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와 의학(31)-
31 “네 몸에 염병이 들게 하사” 2
신 28 : 20-29 이신웅
27절에는 이제까지 선포된 것과는 다른 외과 피부과계 질환이 등장하고 28절에는 정신 신경계 질환이 선포된다. 세힌 미쯔라임(ם ,boil of Egypt)은 애굽의 종기(개역개정), 이집트의 악질 종기(공동번역), 이집트의 악성 종기(표준 새번역)로 번역되었다. 세힌(ןי)은 어원이 뜨겁다, 불붙다의 뜻을 갖고 있다. 출애굽 때 열 가지 재앙 중의 하나로 유행했으며 피부에 국소적으로 생기는 염증을 의미한다(출 9:9 독종). 레위기에는 문둥병과 구별해야 할 병으로 언급되었다(레 13:18 종기). 히스기아 왕에게 생긴 종처도 이 질환이었으며(왕하 20:7, 사 38:21) 무화과 뭉치를 붙임으로 낫게 된다. 욥은 사탄에 의해 발바닥에서 정수리까지 악창이 돋게 되는데(욥 2:7) 역시 이 질환이었다. 이집트의 악성종기는 이집트에 특히 많았던 피부의 염증성 질환일 것이다. 이집트에는 피부 질환이 많았던 것 같고 일종의 풍토병으로 보인다.
아팔림(םי ,tumor)은 부풀어 오른 멍울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모든 번역 성경들은 항문에서 치질이 부어오른 것으로(hemorrhoidal swelling)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삼상 5:6에서 여호와의 궤가 불레셋에 빼앗겨 아스돗 지방에 있을 때 독종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이때 페스트를 의미하는 독종으로 이 단어가 사용되었다. 페스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림프절이 부어오르는 멍울에도 이 단어가 사용된 것이다.
가라브(ב ,scab)는 개역개정에는 괴혈병(壞血病), 공동번역과 표준 새번역에는 옴으로 번역되어 있다. 레 21:20에는 레위인 중에 괴혈병이 있는 자는 하나님께 제사지내러 나오지 못한다 했고 레 22:22에는 괴혈병이 있는 짐승을 제물로 바치지 못한다고 했다. 이상 두 곳에서 이 단어를 괴혈병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아랍어에서 jarab는 접촉으로 감염이 되는 농포나 옴을 말한다고 한다. 불가타(Vulgate)역에는 garab와 heres를 scabies et prurigo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 단어는 피부에 딱지가 생기고 몹시 가려운 옴 같은 피부병을 말한 듯하고 비슷한 질병이 시리아와 이집트에 아직도 많은 질병이라고 한다.
헤레스(ס , itch)는 피부병(개역개정), 습진(공동, 표준 새번역)으로 번역되었다. 이 단어가 성경에는 이곳에만 있다고 한다. 아랍어 harasha 또는 charasha는 모두 scratch(긁다)의 뜻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heres는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워 계속 긁게 되는 피부병, 습진 같은 질병이었을 것이다. 표준 새번역의 습진이 잘 번역된 듯하다.
28절에는 정신신경계 질환들이 거론된다. 쉬가욘(ןוֹ ,madness)은 모든 성경이 미침으로 번역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너희를 미치게 하여 정신적으로 사리판단이 안 되는 얼빠진 상태로 만들어 가혹한 압제와 노략을 당하게 할 것이라고 하신다.
이봐론(ןוֹ ,blindness)은 눈멂, 눈멀게 로 번역하고 있다. 이때 육체적으로 소경이 된다는 의미보다 정신적으로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시대의 필요를 인지할 능력이 없는 정신적인 소경을 의미하는 것 같다(사 29:9).
티마혼 레바브(ב ןוֹ ,astonishment of heart)는 정신병(개역개정), 정신을 잃고(공동번역), 정신착란증(표준 새번역), 경심증(개역개정)으로 번역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맞아 놀라고 두려워 정신상태가 마비, 혼란되는 상태를 말한 것이라고 한다. 원래의 뜻은 개역성경이 번역한 대로 심장이 놀란다는 뜻이다. 고대인들은 뇌의 기능에 대하여 알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정신적인 기능을 심장이 수행한다고 생각했다. 사고, 이해, 의지, 판단, 고안, 감정, 사랑과 미움, 용기, 공포, 기쁨과 슬픔 등의 기능이 심장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이해했다. 심장이 놀라므로 정신을 잃게 되는 상태를 말한 것이다.
28절에 언급된 정신 신경계 질환 3 단어는 똑같이 스가랴 12:4에 사용되었다. 예루살렘을 치려는 족속과 말을 놀라게 하고 미치게 하고 눈멀게 하겠다는 말씀이 있다. 이 단어들은 상용구를 이루어 사용되었던 것 같다.
여호와 하나님의 계명을 따르면 축복이 내리지만 계명을 거역하면 저주와 질병이 내린다. 이곳에 언급된 질병들을 살펴보면 당시대의 질병관을 알 수 있다. 21절에는 가장 피해가 크고 두려운 전염병을 이야기하고 22절에는 마치 질병을 분류하는 것처럼 만성 소모성 질환과 급성 질환, 감염에 의한 염증과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어서 곡물에 피해를 주는 세 가지 재앙이 나타난다. 27절에는 이집트 사람들에게 많았던 악성 종기, 치질, 옴, 습진 등의 외과 피부과계의 질병이 새롭게 언급된다. 28절에는 미치고 눈멀고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하는데 모두 정신 신경계 질환들이다.
신명기 기자는 하나님의 저주를 이야기하며 많은 질병들, 아마 당시 그들이 알고 있던 모든 질병을 당시의 분류방법 대로 언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