 상황실
형사가 전화중.
형사 : 사고 날. 스물한시 이십분경. 불법 주차 딱지가 하나 발행되었습니다. 시장의 차가 출발한 오봉동 사거리에서요.
차주는.. (서류를 보며) 법인찹니다. 채동건설이요.
S#73. 길 가
경주 : 그 시간에 그 차를 몰고 다닌 사람 누군지 바로 알아보고.
하다가 보면 저만치에서 재명이 부르고 있다. 그리로 걸어가며.
경주 : 또.. 알아본다 해서 그 놈이 내가 그랬소.. 말해줄 리는 없으니까 일단 증거가 더 필요한데.
재명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여러개의 소주병이 박살이 나 있는 것. 길에서 더 들어간 으슥한 곳에.
경주 : 한가지는 확실해졌네. 그 놈이 버린 소주병에서 지문은 나올 수 없겠어. 일단 스티커 차주 알아봐. 나도 바로 들어갈테니깐.
전화를 끊더니 아쉬움이 남아서 깨진 소주병을 내려다보고 있다.
경주 : 도재명.
재명 : (보면)
경주 : 범인을 잡아서 쳐넣게 되면 돌아갈거냐? 미국에?
재명 : 가야지.
경주 : 거기 뭐 있는데? 애인? 친구?
여전히 대답이 없는 재명.
경주 : (힐끗 보더니 먼저 걸어가며) 그 얼굴에 써 있구만. 아무도 없다. 애인이구 친구고 나발이고.
재명 그대로 서있다.
S#74. 범환 건물
범환이 안절부절 전화를 하며 서성거리며.
범환 : 평당 백만원 준댄다. 그 값에 팔면 140억이야. 내 지분 나누면 얼마냐. 내가 30억 넣었잖냐. 그렇게 따지면 이게 얼마냐고.
두배는 안되도 이득이지? 지금 팔까. 빼? 이야. 너나 마징거 선생이나 차암 인물들이다. 어? 내가 십년을 주식을 했는데
지금처럼 재미본 때가 없었다. 아주 맛있어 죽겠단 말이지. 야 또라이. 듣고 있냐.
그 무슨 장미꽃 키우는데. 당장 팔아야 되는 거 아냐?
S#75. 농벤의 구내식당 / 낮
구석에서 신이 전화를 받고 있다.
신 : 형님. 제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그 푼돈 버는 거 가지구 흔들리지 좀 마시구요. 기다려보세요. 기. 다. 리시라구요.
전화를 끊고 돌아보는 곳. 혹은 큼직한 회의실(나중에 투표장으로도 쓰일).
농벤의 조합원들(직원들)이 우글우글 모여서 떠들고 있다.
영준 : 100만원이면 시에서 준다는 돈에 거의 두배잖아. 이런 기회가 또 있겠어?
민수 : 말두 안되는 소리 좀 하지 마라. 그거 받아봤자. 140억. 그걸루 이만한 땅 구하려면 저어어기 전라도나 강원도나
이런데루 나가야 돼. 우리 천명 조합원들. 그 가족까지 수천명. 다 갈 수 있겠어?
다른사람들 '우리 키우던 건 어쩌구. 얘들 다 죽이고?' (와글와글) '장미는 옮길 수가 없어. 옮기다 다 죽여.'
영준 : 우리 지분대로 나누면 안되나. 140억 지분대로 나누면..
민수 : 계산해줘? 한 사람당 꼴랑 천만원도 안돼. 그 돈 받아 뭐할라고?
영준 : 그니까 내 말 좀 들어봐아. 어차피 우리는 안 돼. 높은 데 있는 사람들이 결정한 건데 우리가 뭐 어쩌겠어.
그저 돈 준다는 사람 있을 때 얼렁 챙길 거 챙겨야지.
그 말에 또 와글와글.
옆에서 듣던 조합장이 돌아본다. 좀 떨어진 곳에 신이 혼자 앉아서 생각중이다.
조합장 : 신이선생 선생은 어뜩게 생각해요?
그 말에 모두 신을 돌아본다.
신이 주목을 받고 조용해지자 모두를 둘러보더니.
신 : 이 근처에 이만한 땅 사서 이전할래면 돈이 얼마나 필요하죠?
모두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조합장 : 명도시 개발한다고 근처 땅값이 죄다 올라서요.
신 : 그럼 한 오백억쯤 있으면 될까요?
하도 큰 액수라 다들 실감이 안나는데.
신이 핸드폰을 꺼내든다.
신 : 제 핸드폰 단축번호 영번이 누군지 아세요? 채동건설 대표이사. 명도 뉴딜정책단장. 채도우라고 아세요? (씨익 웃는)
S#76. 기획단 회의실
네다섯명의 간부들과 도우가 회의중이었다.
간부 : 농업벤처의 새 투자자는 BH캐피탈입니다. 별로 규모가 큰 곳은 아니구요. 이제까지 투자한 곳을 살펴보면
주로 안마시술소, 클럽 같은 서비스 업종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우 : 김신. 혹은 채동수하고 관계 알아봤어요?
간부 : 그게.. (서류 뒤적이더니) 아직은 드러난 게 없습니다. BH 캐피탈의 대표가 김범종이구요.
고급간부들의 인적사항을 다 뒤져봤지만..
도우 : 없을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김신. 채동수. 둘 중의 하나는 연관되어있을 거에요.
우리 인력만으로 안되겠으면 조사기관에 의뢰를 해서라도 찾아보시라구요.
도우의 신경이 날카로와져있다. 그때 울리는 도우의 전화기.
짜증이 나서 들어 이름을 봤다가 멈춘다.
도우 : 계속하고 계세요.
하며 방의 한쪽으로 가며 전화를 받는다.
도우 : 김신씨.
S#77. 농벤 식당
모두가 숨죽여 보는 가운데 신이 전화를 하고 있다.
신 : 잘 있었어? 나 지금 농업벤처에 와 있는데. 재미난 얘기를 들었네. 느네 채동에서 여기 땅 사겠다구 했대매?
근데.. 백만원이 뭐냐. 쪼잔하게. 그래서 내가 이분들에게 얘기를 해놨지. 채도우라면 평당 사백은 줄거다. ..줄거지?
S#78. 회의실
도우 : (웃지 않는) 나 당신 목소리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S#79. 농벤 식당
신 : 그래도 전화는 받았잖아. 안 받을 수는 없었지? 내가 뭐라고 할지 너무 궁금해서. 평당 사백. 안주면 니가 괴로와질거야.
너무 괴로워서 다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몰라.
이제 신도 웃지 않고 있다.
S#80. 회의실
간부들 저 구석에 있는 도우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도우가 움직임없이 서있다. 도우 조용히 전화를 끊어버린다.
안에서 치미는 것을 누르고 누르느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
S#81. 농벤 식당
모두 감탄해서 신을 보고 있다.
조합장 : 두분이 아주.. 친한가보네요.
신 : (웃지 않고 선전포고를 하고난 팽팽함으로) 친하죠. 아주. (그러다가 문득) 그런데 저 감투 하나만 주세요.
이 농업벤처에서 일한다고 명함 하나 박게요.
S#82. 경찰서 앞
걸어오던 재명이 전화를 받는다.
재명 : ..지금? 누구? (멈춰서더니 상대의 말을 듣다가 버럭) 너 지금 날 뭘로 보는거냐. 헤이. 신.
S#83. 뮤즈
문호가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전화를 하며 나서며.
문호 : 카메라하고 또 뭐가 필요하다고?
기다리고 있는 중호에게 카메라를 넘겨주며.
문호 : 노트북? 그거면 돼? 또 뭐?
S#84. 경태 방
경태가 재빠르게 이것저것 부팅을 하고 마우스 클릭을 하며 뭔가를 불러대고 있다.
마이크를 돌려서 입 앞에 대더니.
경태 : 또 하나의 작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작전명.. (생각해보고는) 염장지르기.
S#85. 기획단 건물 앞
케이가 아닌 다른 기사가 문을 열어주고 도우가 차를 탄다. 뒤에는 다른 차에 간부가 타고, 두 대의 차가 출발한다.
입구 쪽에서 케이가 선 채 가는 차를 보고 있다가 문득 뒤를 돌아본다.
눈에 띄거나 말거나 뒤를 따라 가고 있는 신의 차. 중호가 운전하고 신이 옆자리. 신은 케이를 빤히 보고 있다.
그 위로.
재명소리 : 오늘 만날 사람은 미미 장.
S#86. 커피숍
재명이 수첩을 보면서 말하는 중.
재명 : 세시, (잘 못읽어서 떠듬거리며) 주..말농...장. 말농장?
하다가 스윽 수첩의 옆의 여자용 큰 백에 넣는다.
재명이 보는 곳. 기획단의 여직원(도우의 비서)이 손수건으로 손을 닦으며 오고 있다.
재명이 빙긋 웃어보이자. 여자가 수줍어 하며 옆으로 와 앉는다. 가방에 손수건을 넣는다.
S#87. 시외 길
논 사이 길을 가는 도우의 차. 간부 차. 그 뒤를 좀 떨어져서 따라가는 신의 차.
S#88. 농장
텃밭 규모의 채소밭이다.
큼직한 여인네 미미가 등을 보이고 앉아서 호미질을 하고 있다. 옆의 바구니에는 캐낸 상추며 고추 등이 쌓여져 있다.
이윽고 미미가 일어선다. 장갑을 벗어 앞치마에 탈탈 털며 뒤를 돌아본다.
이제까지 보이지 않던 뒤 쪽에는 정장의 사내 둘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내 :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미가 장갑을 툭 던져주고 걸어간다. 사내가 얼른 받는다. 다른 사내는 얼른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들고 따라간다.
그들이 가는 위로.
경태소리 : 미미장. 해리스 펀드의 홍콩지부장입니다.
S#89. 경태의 방
경태가 모니터를 보면서 말하는 중.
경태 : 해리스 펀드라면 1982년에 설립된 사모펀드(Private Equity) 회사로 주로 부동산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합니다.
미미장이 맡고 있는 해리스 홍콩지점은 말레이시아하고 중국 부동산 개발로 몇 년간 급성장해서
작년 한해에만 7조원 정도 규모의 자금을 움직인 걸로 나와 있습니다.
S#90. 농가 집 마당
마당에 서서 기다리던 도우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도우 뒤의 간부도 더 깊숙이 인사.
마당에는 미미를 따라오는 사내 둘 외에도 서너명의 사내가 더 둘러서서 호위 태세다.
거기 다가오는 미미. 앞치마를 벗어 뒤로 던지고 있다. 재빨리 뒤에서 받는 사내.
미미 : 미스터 채.
도우 : 안녕하셨습니까.
미미 : 안녕 못해요. 내 상추를 벌레들이 먹고 있어.
툇마루 쪽으로 가자 대기하던 사내 3이 재빨리 방석을 놓아준다.
그 방석에 앉으며.
미미 : 명도시를 네오모나코라고 부른다면서요.
도우 : 그런 꿈을 꾸고 있습니다.
미미, 한손을 내민다. 대기하던 사내가 재빨리 차가운 레몬티를 바친다. 받아 마시고.
미미 : 내가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 꿈 꾸는 인간이야. 꿈을 왜 낮에 꿔. 그 시간에 배추라도 심는 게 낫지.
그래서. 당신 꿈에 날더러 얼마를 대라고요?
S#91. 농가 앞
도우가 나오고 있다. 농가 입구 양쪽에는 사내 둘이 지키고 있다.
걸어오던 도우가 멈칫. 그 앞에 오고 있는 신과 중호.
신은 도우를 보더니 미소 지어보이고 그 옆을 지나쳐 간다.
도우 불안해서 뒤를 돌아본다.
S#92. 농가 마당
레몬티를 마시던 미미가 본다. 그 앞에 신이 꾸벅 인사를 하더니.
신 : 여사님께 한가지 정보를 드리러 왔습니다. 이 정보는 완전히 공짭니다.
(하며 명함을 내미는) 저는 명도 농업벤처의 감사 김신 이라고 합니다.
S#93. 농가 앞
차 뒷좌석에 앉아있는 도우. 농가쪽을 한번 더 돌아본다.
좌석에 놓여져 있는 도우의 손가락이 톡 .. 톡.. 톡.. 좌석을 두들기고 있다.
S#94. 농가 내부
신이 아예 미미의 옆에 퍼질러 앉아서 온갖 서류며 지도들을 늘어놓으며
신 : 보이시죠? 우리 농업벤처가 바로 명도시의 정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잖습니까? 자꾸 명도시를 무슨 카지노 왕국 같은 걸
만든다고 하는데요. 우린 이 땅 팔 생각 없습니다. 채도우 그 자가 계속 투자자들 만나러 다니면서 우리 땅 얘기는 슬쩍 빼고
돈 얻어내는 모양인데요. 우리 이거 진짜 마음 불편합니다.
미미 : 그래서요?
신 : 우리 땅 팔린 거 확인하기 전까지. 돈 빌려주지 마세요. 괜히 잘못 물리시면 나중에 곤란해지실까봐요. (맑게 웃는)
S#95. 경태 방
경태가 여러개의 검색창을 두들기며 읽으며 찾으며..
경태 : 데이빗 그래험. 이 사람은 골드래빗 펀드 아시아 담당입니다. 이 펀드는 초기에는 도널드 트럼프랑 같이 크다가
90년대부턴 개발도상국쪽으로 주력하고 있습니다.
S#96. 고급단란주점 룸
재명이 시끄러운 노래소리 때문에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전화를 하고 있다.
재명 : 채도우가 작년부터 공을 들여왔댄다. 내일 만난대. 점심약속. 레인보우 클럽에서.
하면서 재명이 앞을 향해 웃어준다. 여비서가 신나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중이다.
S#97. 호텔 클럽 앞
도우와 외국인 그래험이 악수를 나누고 헤어진다.
미소를 띄우며 돌아서던 도우가 굳는다. 거기 기다리고 있는 신과 재명.
재명 : (그레험을 따라가며) 미스터 그레험. (영) 나에게 정보가 하나 있는데 흥미가 있습니까?
도우가 재명을 막기라도 할 듯 움직이지만 그 앞에 끼어들어 막는 신.
신 : 농업벤처 땅. 진짜루 시에서 매입하게 되면 제일 곤란한 건 너지? 시에서 매입해가지구 그 땅에 호텔 못 짓거든.
시의 토지수용. 그건 니 협박용이었지? 농벤 땅. 팔아줄까? 평당 4백이면 팔 생각인데. 사...백.
하더니 돌아서 재명을 따라간다.
재명은 이미 그레험과 한참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친근하게.
S#98. 호텔 앞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타는 도우. 좌석에 놓여진 손. 톡톡톡 좌석을 두들기는 점점 초조하게 빨라지고 있다.
도우의 머리 속이 마구 돌아간다. 점점 난폭해지는 상상을 겨우겨우 참고 있다.
S#99. 선술집
주민들이 모여있는 가운데 문호가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고 있다.
주민 중에는 민수나 영준도 끼어있다.
문호 : 뭐 더 생각할 것두 없어요. 이거 딱보면 따닥 답이 나오지 않나? 시장님 돌아가시자마자 안나오던 건축허가 일사천리로 나와.
시장님 살아계실 때 그렇게 이뻐해줬던 농업벤처. 땅을 통째로 낼름 먹겠다구 나서. 누가 그런다구?
사람들 분분이 '기획단 아냐? 채동이야 채동.'
문호 : 기획단이냐. 채동이냐. 두 개 다른 거 없어요. 채동 대표가 기획단 단장이야. 이름 몰라요? 난 아는데.
민수 : 그럼 그 자가 저기 뭐냐. 우리 시장님. 저기.. 그거 시켰다는 거에요?
문호 : 글세요.
민수 : 나 이 얘기 들은 적 있어. 우리 신이선생두 이거 의심했거든.
사람들 흥분해서 떠든다. '아 경찰에서는 뭐하구 있는 거야.'
이만치에 영준이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오고 있다.
S#100. 선술집 밖
영준이 전화를 하고 있다.
영준 : 단장님하구 꼭 통화를 해야겠는데요. 아 중요한 정보라니까요.
단장님께서는 뭐든지 수상한 거 있으면 다 보고하라고 했다구요. 예? 먼저 말하라구요?
S#101. 기획단 사무실 일각
남직원이 전화를 받으며.
직원 : 글쎄 저한테 말씀하시면 전해드린다구요. 말씀하세요.
하고는 듣는데. 얼굴이 점점 이상해진다.
현재 전화 저쪽의 영준은 도우의 살인교사 가능성에 대해 사람들이 떠든다는 얘기를 하는 중.
S#102. 기획단 입구
도우가 걸어들어온다. 간부가 수행하고 있다.
로비를 지나던 직원들이 황급히 인사를 하며 길을 피해준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던 도우가 멈춘다. 잠시 그대로 있다가 뒤를 돌아본다.
저만치서 도우를 보고 쑥덕거리던 직원들이 도우가 보자 얼른 외면하다. 다른 데를 본다.
역시 시선을 피하는 직원들. 공기가 묘하다.
그때 열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던 변호사가 도우를 보더니 황급히 다가오며.
변호 : 강치용씨가 경찰에 다시 출석 요청을 받아 불려갔습니다.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지금 가보려구요.
도우..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S#103. 경찰서 조사실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케이. 그 앞의 형사가 질문을 하고 있고.
경주는 저만치 벽에 기대서 보고 있고.
형사 : 이 렌트카 빌린 거 강치용씨 맞죠?
케이 : ...
형사 : 같은 날 스물한시 20분 경, 오봉동 사거리에서 주차위반 딱지 받았죠?
케이 : ....
형사 : 차 여기다 놔두고 그 시간 어디서 뭐하고 있었는데.
케이 : ...
형사 : (열받아서) 이봐요 강치용씨. 당신 아무 죄 없으면 왜 말을 못해. 이렇게 묵비권 행사하는 거. 죄 있단 얘기잖아. 안 그래?
그러나 여전히 묵묵히 눈 감고 있는 케이.
경주가 날카롭게 그런 케이를 보고 있다가.
경주 : 도만희 알지?
케이 : (눈이 떠졌다)
경주 : 알어. 몰라. (다가오더니 옆에 선다) 모를 리가 없지. 한 회사에서 같은 상사롤 모셨는데.
케이 : (앞의 공간만 보는)
경주 : (가까이..) 아니 다른 상사인가. 도만희는 애비를 모시고. 너는 아들을 모시고. 맞지?
도만희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채동수를 찾아갈 생각인데 뭐 전할 말 없어? (케이를 빙 돌며 다른 쪽 귓가에)
강치용씨. 니 보스가 지 아버지 회사 날름 삼켰대매요. 이거 너 혼자 한 거 아니지요? 니 보스가 어디까지 개입되있는데?
케이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S#104. 기획단 회의실
간부들. 경아까지 회의 중이다.
간부 : 발전소 공개입찰 건. 이번 주 내로 일정 발표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하는데 급한 노크소리와 함께 직원이 들어온다. 손에는 보고서 철을 들고 있다. 도우를 보더니 꾸벅 인사하고.
직원 : 의뢰했던 BH캐피털 인맥에 대해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도우 : 뭐래요.
직원 : (보고서를 살피며) BH캐피털 대표인 김범중은 명의만 올린 것이구요. 실제 소유주는 김범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자가 김신이란 인물과 관계가 있습니다.
도우 : 어뜩게요.
직원 : 김신이란 인물은 3년동안 교도소에서 복역을 한 전과가..
도우 : 알아요. 아니까 어떤 관계인지만 말해봐요.
직원 : 같은 교도소 동기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김범환은 남방파라는 조직의 보스이기도 하다는데
이건 대외적으로는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말이 오가는 동안 경아는 도우를 빤히 보고 있다.
도우가 시선을 돌리다가 경아와 마주친다.
경아 : (무심한 듯) 조직 보스가 농업벤처에 주요 투자자라는 거네요. 우린 그 땅을 사야 되는데. 어뜩하나.
도우.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앞에 놓인 보고서들을 몇 번 뒤적인다. 뒤적이다가 일어나는가 싶더니 문쪽으로 걸어간다.
간부 : (당황해서) 단장님?
그러나 도우는 대꾸도 없이 나가더니 문을 쾅 닫는다.
그런 모습을 표정없이 보고 있는 경아.
S#105. 복도
거의 뛰다시피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 도우. 버튼을 누른다. 두 번 세 번. 거칠게.
그러다 돌아보면 거기 놀라서 보고 있는 여비서.
도우 : 차.. 대기시켜요.
하더니 옆의 비상계단으로 뛴다.
S#106. 기획단 건물 앞
뛰다시피 나오는 도우. 마악 도착하는 도우의 차.
도우 운전석 쪽으로 가더니 운전석의 기사를 거칠게 끌어내고는 자기가 탄다. 급출발을 한다.
S#107. 뮤즈 내부
경태가 좋아서 두 손을 내밀고 있다.
은수가 가방에서 김치통들을 꺼내서 하나씩 내준다.
은수 : 이건 깍두기구요. 이건 겉절이니까 오늘 내일 중으로 드세요.
경태 :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은수 : 언니가 만든 건데요. 뭐. 난 그냥 배달.
하는데 벌컥 열리는 문. 놀라 돌아보면 들어서는 도우. 은수를 보더니 멈췄다.
도우 : 너 왜 아직 여기 있니.
은수 : 오빠.
경태가 머뭇머뭇 은수 옆으로 온다. 막아야할지 잘 모르겠다.
도우 : 나 김신 만나러왔는데 니가 왜 여기 있어.
은수 : 무슨 일 있어?
도우 : 아니다. 이게 맞아. 니가 있어야지. 그래. 니가 있어줘야지.
하더니 은수의 손목을 잡아 끌고 나간다. 경태가 놀라서 앞을 막으며.
경태 : 어디 갑니까. 은수씨 어디 데려갑니까.
도우. 한손으로 경태를 잡아 넘겨버린다. 나가 넘어지는 경태.
은수 : 오빠아.
하는데 그대로 은수를 끌고 나가는 도우.
경태가 거의 울 듯이 돼서 전화기를 꺼내 누른다.
S#108. 길
중호가 운전하고 옆에 늘어져서 전화를 하는 신.
신 : 야 임마. 재명. 진도는 더 나가지 마라. 어? 공과 사를 좀 섞지 말라고. ...뭔 소리는 뭐가 뭔 소리야. 호텔까지 가지 말란 말이다
내 말은.. (하다가 핸드폰을 떼어서 보더니) 야 전화왔다. 잔말 말고 들어와. 다음 작전 회의 해야 되니까.
끊는다. 다시 통화를 눌러.
신 : 여보세요. 선생. 왜.
S#109. 뮤즈 내부
경태 : 은수씨 잡혀갔습니다. 채도우가 잡아갔습니다. 지금 막 나갔습니다. 나.. 넘어졌습니다.
S#110. 길
신 : 무슨 소리야. 잡아가다니..
하는데 바로 앞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차.
중호가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중호 : 아 저 미친놈이..
하는데 신이 굳어서 본다. 신네 차의 앞을 바로 돌아 가는 차.
도우. 그리고 조수석의 은수.
신 : 돌려.
중호 : 뭐?
신 : 차 돌리란 말야. 저 차. 채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