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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곳에> 이준익 감독, 전쟁, 드라마, 한국, 126분, 2008년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를 봤다. 난감한 영화였다. 멜로가 주인공인 전쟁영화지만, 그래서 어느 대목에서는 가슴 찡하고 눈물도 펑펑 나왔지만 난감했다.
엄청난 인원의 동원과 대규모 세트를 보며 처음에 드는 생각이 이 영화에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을까 였다. 이제 막 결혼해 군대 간 남편을 만나기 위해 베트남을 찾아가는 젊은 여자의 모티브는 너무도 생광스러웠다. 하지만 결말로 갈수록 감독은 순희의 절박한 사랑을 관객에서 설득시키고야 만다. 그 점은 감독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베트공의 지하굴의 생활 장면과 베트공 대장을 통해 어렴풋 우리가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베트남의 시각을 보여주는 부분은 아쉬운 대로 나아진 모습이었다. 내 눈에 꼭 기독교박해시절 로마시대 지하 카타콤의 생활 모습과 똑같아 보였다. 지하에서 일을 하고 학교를 운영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조국 베트남의 통일이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다소 억지스럽지만 남편에 대한 간절한 사랑을 전하기 위해 사선을 뚫고 가는 여인의 모습을 결국 끝까지 밀고 가는 감독이 믿었던 것은 뭘까?
결국 전장에서 만남 남편의 따귀를 계속 치며 둘은 서로 오열을 하며 영화는 끝난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멜로영화치고 가장 인상적인 결말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편은 대학시절 사랑하던 여자를 두고 부모님의 뜻에 따라 순희와 결혼을 했지만,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생각 때문에 순희를 맞아히지 못한다. 결국 애인의 떠나자 절망한 채 베트남으로 떠나버리고, 그런 남편을 멀리서 어렵게 가슴조이며 짝사랑만 하던 순희는 끓이고만 있던 사랑 때문에 무모한 길을 떠나는 대역정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둘은 만났지만 서로 오열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온통 뒤죽박죽 꼬였다. 전통과 관습과 군대의 억압문화와 전쟁의 야수성, 천민자본주의가 엉켜 제 정신을 차린 삶이란 도무지 없는 것 같다. 정신없이 각자의 길을 전쟁을 하듯 살다가, 문득 이렇게 실컷 따귀를 얻어맞고 오열을 하게 되는 게 인생일까?
‘님은 먼 곳에’ 주제가가 더 애절하게 들린다. 하지만 난감하다. 참 난감한 영화다. 멜로영화이지만 멜로에만 충실한 것 같으면서도 결국 멜로를 배반하는.
이 점 때문에 아마 당시에 흥행에는 실패했던 듯하다.
= 시놉시스 =
“니 내 사랑하나”
가끔씩 동네 아주머니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인 ‘순이’는 외아들 ‘상길’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시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매달 군대 간 남편의 면회를 간다. 그러나 언제나 살가운 말 한마디 없는 남편 상길. 어느 날, 그녀에게 취한 상길이 묻는다. “니 내 사랑하나?”
1971년 베트남 전쟁,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길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순이는 다음 달도 여느 때처럼 면회를 가지만, 상길이 베트남 전에 자원해 갔다는 소식을 통보 받는다. 행방조차 알길 없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으로 떠나기를 결심한 순이. 베트남을 갈 수 있다는 말에 무작정 ‘정만’을 쫓아 위문공연단의 보컬로 합류하여 ‘써니’란 새 이름을 얻은 그녀는 화염과 총성이 가득한 베트남, 그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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