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안시*와 스트립 걸
도은
어항 속에도 사이키가 있지
내 몸이 내뿜는 황금빛, 0.03g의 자존심이야
지느러미를 하나하나 빗겨 가는 쇼
도발적이지
나의 주인 이름은 뮤즈야 그녀의 손가락은 희고 가늘지
음악에 맞추어 먹이를 던져줄 때
심장이 촛농처럼 녹아내리지
그녀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면
남자들의 입꼬리가 므흣하게 올라가지
전라로 봉을 잡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게 중요해
그리고 흘낏, 45도로 눈빛을 흘려야 하지
환호는 비만한 시선에 길들여진 어족이므로
나와 그녀는 진열된 슬픔에 가깝지
상관없어, 당신들을 구경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런데 그녀의 우윳빛 둔부가 어찌 된 거지?
분절된 밤,
기형적인 몸통에 풍만한 젖가슴이 불량식품처럼 흔들거려
이제 기워 쓸 관능의 목록은 없지만
유리 밖에서 나만 바라보는 뮤즈는 진짜일까?
어쩌면 황금 지느러미에 매달려 아마존으로 떠났는지도 몰라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헝클어진 그녀 머릿결을 병든 수초처럼 흔들었어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지
이끼 낀 이쪽에서 수족관 밖을 내다보면
세상은 매일 조금씩 지워지는 그림
나는 벌룩거리는 입을 희미하게 오므린 채
뜰채처럼 생긴 구급차 침대에 들려지는 그녀를 증언하고 있었어
제발
희번덕거리는 내 눈을 지워줄래
그녀는 아직 죽음의 춤을 출 때가 아니니까
관음증에 걸린 신을 믿을 수 없으니까
* 아마존 메기.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로 이끼류를 주로 먹는다. 몸통과 천사 날개처럼 길고 긴
지느러미가 눈부시게 현란한 황금색이고 눈이 붉은 최고급 관상어다.
계간 『상상인』 2024년 여름호 발표
출처: 시작은모임(young570519) 원문보기 글쓴이: 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