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영 기자
2020.03.17
"피의자가 DNA 검사 결과를 보고도 상식 밖의 거짓 진술을 반복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입니다."
경북 구미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A씨(49)가 여전히 친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A씨의 진술은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도 '거짓'반응을 보였으나 A씨는 '숨진 여아는 자신의 친딸이 낳은 아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전문가)들은 A씨의 심리가 일반적인 피의자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도 DNA 검사 결과가 나온 뒤 자백했으나 A씨는 여전히 검사 결과를 부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씨의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받은 심리생리검사(거짓말탐지기검사) 결과 주요 질문에 거짓 반응을 보였다. 심리생리검사는 심장박동으로 답변의 진위를 판단한다.
숨진 여아의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A씨는 4번에 걸친 DNA 검사에서 모두 친모가 맞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 검사에서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 "숨진 아이는 딸 B씨가 낳은 아이가 맞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A씨가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거짓 진술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숨겼던 일들이 드러나며 받을 처벌과 수치심을 피하기 위해 숨진 여아를 자신의 손녀로 위장하면서까지 거짓말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A씨는 (경찰 조사에) 강한 내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이 밝혀질 경우 본인의 사회적 지위 등에 미칠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어 증거를 눈앞에 들이대는 것 이외에는 A씨의 거짓말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했다.
공 교수는 경찰이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한 조사에서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A씨는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제까지 수사 상황을 보면 남을 잘 속이고 교활한 면이 있어 A씨의 입을 통해 증거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A씨의 남편 역시 경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A씨의 남편은 참고인 조사에서 아내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A씨와 남편은 사건이 알려지기 전까지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공 교수는 남편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그는 "같은 집에 살더라도 A씨가 임신·출산 사실을 숨기려고 마음먹는다면 충분히 숨길 수 있다"며 "남편이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지 여부는 이들의 부부관계, 가정 환경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해서 섣불리 '거짓 진술'로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A씨가 상식 밖의 거짓 진술을 하는 배경에는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숨기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A씨의 큰딸 B씨가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한 기록을 확인했으나 출산한 아이의 행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A씨가 '딸이 아니다'라는 거짓 진술을 반복하는 것은 일반적인 심리와는 동떨어져 있다"며 "A씨와 남편 이 입을 모아 우기는 배경에 다른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은 DNA 검사 결과가 나오면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이춘 재 역시 DNA 결과가 나온 뒤 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했다.
이 교수는 "구속을 앞뒀고 범죄가 드러난 상황에선 자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라며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강하게 주장하는 데에는 이유 가 있다고 봐야 하는데, B씨가 출산한 아이가 살아 있을 가능성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해 A씨와 B씨의 주변 환경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는 말보다 '아파서 사망했다'거나 '사고로 사망했다'고 진술하는 것이 효과적"이 라며 "같은 집에 살면서 출산 사실을 몰랐다는 남편이나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A씨 모두 상식과 동떨어진 진술을 해 다른 의도가 의심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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