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량 역전 행운다방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득량 역전 광장은 시곗바늘을 60년 전으로 돌려놓고 있었다. 퇴락하기 그지없지만 그 속에는 보물 같은 추억이 오롯이 갈무리되어 있었다. 옛날의 이발소며 구멍가게, 전방 그리고 연탄창고로 쓰였을 법 한 창고. 한결같은 낮은 처마 아래 서툰 손 글씨로 쓰인 간판들은 왠지 보기에 낯설지 않았다.
먼저, 들른 득량역사(驛舍). 홀 안은왜이다지도 좁은 것일까. 리모델링을 했다고는 해도 그 자리 똑같은평수에 지어졌는데, 왜 두서너 사람 서 있기도 좁아 보이는가. 기억 속에는 분명히, 목재로 된 긴 의자가있었고 몇 사람이 앉아도 비좁지 않았는데 영 딴판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사람이 한 명도 얼씬거리지 않는 점이다. 다만 한적함을 달래려는지 옛날에 쓰던 생활유물만이 가득 전시되어 있을 뿐이었다. 거기다가 역무를 보는 직원은 단 한명. 그도 분위기에 동화되어 지내서인지 60년 전의 역무원처럼 말씨도 느리고 행동도 느릿느릿하였다. 온통 시간이 정지되어 있는 듯이 보였다.
그곳을 빠져나와 ‘행운다방’이란 간판이 달린 가게 안으로몸을 낮추고 들어갔다. 제주가 고향이라는 옛 이발소 안주인 최수라 여사가 인기척을 듣고 반응을 보였다. 발자국소리를 듣고 얼굴을 내밀더니 마치 오라비를 반기듯 맞는다.
“쌍화차가 되는가요?”
메뉴판에서 품목을 찾아내고서 주문을 하고 의자에 앉았다.
‘아, 옛 생각 난다.’
추억에 잠긴 동안 주인은 부산하게 휘돌아 치더니 사람 숫자대로 쌍화차 세잔을 넘치도록 잔에 담아 내왔다.
그야말로 세월을 거슬러 간 듯한 옛날식 다방에서 옛날이야기를 소환하여 한식경을 보냈다. 이윽고 몸을 일으켜 빠져나왔지만 옛 추억은 한참이나 옷자락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2020)
첫댓글 옛 모습을 복원해놓았군요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위스키가 아닌 쌍화차 한 잔에 추억에 묻히셨군요 더구나 옛고향의 정취를 만끽하셨으니 뜻깊은 가을입니다
옛날식 다방인 행운다방에 앉아 엿날을 추억했습니다.
그곳은 거리며 가게며 사람까지도 60년전의 관경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오랫만에 추억에 푹 빠졌다가가 돌아왔습니다.
특히 쌍화차에 계란동동이 멋졌습니다.
정겹고 아늑한 득량역도 소담하게 전시해놓은 옛정취도 좋았습니다.
저도 옛날식 쌍화차는 오랜만에 먹어봤습니다.
학창시절 그곳을 많이 지나다녔는데, 그때보던 것과 하나도 변한것이 없어서 놀랐습니다.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영화같은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2020 보성 그곳에 가면(문집)에 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