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3. 1일 이 양승 객원 논설위원이 올린 컬럼입니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로 민주당의 내분 조짐을 이렇게 쉽게 재미를 보태 날카롭게 지적한 논평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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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엔 '합리적 기대' 가설이 있다. 시카고대학 경제학 고수 돈 루카스(Don Lucas)는 이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흔히 '리스크'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리스크는 확률로부터 나온다. 즉 이재명 사법 '리스크'라고 표현하면, 이재명이 구속처리 될 '확률' 크기를 말하는 것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이재명 체포 임계점까지 도달했다. 물론 아직 체포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구속처리될 확률이 극대치인 1에 수렴해가고 있다. 확율이 1이면 그건 그 사건의 가능성이 아니라 그 사건이 실현된 상태를 나타낸다.
민주당 내 비명계가 그렇게 기획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이재명 체포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그 확률 변화가 끼치는 '합리적 기대'에 대한 임팩트다.
체포동의안 사태를 본 민주당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 정치이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미래의 기대가 달라지게 된다. 기대가 달라지면 행동도 달라진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기업이 망해서라기보다는 그 기업에 대한 기대가 달라져서다.
정치인들은 늘 공익을 말하지만 국회는 ‘거대한 사익추구’의 장이다. 공익으로 포장된 정치이윤이다. 이는 다름 아니라 국회의원이 돼서 챙길 수 있는 이익이다. 그게 어마어마하다. 불체포특권도 그 이익 중 하나다.
그렇게 정치이윤을 챙기려면 선거에 나가 당선되어야 하고, 당선보다 더 중요한 것이 먼저 당에서 공천을 받는 것이다. 특히 호남은 민주당 공천을 받는 순간 당선 축하 파티가 열린다. 선거보다 공천을 위한 줄대기 경쟁이 더 뜨거운 이유다. 정치혐오가 번지게 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친명과 비명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공천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공천 때문에 친명 비명 의원들 간에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정반대로 행동할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은 '심리적 분당'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친명계 좌장이자 이재명 '절친' 정성호 의원도 “그렇게까지 이탈자가 많을지 몰랐다”고 표현한다. 비명계는 의도적으로 이재명 리스크를 실현시켰다. 비명계의 기획이다. 그렇게 리스크가 커지면서 정성호 의원의 마음도 변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투표 뉴스가 구치소에 전달됐을 때 정진상 마음도, 김용 마음도, 그리고 김만배의 마음도 변할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권력의 메커니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원래도 ‘인간 이재명’에게 충성한 것이 아니고, 이재명이 가져다 줄 '미래권력' 그리고 '미래의 돈'에 충성했을 뿐이다.
도박을 왜 할까? 황당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땀을 흘리지 않아도 어머어마한 돈을 벌 거라는 생각‥. 하지만 그 기대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재명이 가져다 줄 그 무언가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이젠 깨닫게 된다. 그가 가져다 줄 것이 없다고. 그러면 이제 친명계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난다.
삼국지에서 여포가 성문을 걸어 잠그고 지키려 했을 때 여포를 사로잡은 건 여포 수하의 장수들이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공천 때문에 모인 친명계는 비열하다. ‘체포 임계점’에 도달한 이재명을 보고 그들의 기대 또한 달라지게 된다. TV에 나오는 친명 패널들의 어조가 한껏 공손해진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개딸’들만 기대가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개딸들이 당내 '반란자'들을 뒤지고 '살생부'를 퍼뜨리고 있다고 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다. 당이 망해가는 공식이기도 하다.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