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열두 폭 오지랖의 이장 아빠 탓에 쉴 틈 없는 일꾼 아내.
아침부터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넘겨 야무지게 묶는 이가 있으니 그는 다름 아닌 운수골 마을이장 민경구씨다. 14년 전 무작정 운수골로 들어와 터전을 닦고 살기 시작한 경구씨.
마을을 오가는 이에게 술 한 잔, 밥 한 끼 대접은 물론, 본인이야 어떻든 남의 집 곳간에 쌀 떨어진 것까지 헤아리는 열두 폭 오지랖을 자랑하더니 마을 이장 직까지 턱하니 차고서 '마을일은 곧 집안일!' 이라는 일념으로 운수골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장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사무 보조에 힘쓰는 일까지 온갖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성희씨.
게다가 자꾸 베풀어야 다시 돌아온다며 귀한 벌꿀을 내다 팔 생각은 않고 공짜로 나눠주려고만 하니 남편의 특별한 셈법에,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성희씨는 바짝 바짝 애가 탄다.
이런 부부에게 만만치 않은 쌍둥이 남매 준서와 미소가 생겼으니 늦깎이에 초보 엄마, 아빠 노릇하랴 두 사람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 |
![]() |
# 못 말리는 쌍둥이 남매 준서, 미소!
아이 울음소리 끊긴지 오래된 운수골에 네 살배기 아이 둘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니
올 2월 입양을 결심한 꽁지네가 데려온 쌍둥이 준서, 미소는 이 마을 어르신들의 유일한 기쁨조!
공손하게 배꼽 인사는 물론, 구성지게 트롯까지 한 자락 뽑아내니 동네 어르신들한테 귀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런데 쌍둥이 눈만 떴다 하면 싸우기 일쑤. 만날 미소한테 꼬집히고 터지는 건 오빠 준서 다.
"쌍둥이는 어떻게?" "사이좋게. 싸우지 말고." 말은 뻔질 하게 잘한다.
손자 볼 나이의 아빠와 나이 마흔 줄의 초보 엄마가 된 부부.
그런데 요즘 부부가 마을의 중요한 행사 준비로 밤늦게까지 마을 회관에 남아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을 돌보는 건 어른들의 몫이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쌍둥이가 엄마한테 가겠다고 울고불고 떼쓰다 잠드는 일이 부지기 수. 마음이 편치 않은 엄마는 그럴 때 마다 짬짬이 몰래 아이들을
보러 왔다 가곤 하는데...
![]() |
![]() |
# 운수골 사랑으로 품은 가족
운수골에 내리는 가을 아침, 다정스런 엄마 손길에 슬그머니 눈을 떠 보고는 쌀쌀한 날씨 탓에 포근한 엄마 품을 파고드는 쌍둥이.
엄마의 생일날 아침 커피 한 잔, 손수 끓인 뜨끈한 미역국으로 생일상을 차리는 자상한 아빠.
앗 따가워! 밤 줍기, 아빠 손에 얼굴 파묻고 밤 먹기, 누가 먼저 밤 집어 먹나. 고작 밤 하나로 할 수 있는 놀이지만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아빠는 운전을 하고 가다가도 길가에 서서 쌍둥이에게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고 엄마는 준서와 미소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 많은 얘기들을 귀 기울여 들어 주고 싶다.
산을 놀이터 삼아, 전공을 더덕 삼아 운수골의 산천을 놀며, 배우며 살아온 부부는 준서와 미소를 통해 비로소 완전히 하나 된 가정을 만들었다.
이제 거울을 보면서 슬슬 멋을 내기 시작하는 준서. 엄마 딸, 엄마 아가 소리가 듣기 좋아 함박웃음을 짓는 미소. 운수골 포근한 가을 햇살에 준서와 미소는 그렇게 점점 자란다.
![]() |
![]() |
첫댓글 중간에 두번봤는데 입양인줄은모르고 ...눈에 콩깎지가단단히씌었다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