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9 이태원 참사 추모와 연대의 성탄절 연합 성찬례 ]
“하느님은 우리를 홀로 두지 않습니다.”
- 이사 52:7-10 / 시편 98 / 히브 1:1-4 / 요한 1:1-14
“ … 그것은 진실을 덮는 것도 아니고, 있었던 일을 없었다는 듯이 누르며 사는 것도 아닙니다. 아픈 기억과 이야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억지로 지우려 할수록 더욱 선명하고 커집니다. 그런 기억과 이야기는 사건에 대한 분명한 진실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우리의 온기가 만나, 또 다른 기억과 이야기가 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10월 29일, 이태원 거리의 할로윈 축제에서 ‘국가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일어난 참사 가운데 마땅히 지켜 냈어야 할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너무나도 무능했고, 그 이후 대응 가운데 자신들이 지키고 싶은 이들 앞에서는 너무나도 영악하고 유능한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합니다.
이처럼 너무 늦지 않게 신중하고 정확한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그 가운데 도의적・정치적 책임져야 할 이상민 행안부장관 같은 이들이 제대로 책임지고 물러나며, 희생자와 유족, 지역 상인과 주민, 생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제대로 된 피해 지원을 하는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그 길이 오늘 우리를 이 자리로 불러 모은 성탄의 정신, 짙고 무거운 어둠 가운데 결코 꺼지지 않고 빛나는 빛으로 오신 나자렛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실현되는 길이라 믿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인 요한의 복음서 1장 14절의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다른 말로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성탄절을 이 땅의 가장 낮고 연약한 자리, 고통과 슬픔, 불평등과 소외가 흘러 들어 고이는 자리에 연약한 아기로 오신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로 기억하며 전합니다.
성탄 연휴로 도시가 더 환하고 떠들썩한 하루. ‘오늘 같은 날, 살아 있었다면 친구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을 텐데..’ 라며 분향소로 오겠다는 분들. ‘오늘 같은 날, 분향소가 휑하고 춥게 느껴지면 어떡하지’ 라며, 함께 예배 드려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 숙이는 분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우리들의 온기가 진실을 갈구하며 호소하는 유족 분들에게 잠시라도 위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의 기도가 희생자와 유족, 생존 피해자,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잠시나마 따뜻하게 안아주는 응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임마누엘의 하느님은 우리를 결코 홀로 두지 않으십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저희 또한 유족 분들과 생존 피해자, 지역 주민과 상인 분들을 홀로 두지 않겠습니다. 임마누엘,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이 땅의 가장 낮고 연약한 자리, 고통과 슬픔, 불평등과 소외가 흘러 들어 고이는 자리에 오셔서 그 자리에 버려진 듯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여기의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샬롬, 살람, 평화.“
* 이 설교문은 참사 직후 11월 3일 긴급 기자회견 발언문부터 12월 23일 기자회견 발언문 등을 발췌해 엮었습니다.
* 사진은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강다영 활동가님이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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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5일, 성탄절, 오전 11시 30분, 이태원광장에 다시 마련된 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10・29 이태원 참사 추모와 연대의 성탄절 연합 성찬례'.
스물 네 분의 유족 분들이 함께 하시고, 故 진세은 님의 언니인 진세빈 님의 현장 발언으로 함께 한 자리. 이백 여 명 이상의 다양한 참여자 분들이 모여, 희생자 유족과 생존 피해자, 지역 주민과 상인, 공적 구조자들을 호명하며 맘 깊이 위로하고 두손 모아 기도하며 응원한 시간.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할 말도 참 많지만, 연합 성찬례 이후 유가족협의회 운영진 분들과 함께하는 회의가 계속 이어져 오늘은 그냥 이런저런 기사로 갈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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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우리의 기도가 위로가 되길” … 이태원 참사 현장서 성탄절 예배 열려
- “고통을 불운의 탓 아닌 공동의 과제임을 인정하게 하소서”
한병찬 기자 | 2022-12-25 14:39 송고
https://www.news1.kr/articles/4904962
[뉴스앤조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야기 실현하는 길”
- 유가족과 함께한 성탄 예배 … “국가는 국민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나”
나수진 기자 | 승인 2022.12.25 15:52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304960
[중앙일보] 성탄 예배서 이태원 유족 눈물 “폴란드서 눈사람 만들자 했잖아”
이병준 기자 | 업데이트 2022.12.25 17:25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8548#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