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어난 N번방 사건은 모든 언론과 방송, 그리고 사람들의 SNS에서 대화의 주제가 되었다. 월드비전과 아동 권리 활동을 하는 우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친구는 ‘N번방 사건’의 수십 명의 피해자 중 아동(만 18세 미만)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무섭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참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눈물이 났다. 내 동생이, 친구가, 또 내가 이런 현실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면 참 두렵다”라고 말하며 걱정을 내비쳤다.
우리나라가 1991년 비준한 UN 아동 권리 협약은 만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기사와 뉴스를 보며 우리 사회는 아동 성범죄에 대해 단순히 ‘범죄’로만 인식할 뿐, 아동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지니는 존엄성과 권리가 훼손되었음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사실 정말 두렵고 무서워요, 분명 우리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배웠는데, 정말 우리를 보호해 줄 어른이 없는 것 같아서..”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며, 아동 권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어쩌면 아동 성범죄 해결을 위해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 UN 아동 권리 협약 국가 보고서 심의에서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은 성범죄자에게 너무나 관대하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국제 기준에 부합할 필요가 있다.”
성범죄 피해 아동의 이야기를 다룬 방송에서 왜 신고를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보복이 너무 두려웠어요.’.‘아무도 나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어요.’라고 말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N번방 사건의 피해 아동들도 그들이 자신을 계속해서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을 알면서도, 피해자를 외면한 세상과 보호받을 수 없는 세상에 도와달라고 외치지 못한 채 흘러나오는 눈물을 머금을 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N번방 사건 공론화와 동시에 ‘2차 가해’가 시작되었다. 성 착취 물이 다른 사이트들을 통해 또다시 유포되거나 거래되기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2차 가해는 거침없는 기사와 자극적인 자료들을 통해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 아동의 사진이 유출되는 등 멈출 줄 모르는 2차 가해는 급속도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성 착취와 학대가 만연한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한 사회는 또다시 아이들을 지옥으로 밀어 넣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루가 멀다 하며 밝혀지는 N번방의 실체를 마주하며 우리를 포함하여 많은 아동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어쩌다 문득, 두려움을 넘어선 상당한 공포가 느껴질 때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가 아동들에게 너무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피해 아동이 온전하게 국가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지, 피해 아동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무차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른들이 더 들여다보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우리 아동들이 더 이상은 무책임한 사회로부터 상처받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간절하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