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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6일. 수요일.
날씨가 흐리고 빗방울이 내릴 것만 같지만 모처럼 만화리 농장을 찾았다. 1, 2학년 학생들 소풍 행사에 비담임이 따라 가자니 눈치도 보이고 해서 아내와 함께 모처럼의 나들이를 한다.
광안시장에서 족발 몇 개를 주문하고 소주도 준비한다. 추석 때 이웃 어른들께 인사도 못 드려 마음에 걸리니 한번 다녀 오려고 나섰다.
먼저 안 노인 댁으로 가니 마침 정미기로 도정을 하고 있던 안 노인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안 노인인지라 화색이 피어 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찹살 40Kg을 주문하였다.
밭으로 올라가니 태풍에 넘어져 있던 나무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통행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참 동안 길이 막혀 밭을 갈지 못해 올해에는 배추 한 포기 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작년에는 김장값이 싸서 기름값을 더 들이면서도 부지런히 오가며 가꾸었는데, 올해는 배추값이 폭등하니 배추 한 포기 없고.... 참 지지리 복도 없어라.
가을이 짙어 가는 밭에는 가을의 풀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저기 개망초와 구절초, 들국화가 만개하고, 억새도 가을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흔들고 있다. 잡초는 말랐어도 부추는 여전히 새파란 빛을 띄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밭으로 통하는 뒷길에도 큰 소나무 두 그루가 넘어져 통행이 불가능하다. 넘어진 소나무를 베어 원두막이라도 멋지게 만들고 싶으나 엄청 굵은 기둥을 베어 옮기려면 대공사를 치러야 할 것만 같다. 입맛만 다시고 말 수 밖에... 태풍으로 넘어진 고추밭에는 아직도 고추꽃이 피고 조롱조롱 자그마한 고추가 수없이 열린다. 고추는 원래 다년생 식물이라서 보온만 된다면 나무처럼 큰다고 하나 우리 나라 기후 조건에서는 1년생으로 수명을 다한다고 한다. 김장용 고추를 장만하려는 아내의 손길이 바빠진다. 아래 논에서는 벼를 수확하고 남은 볏짚을 날라 염소용 건초를 쓰기 위해 작업 중이다. 양계도 하는 이웃인지라 모처럼 달걀과 오리알을 주문한다. 조류 독감때문인지 판매가 안되었나 많은 양을 넘겨 준다.
가을이 짙어 가는 산 자락에 드디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니 나락을 말리던 것을 덮느라 한바탕 바쁘다. 더덕과 도라지를 캘 작정이었으나 부득이 다음으로 미루지 않을 수가 없다.
비를 맞으면 내려 오니 혼자 사는 할머니가 몹시도 반가워한다. 뵌 지가 근 한달이 넘은 것 같다. 집공사를 한 할머니댁이 많이 깨끗해지고 마당도 깨끗이 세멘트 포장이 되니 한결 산뜻해진 느낌이다. 준비해간 점심과 족발을 내어 식사를 한다. 자녀가 있어도 잘 찾지 않는 편이라 우리를 자식처럼 가깝게 대해준신다.
나오는 길에 이장님을 뵈었다.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홀로 살며 마을을 위해 수고하시는 이장님께도 족발과 소주, 과일, 떡을 전하고 빗속을 헤치면서 돌아 온다. 당뇨로 고생하는 할머니를 기장군 보건소까지 태워만 주고 그냥 돌아 오는 발길이 못내 미안하기만 하다.
곳곳에 피어난 개망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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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타까운 배꼽^^*
가을 풍경이...그림으로만 봐도..넉넉합니다... 좋은글에..그림까지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