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관할 144개 공공도서관마다 1명 이상의 자폐증 장애인을 사서(司書) 보조원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도의 모든 공공기관은 장애인 의무고용률 3%를 넘겨 경기도의 장애인 인구 비율인 4% 수준까지 장애인 고용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발표를 듣고 누구보다 자폐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기뻐했을 것이다. 자폐 자녀를 키워온 부모가 어떤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본인들 아니면 짐작도 할 수 없다. 어떤 자폐아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 밖 복도에서 아이가 무슨 말썽을 피우지나 않나 가슴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어렵사리 학교를 졸업한다 해도 청소년기가 지난 다음엔 진짜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다. 그래서 자폐아 어머니들은 "아이가 죽은 다음날 내가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자폐아 부모들은 만일 지자체나 정부가 도와줘서 자기 아이가 조그만 일자리를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만 된다면 정부나 지자체를 목말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것이다.
공공도서관 사서보조로 일하는 자폐증 장애인이나 주차장에서 세차 일을 하는 지적장애인들이 의외로 제 몫을 다하더라는 얘기는 많다. 복합기 등을 만드는 캐논코리아 안산공장에선 청각장애인 위주로 직원의 10%가 넘는 56명의 장애인을 고용했는데 일하는 능률이 비(非)장애인과 거의 다름없다고 한다.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수는 자폐 장애 1만4000명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4.86%인 242만9500명이다. 등록 안 된 숫자까지 합치면 인구의 10%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공공기관들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직원 가운데 3%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하지만 실제 고용률은 1.97%에 불과하다. 30대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그나마 1.45%밖에 안 된다. 삼성(0.92%), SK(0.79%), LG(0.88%), GS(0.78%) 등은 1%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장애인 고용이나 여성 취업, 승진, 정치 진출 기회 확대 등의 사회 변화는 어느 기관이나 기업이 획기적으로 큰 걸음을 내딛는 것을 계기로 물꼬가 트인다. 경기도의 장애인 고용 확대 결단을 환영하고 결과를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