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를 하는 이유를 자문하곤 합니다. 땀 흘리며, 나아가 타격의 짜릿함도 맛보고,정겨운 검우들을 만나고,덤으로 건강까지 챙기고,그리고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일시적으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신적인 여유 …하지만 이런 것들이 검도를 하는 이유의 전부라고 하기엔 부족함이 따릅니다.
오늘도 호면을 쓰고 차가운 바루 바닥에 발을 내 딪을 때,가슴에 꽂히는 화두가 ‘이유’입니다. 죽도를 잡는 순간 많은 허상과 허영이 포말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경험을 가끔합니다. 그 중심에 제가 있기에 장면들은 섬세하게 기억될 때가 많습니다. 그것이 도피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작금의 세상은 경제적인 위기로 인해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저 또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 검도은 이제 생활의 한 부분이자 일상이기도 합니다. 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세상과의 단절입니다. 잡다하고 번잡한 하루를 내려 놓고 스스로를 정화하는 수도원이나 치성을 드리는 장소로 생각한다면 지나친 비유인가요.
하지만, 호면 속에서 바깥 세상의 풍경이 보일 때도 있습니다. 머리 속을 깨끗하게 비우지 못한 잔상들은 여지없이 죽도를 통해 나타납니다. 날아가는 괘적이 일직선이라기 보다는 흔들림을 감추지 못하고 그대로 보여주고 맙니다. 오른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여과 장치에 탈이 났음을 공표하고 있음입니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통해 수없이 자신의 베어왔고 잘라왔지만 현실은 도장까지 찾아와 절 붙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굵은 땀방울은 맺히고 가슴에도 한방울씩 떨어져 이내 젖은 선을 긋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얻게 됩니다. 그것이 비록 한시적이지만 세상의 깊은 시름을 뒤로하는 경계선임을 한참이나 지난 묵상시간의 침묵을 통해 알게 됩니다.
그 시간을 허락한 검우들과의 교검이 없었다면 아직도 세상의 잡다한 찌꺼기로 인해 제 머리 속은 골치아픈 하치장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화두의 끝은 고마움으로 정리됩니다. 그것이 도장이든 오프라인이든, 사이버 공간인 인터넷이건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검도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그 거울이 되어주는 검우가 없다면 도저히 그 길을 걸을 수가 없는 2인 3각의 긴 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도장 문을 나서는 순간, 맘 속에 퍼지는 평화는 그 감사함의 증거입니다. 오늘따라 검우들 존재와 그 고마움이 맥박을 통해 온 몸으로 전달됩니다.
결국 검도 정신의 근원은 여기서 부터 비롯된다고 여겨지는데 님들의 생각과 다른것인가요.
오늘 따라 크리스찬님을 비롯 잠자리, 나리맘, 아톰, 바르게, 류성문, 형제님 등 순수검도의 많은 동무들이 그립습니다.
첫댓글 이곳에서 뵙니다.^^
저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