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자식의 관계(1)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양과 훈계로 양육하라.”(엡6:1-4.)
“마땅히 행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치라 그리하면 늙어도 그것을 떠나지 아니하리라.”(잠22:6)
주(注) : 옮기면서 이해를 돕고자 “그들”을 “부모”로 고쳐 옮김
출처 : allure(얼루어 코리아) 2005년 5월호에서
제목 : 신(新) 부모님 전상서
글 : 이지현
5분간 대화해도 짜증이 난다. 사랑한다는 말을 한지가 까마득하다. 같이 다니기가 껄끄럽다.
애정이 식어버린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깝고도 먼 고맙고도 부담스런 존재인 그들,
부모와 나에게 대한 이야기다.
이런 이상한 버릇이 생긴 건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이 부모님의 나이를 물어볼 때마다 슬
쩍 얼버무리는 버릇 생년월일도 정확히 알고 있는데 그저 ‘환갑 지나신지 몇 년 됐어’라고 말하
는 것이다. 정확히 따지자면 나의 아버지는 우리 나이로 69세이며 어머니는 65세이다. 맞는 말
이긴 하지만 부모님의 나이를 정확히 밝히는 것 그 숫자를 정확히 발음하는 것을 내심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직까지는 그 누구 보다도 활기차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두 사람이지
만 적어도 물리적인 나이로는 어쩔 수 없는 ‘노인’이라는 사실을 마주 대하기 싫은 것인지도 모
른다.
‘엄마 아빠’라고 불러대기도 민망한 나이 결혼도 못한 대책 없는 딸인 것도 모자라 여태껏 버
젓이 ‘동거인’으로 올라 있는 처지. 난 가끔 부모님이 낯선 모습을 보일 때마다 아득해지는 것
을 느낀다. 눈이 아른거려서 책도 읽을 수 없다고 할 때 화사한 티셔츠 소매위로 자글자글한 주
름과 검버섯이 눈에 띌 때 수도 없이 재방송되었던 영화를 처음본양 재미있게 보고 있을 때 했
던 말을 세 번 네 번 아니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이야기할 때…
어린 시절 강하고 무섭기만 했던 부모님이 어느덧 약해진 모습을 보일 때 자식의 심경은 복
잡해지게 마련이다. 놀라움과 불안함 안쓰러움 그리고 일말의 부담감 부모와 함께 살면서 수입
의 상당부분을 절약하는 입장으로는 뻔뻔스럽게도 난 독립할 시기를 놓친 것은 아닐까? 잠간
후회했었다. 자식이란 게 애써 키워 놔봤자 다 소용없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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