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율곡 이이 초상화 분실 공고 및 상동 낚시터 반모님의 고육지책에 대하여
상동 마을 입구, 높이 솟은 태백산 자락 어느 낚시터 옆에 자리한 한 중고등학교에 전해지고 있는 전설 하나.
그 학교에 거의 낚시에 미친 혹은 낚시 때문에 미친, 그래서 세상에서 가치 있는 일은 낚시와 관련된 것뿐이라는 일념으로 살아가고 있는 잘 생긴 선생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선생님이 낚시광이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전학생에게 알려져 있던 바,
모년 모월 월요일 수업 시간.-참 애석하게도 이 분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주말 낚시꾼일 수밖에 없었으니- 어떻게 하면 한 시간 편하게 수업을 떼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학생들 중의 하나가 애교 섞인 질문을 뱉어내는데......
‘샘예, 어제 고기 많이 잡았십니꺼?’
‘못 잡았어 임마, 니 일루 나와, 지금 니 내 약 올리나? 어쭈 폼 봐라. 똑바로 안 서나?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건달입니더’ ‘뭐어, 건달? 건달이면 다야 임마!’
“퍽 퍽 퍽”
다음 시간, 앞 시간 다른 반의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한 학생 하시는 말씀.
‘샘예, 어제 고기 많이 잡았십니꺼?’
‘이 자슥 니 일루 나와 봐라, 니 지금 내 놀리나?’
“퍽 퍽 퍽”
‘그라고 지난 주에 내 준 숙제 안 해온 놈들 다 나와, 실장! 니 교무실에 가서 몽디 굵직한 걸로 하나 가져 온나. 느그는 오늘 다 죽은 줄 알아라.’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친 토,일요일을 지낸 어느 월요일 수업 시간.
‘샘예, 어제 고기 많이 잡았십니꺼?’
‘니 일루 나온나, 니 내 약 올릴라꼬 일부러 그라제, 야 임마 비바람이 태풍처럼 몰아치는데 낚시하는 미친 놈 니는 봤나? 니는 오늘 내한테 죽었다. 안 그래도 토욜 낚시 못해서 몸과 맴이 찌부둥해서 미치겠는데, 니 오늘 내 디비지는거 보고 싶나?’
“퍽 퍽 퍽 퍽 퍽 퍽 퍽”
-사실은 그렇게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우찌 낚싯대 한 번 던져 볼 수 있을까 하고 낚시터에 갔다가 가방도 내려놓아 보지 못하고 돌아 왔음-
다음 다음 다음 다음 주 월요일 수업 시간, 어느 학생, 샘의 입이 자꾸 옆으로 찢어지는게 이상해서, 그래도 조심스럽게 한 말씀 던지는데
‘샘예, 어제는 고기 많이 잡았십니꺼?’
‘흐흐, 그래 어제 죽이줏다 아이가, 넣으면 찌가 꿈벅하고, 던졌다 하면 붕어쉐이들 쌍걸이로 올라오고, 천원빼이도 한 판 빼고 내가 다 묵고, 점심엔 짜장면에 저녁엔 육개장도 얻어 묵고, 특히 반야 뭔가 하는 아저씨 은행 가서 바꿔 온 이황 할배 초상화 내가 지갑 채로 다 묵었다 아이가, 흐흐흐, 반야 뭔가 하는 그 아자씨 이번 주엔 바다 낚시 장비 다 팔아야 할끼다. 낄낄낄. 그라고 덕분에 쌍디 파판가 하는 분은......’
‘샘예, 샘 말씀하실 때 침이 너무 많이 튑니더. 샘 바로 앞에 있는 나는 꼭 폭포 밑에 앉아있는 것 같습니더. 아이고, 더럽어 죽겠습니더. 그라고 샘 입 옆에 침이 고이가 허옇게 붙어 있습니더. 좀 닦으이소.’
‘뭐라? 이 자슥아. 내 말이 듣기 싫단 말이가? 침 좀 튀면 어떻노? 이야기 그마하고 수업 시작하까? 또 숙제 검사도 해보까?’
‘아아, 아입니다. 샘 이야기 너무 재밌습니더. 이야기 더 해 주이소.’
‘짜슥, 그래야지, 어데까지 이야기 했노?’
‘쌍디 파판가 하는 분 이야기 하다가 말았습니더.’
‘그래, 그 힘 좋고 능력있는 쌍디 파판가 하는 분하고, 항상 중후한 모습으로 낚시보단 낭만과 분위기를 더 즐기시는 것 같은 모 대학 교수님께서는 뽑기할 때마다 운 좋게 내하고 한 조를 뽑아서 그 두 분 역시 고기 멫 마리 안 잡고도 이황 할배 초상화로 지갑이 두둑해지가지고, 쌍디 파판가 하는 분은 속에 들어 있던 십원 짜리 오천 개하고, 입안에까지 올라와 튀어나올라 하던 개들까지도 싸그리, 깨끗하게 소화 시끼뿌맀다 아이가.
글고 교수님은 기분이 너무 좋으셨는지 근 열흘이나 괴롭히던 감기까지 다 나으셔 가지고 바로 지하실로 조항조의 ’거짓말‘ 한 곡조 뽑으러 가실라 카더라. 흐흐흐. 참고로 2인의 도박단(죄송. 양해 바랍니다)이 낚시터에 잠입했었는데 그 두 분하고, 멋진 스카프를 머리에 쓰신 개성파 낚시꾼 한 분 하고, 또 멋모르고 한 판 붙은 두 실력파 총각 낚시꾼들은 쌍코피 터지고 갔다 아이가. 그 분들 다음 주에 또 올랑가 몰라. 겁이 나서 안 올끼라. 흐흐.
토욜날, 붕어쉐이들 너무 많이 올려서 그런가 지금 팔이 아파 죽겠다. 그래서 오늘 수업은 자습이다. 오늘 이 시간은 느그들, 하고 싶은 대로 해라. 책 볼 놈 책보고, 어제 논다꼬 피곤해서 자고 싶은 놈은 자고. 알았나? 근데 떠들지는 마라, 교장 쌤 복도 순회하다 교실 안에 들다보면 안되니께,
그라고 숙제 안 해 온 놈들은 다음 시간까지 다 해온나, 알았제?,
어 또 다음 주에 시험인데 예상 문제 몇 문제 불러 줄팅께 받아 적을 놈 받아 적어라. 흐흐흐’
그리하야 그 때부터 이 학교 학생들은 금요일 밤이면 모두 마을 어귀 성황당 아래 모여 토요일, 일요일 날씨 좋기를, 바람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이기를, 그리고 선생님 가시는 낚시터의 고기는 항상 활성도 100%이기를, 그 중 제일 지성을 드린 것은 모든 물고기들이 항상 선생님께서 던지시는 떡밥만 쪽쪽 빨아주기를 간절히 비는 제사를 드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는 이야기. 낄낄낄.
혹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 한 말씀 드리자면, 이 전설은 오동나무와는 전혀 관계없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드리오니 낚시터에서 오동나무를 보시더라도 오해하시거나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으로,
상동낚시터 반모님이 지난 주 실행한, 일명 ‘지갑 지키기 고육지책’에 대해 한 번 극명하게 파헤쳐 상동낚시터 수면 위에 펼쳐 볼까 하는데......
야그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우짜지? 고민되네. 흐흐흐.
지난 주 토욜 코피 터진, 낚시보단 학문 연구에 더 열중인 오동나무 올림
첫댓글 재미 있는 글 감사...
반모님 야기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빨리쫌 올려 주시길...
내 일찌기 독서에 뜻을 두고
단군신화,그리스로마신화,사서삼경,사씨남정기,악학괴범,
구운몽,삼국유사,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등등등
동서를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서책을 독파하였으나
이처럼 사실적이며 마치 진짜같은(?) 전설은 들어본 적이 없는 듯 합니다. ㅋㅋㅋ
이땅의 수많은 어린 학동들의 안전한(?) 수학을 위해
중딩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절대적으루다가 초지일관 변함없이 계~~속 빨려줘야만 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오늘 아침 다시 한번 경건하게 다짐해 봅니다... ㅋㅋㅋㅋㅋ
자라나는 꿈나무 중딩들을 위해서는 절대절대 네버네버~
오동쌤 지갑을 탐내서는 안될듯 합니다만...
스타트~라는 소리만 들으면 전투모드로 자동몰입 되다보니...ㅋㅋ
오동샘 글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무쟈게 행복한 하루가 될듯 합니다^^
음...
제가 글이라면 정말싫어하는데... 전설의 상동낚시터 상권을 다독해부렸습니다...
오동샘예~~ 저두 낚시다때려 치아뿌고 글이나 쓰볼까하는데 좀 갈켜주십시요..
공감가는 내용 잘읽었습니다...(__) 꾸벅...
쌤예... 보고싶습니다.